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은 막장 코미디”… 포스코 물적분할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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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상장은 막장 코미디”… 포스코 물적분할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2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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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신축년 마지막 주식시장이 열린 지난달 30일, LG화학 주가는 61만5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자료=한국거래소
신축년 마지막 주식시장이 열린 지난달 30일, LG화학 주가는 61만5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자료=한국거래소

“또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신축년 마지막 주식시장이 열린 날, LG화학 투자자들은 할 말을 잃습니다.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7위 종목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주당 88만90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1년 새 61만5000원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투자자들 원망의 눈초리는 이내 또 다른 곳에 쏠립니다. 임인년 벽두 기업공개(IPO) 시장을 두드리는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물적분할’. 어미(母)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아들(子)회사로 만들고,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 분할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자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과 대비됩니다. 물적분할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든다고 했을 때, LG화학 소액주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분노한 이유입니다.

LG화학은 2020년 10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계획을 통과시켰다. 참석률 77.5%에 82.3%의 찬성이 나오면서 안건 통과 요건인 66.7%를 넘어 가결됐다. LG화학은 같은 해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고 지분 100%를 갖게 됐다. 사진은 LG트윈타워. /사진=LG화학
LG화학은 2020년 10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계획을 통과시켰다. 참석률 77.5%에 82.3%의 찬성이 나오면서 안건 통과 요건인 66.7%를 넘어 가결됐다. LG화학은 같은 해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고 지분 100%를 갖게 됐다. 사진은 LG트윈타워. /사진=LG화학

20일 LG에너지솔루션 IPO 대표주관사인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 114조1066억원의 증거금이 모였습니다. 증거금 기준으로 SKIET(81조원)를 제치고 국내 IPO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다만 일반청약 신청 건수는 442만4470건으로, SKIET(474만건)에 미치지 못했지만 중복 청약 금지 이후로는 최대입니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이 IPO 흥행 신화를 새로 쓰고 있지만, LG화학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들끓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따로 배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LG화학의 값어치 하락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배력이 유지되는 기존 지배주주는 반가운 상황입니다.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법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과 달리 LG화학 주가는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날은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부담을 덜어내고 6.58% 오른 6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LG화학 주가가 재평가받을 것이란 의견이지만,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LG화학 물적 분할 전후. /자료=LG화학
LG화학 물적 분할 전후. /자료=LG화학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LG화학 나머지 사업의 성장성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려져 왔다”라며 “향후 양극재, 분리막을 넘어 첨단소재의 모멘텀은 다각화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수급 불확실성은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요인들이 더 많아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물적분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분할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기 때문”이라며 “IPO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 IPO를 통해 신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로 한정된다.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LG엔솔은 공모가(30만원) 기준으로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3위를 꿰찬다. 여기에 LG엔솔 주가가 32% 정도만 오르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도 오를 수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LG엔솔은 공모가(30만원) 기준으로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3위를 꿰찬다. 여기에 LG엔솔 주가가 32% 정도만 오르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도 오를 수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준다며 소액주주들의 권리 찾기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남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물적분할 발표 당시 “장기적으로 볼 때 호재”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에 대한 분노는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LG그룹에 대한 불매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소액주주들아 봐라. 주총에서 똘똘 뭉치고 끝까지 표를 행사해야 된다” “상장을 두 번 할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법도 개판이고 기업주의 머니 사랑도 대단합니다. 10대 강대국 운운하지만 금융시스템과 기업주의 도덕성은 거의 우간다 급입니다. 막장 코미디 한 편 잘 봤습니다” “대한민국의 상법, 증권거래소는 기업친화적이고 개인들의 무덤이다. 호의호식하면서 방관자로 놀지 마라. 관계법 공평하게 개정해라. 개미들 투자금 외국인과 기관 수익에 편중되어 개미는 평생 죽는다. 나쁜 X들~~~”.

“분할 발표 때 증권사 전문가라는 X들은 물적분할은 장기적으로 볼 때 호재라고 입 모아 씨부렸다. 그 X들 사기로 고소할 수 없나??” “도대체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금융당국과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눈을 감고 모른 척하고 있을 수가 있나. 내가 안 불편하면 큰 악이 있어도 모른 척하는 게 답인가. 최소한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반성하라. 기업들이 물적분할하고 중복 상장해서 모회사 주주 후려쳐 먹고 일반 국민 대상으로 뻥튀기해서 떠넘기는 거 방치하지 마라!” “인적분할도 아니고 물적분할 후 유상증자는 개미 죽이기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물적분할 제한해야 한다. 기존 모기업 주주들의 이익 보호는 눈곱만큼도 없는 LG는 반성해야 한다.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듯. LG화학주 곧 반 토막 날 거다” “헬지는 반성은커녕 잔치를 열고 있으니 불매운동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줍시다” “(LG)전자도 전장 물적분할 해서 상장할 X들 같네” “돈 필요하면 쪼개서 상장하면 되니까 한국은행이나 다름이 없네요. 국가의 통화 발권력이 필요가 없네. 코리아 재벌들이여 영원하라” “재벌님들의 꼼수와 그 꼼수를 제도적으로 용인해주는 국회의원이라는 흡혈귀님들의 합작품”.

포스코 물적분할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 /자료=뉴스포털 갈무리
포스코 물적분할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 /자료=뉴스포털 갈무리

한편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올릴 포스코의 물적분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총 통과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 지분 9.75%를 가진 국민연금은 오는 24일쯤 열릴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주총 안건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연금은 앞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따라서 포스코 주주의 7할가량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지주사 전환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 물적분할에 대한 찬반을 놓고 전날부터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과 누리꾼의 댓글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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