아편전쟁과 홍콩은행… ‘2020 희비쌍곡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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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과 홍콩은행… ‘2020 희비쌍곡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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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에 있는 HSBC그룹 본사 건물. HSBC의 전신인 홍콩은행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외국은행이다. /사진=픽사베이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에 있는 HSBC그룹 본사 건물. HSBC의 전신인 홍콩은행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외국은행이다. /사진=픽사베이

“아편 팔아서 번 돈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은행 아냐?”

1897년 8월 21일, 제물포에 영국인들이 장사하는 은행이 문을 엽니다. 한반도에 처음 상륙한 외국은행입니다. 식민지에 세워져 아편전쟁 덕을 톡톡히 본 ‘홍콩은행’. 상하이로 터를 넓힌 은행은 두 지명을 합쳐 ‘HSBC’(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리고 123년 뒤, HSBC는 대한민국 땅에서 개인을 상대로 한 장사를 그만둡니다.

‘외국은행’. 외국에 본점이 있는 은행, 또는 자기 나라에 있는 외국의 은행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계통’의 뜻을 더하는 꼬리말이 붙어 외국계은행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은행 지점들이 지난해 1조원이 훨씬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같은 기간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이 4분의 1가량 줄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은행 국내지점 36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9년보다 8953억원(28.6%) 늘어난 1조1510억원이었습니다. 이자이익이 1년 사이에 9943억원(49.2%) 급증한 1조4834억원으로 순이익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유가증권은 2186억원의 손실을 기록, 1년 전(1682억원)보다 3868억원이나 줄었습니다.

특히 국고채 10년물의 금리가 2019년 말 1.68%에서 지난해 3월 1.55, 6월 1.37%를 거쳐 12월 1.71%로 급등하면서 평가이익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반면 외환·파생이익은 지난해 1조3406억원으로 전년보다 2196억원 증가했습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외환부분 수익이 2019년 1조2364억원 손실에서 3조9222억원 이익으로 폭증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다만 2019년 2조3574억원의 이익을 냈던 파생상품이 지난해 2조5816억원 손실로 돌아서면서 전체 외환·파생 이익의 변동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국내 외국은행의 지난해 자산은 330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8.1%(24조9000억원) 늘었습니다. 부채도 310조3000억원으로 23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자기자본은 19조8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금감원은 “환율 변동성 증가 등의 영향으로 외환·파생거래가 확대하면서 총자산과 총부채 및 당기순이익은 증가했지만 주요 손익이 급격히 변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외은지점의 자금조달, 운용상 취약부문, 이익구조 변동 상황 등에 대한 상시감시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해외로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들은 덩치는 키웠지만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이 지난해 해외 점포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이 7억3300만달러(약 8193억원)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1년 전 순이익 9억8300만달러와 비교하면 25.4% 줄어든 것입니다.

해외점포 이익은 지난해 국내은행 총 당기순이익인 12조3000억원의 6.5% 수준입니다. 이자 이익은 15.6% 늘어난 23억8500만달러였지만, 비이자이익(-5.4%)이 줄었고 대손비용이 1년 전 보다 2배 가량 늘어나며 수익이 감소한 것입니다. 국가별로는 캄보디아, 베트남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당기순이익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자산은 모두 1650억1000만달러로 1년 만에 313억2000만달러가 늘었습니다. 이처럼 덩치는 커졌지만 건전성은 뒷걸음쳤습니다. 해외점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51%포인트 뛰었기 때문입니다. 항공, 해운 업종 등이 코로나 영향을 받은 데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고정이하여신비율 29.8%) 인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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