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먹튀’ 제2의 카카오페이는 없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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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먹튀’ 제2의 카카오페이는 없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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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1월 25일 여민수 대표이사(오른쪽)와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류 전 내정자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진=카카오
지난해 11월 25일 여민수 대표이사(오른쪽)와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류 전 내정자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진=카카오

“앞으로 스톡옵션 수익 전부를 자사주 사들이는 데 쓰겠다.”

지난 8일 카카오페이 실적 발표장에서 나온 신원근 대표 내정자의 약속입니다. 신 내정자는 이날 “임기 동안 보유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먹튀’ 논란으로 시장을 들쑤신 뒤입니다. 오늘(23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첫날(19만3000원)보다 5만3500원(27.72%) 떨어졌습니다.

‘의무보유’.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배정받은 공모주 가운데 일부를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 확약’ 제도를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앞으로 신규 상장기업 임원이 상장한 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에도 의무보유 기간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2의 ‘카카오페이 먹튀’를 미리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생각입니다.

한국거래소 현행 규정은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은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이른바 먹튀 논란을 초래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현행 규정은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은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이른바 먹튀 논란을 초래했다. /자료=한국거래소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코스피)·코스닥 상장 규정과 증권신고서 공시 서식을 고쳐 ‘신규 상장사 임원의 주식 의무보유’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도 의무보유(lock-up) 대상에 포함, 최소 기간(6개월)에는 자사주를 팔지 않고 의무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는, 신규 상장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은 ‘상장일부터 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당 주식은 이 기간에는 처분할 수 없도록 예탁결제원에 맡겨집니다. 다만 이 같은 현행 규정은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은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자유롭게 팔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등 임원 8명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구멍’인 셈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상장신청 기업의 임원이 상장 이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상장 이후 행사해 취득한 주식’까지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의무보유 개편안을 다음 달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 승인을 거쳐 바로 시행할 방침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의무보유 개편안을 다음 달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 승인을 거쳐 바로 시행할 방침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렇게 되면 신규상장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한 경우, 해당 주식은 나머지 의무보유 기간인 4개월 동안 팔 수 없습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현행 이사, 감사, 상법상 집행임원으로 규정된 의무보유 대상에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이사는 아니지만 회장·사장·부사장 등 업무 집행 권한이 있는 자)를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또 신규상장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상자별 의무보유 기간을 차등화해 설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입니다. 의무보유 기간이 일률적이면, 상장 6개월 뒤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 변동성을 높일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대표이사(등기임원)는 1년(기본 6개월+추가 6개월), 업무집행지시자는 6개월 등 의무보유 기간을 다르게 설정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의무보유 대상자, 대상자별 주식 등 내역과 보유 기간’을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등에 담도록 해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을 다음 달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 승인을 거쳐 바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어 개편된 의무보유 제도 사항이 공시되도록 증권신고서 관련 서식도 함께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의무보유 강화 소식에 누리꾼들은 공매도와 쪼개기 상장 등 다른 불합리한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료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무보유 강화 소식에 누리꾼들은 공매도와 쪼개기 상장 등 다른 불합리한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료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분노를 다시 소환합니다. 스톡옵션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끕니다. 아울러 공매도와 쪼개기 상장 등 다른 불합리한 제도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대표 자격도 없는 것들한테 스톡옵션으로 그렇게 많이 주는 자체가 잘못됐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먹튀한 주식 자사주 매입해서 떨어진 주가 올려라” “카카오페이 사건은 정말 구역질 날 정도로 대표이사 외 임원진들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었나 함” “개미들 다 털리고 사후에 약방문이지” “카카오페이 먹튀법. 창피한 줄 알아라. 기업가 정신이라고는 1도 없는 X” “카카오페이 뱅크 sk바이오팜 사이언스 아이테크놀러지 전부 상장시켜 개미 피 다 빨아먹고 이제 한다고. lg엔솔 해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개미가 안 붙었지 그지? 전부 당했는데 또 당하냐”.

“이X들아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는 게 맞는 거다. 스톡옵션이 뭔가? 임원이 회사를 흑자 경영하여 이익을 많이 내면 주는 보너스 아닌가? 즉 정규직 해고하고 비정규직 고용하며 사람 대신 로봇으로 자동화하여, 그리고 제품값 인상하여 돈을 벌게 되는 돈벌레 만드는 제도 아닌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 서민과 국민들은 경제가 무너져가는데 대기업집단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곳이 수두룩하다. 왜? 원자재 급등을 핑계 삼아 제품값을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 즉 물가 인상의 주범은 기업들이란 말이다. 그래서 스톡옵션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공매도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빨리 막아라. XX 같은 X아” “분할할 때 분할된 만큼을 원주주에게 주는 정책이 좋아 보임” “한국 기업 X들이 걸핏하면 물적분할 상장해서 개미들을 피 보게 한다. 물적분할도 금지해달라” “공매도금지, 물적분할금지, 스톡옵션행사제한 3대 법제정이 시급하다” “공매도 개선 실시간 감시는 왜 진전이 없나?”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금융당국은 선거철 되니까 움직이냐? 지난 몇 년간 방치하니까 국장이 갈수록 개판 되잖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공매도와의 전쟁? 물적분할? 이게 2022년도 주식시장에서 들어야 할 말인가?”.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추이. 23일 4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쳐 상장 첫날 종가보다 12.48% 빠졌다. /자료=한국거래소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추이. 23일 4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쳐 상장 첫날 종가보다 12.48% 빠졌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지난 11일 ‘15일짜리 의무보유’ 물량 4만5281주가 풀린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8% 오른 4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0.2%에 불과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덕분입니다. 문제는 오는 27일 풀리는 1개월짜리 보호예수 물량입니다. 모두 170만471주로 15일짜리 물량의 38배 규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23일) 코스피200, 코스피100, 코스피50, KRX50 편입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좇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과 달리 주가는 상장 첫날(50만5000원)보다 12.48% 떨어졌습니다. 선진국 지수라는 MSCI에 편입된 지난 15일에는 2.48% 급락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스톡옵션 먹튀, 쪼개기 상장에 투자자들이 돌아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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