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대선 끝나기만 기다려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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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대선 끝나기만 기다려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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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3일 넥슨지티(041140)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의 별세로 그룹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3일 넥슨지티(041140)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의 별세로 그룹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거래소

“막대한 상속세 문제로 지분 구도에 변동이 불가피하다.”

지난 3일 코스닥시장에서 넥슨지티(041140) 주가는 가격제한폭(29.89%)까지 오르며 장을 마감합니다.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뒤입니다. 김 이사의 별세로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물론 국내 법인인 넷게임즈, 넥슨지티 등 그룹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부터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확대되면, 보고서 제출기업은 265개로 90개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올해부터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확대되면, 보고서 제출기업은 265개로 90개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지배구조’.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경영자와 주주와의 관계 등을 통틀어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지배구조보고서’ 지침을 손질했습니다. 앞으로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기업도 물적분할 등 소유구조를 바꿀 때는 주주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이 개정됐습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공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는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기업 스스로 경영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확대됩니다. 이에 따라 올해 보고서 제출기업은 265개로 90개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전에는 2017년 3월 한국거래소 자율 공시로 도입된 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175곳만 의무화했습니다.

이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핵심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물적분할’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핵심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물적분할’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자료=금융위원회

개정안의 핵심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물적분할’ 개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적분할로 기업의 소유구조가 바뀔 때 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책 등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안에 담도록 한 것입니다. 소액주주 의견과 반대주주 권리보호 방안을 반드시 밝혀야 하며, 공시하지 않을 경우는 그 이유와 앞으로 계획을 설명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물적분할 관련 투자자 보호 정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입니다. 모회사의 핵심·성장 사업을 쪼개 자회사로 상장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기업들 스스로 주주 보호 방안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자율 규제’의 성격이 강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를 의식한 듯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문제와 관련해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 외에도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대로 당국이 본격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쪼개기 상장을 반드시 손보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제출 시한(5월 말)부터 적용되는 새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에 따라 하반기(6~9월 예정) 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제출 시한(5월 말)부터 적용되는 새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에 따라 하반기(6~9월 예정) 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이밖에 ▲주주총회 이전 주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점을 ‘주총 4주 전’으로 명시하고 ▲사외이사 활동 평가는 실제 평가 내역을 기재하는 경우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며 ▲외부감사인과의 의사소통 횟수는 대면회의나 화상회의만 인정하며 ▲이사회 구성 다양화를 위해 연령 및 성비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이번에 개정한 가이드라인은 올해 보고서 제출 시한(5월 말)부터 바로 적용됩니다. 이어 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하반기(6~9월 예정)에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지배구조보고서 공시현황에 대해 점검할 예정입니다. 점검 결과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허위, 공시 누락이 적발되면 정정공시 요구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벌점 등 제재가 부과됩니다.

물적분할에 초점을 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개정안이 오는 5월부터 적용된다. /사진=픽사베이
물적분할에 초점을 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개정안이 오는 5월부터 적용된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늑장 대응에 실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당국에 강도 높은 불만을 퍼붓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산규모 1조원’이라는 공시 제한을 없애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제 와 뒷북 정책” “아니 이게 보호장치라고??? 포스코 물적분할 하려고 배당정책 구라치고 돈 많이 벌어 배당 더 못 준다는 해괴망측한 변명 하면서 배당 덜 줘도 아무 말 못 하는 한국거래소가 사실상 형식적 절차인 보고서 하나로 방지가 된다고? 이런 탁상행정으로 인해 한국증시가 경영진의 개미 돈 털기가 일상화되고 투기장이 되는 거다. 대충 보고서에 자회사 상장으로 지분가치를 올바르게 평가받아 모회사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복붙(복사하여 붙이기) 문장이 또 생기겠구나”.

“제대로 좀 해라. 실질적인 개인투자자들 보호될 수 있도록. 대주주들 배만 불리는 기울어진 운동장 좀 바로 세우자” “1조라는 가이드라인은 왜 두냐? 악용될 방식 만들지 말고 기준금액 없애라” “그래서 법적 제재를 어떻게 할 건데? 고작 벌금 때리겠단 소리 할 거면 집어치워 XX. 미국처럼 이사들의 주주에 대한 선관의무 명시하고 집단소송 기업 증거 개시 등 마련하지 않을 거면 헛소리 하지마. XX” “두루뭉수리 그 자체고, 실제 대책이라고 볼 만한 건 아무것도 없구나! 이런 걸 대책이라고 만드네. 그냥 소액주주에게 절 한번 해주고 물적분할 하라는 거잖아!”.

7일 LG화학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찍자 종목토론실에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7일 LG화학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찍자 종목토론실에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편 물적분할의 대표적 희생양인 LG화학 주가는 연일 바닥을 뚫고 지하를 헤매고 있습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051910)은 전 거래일보다 3.93%(2만1000원) 떨어진 5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연일 52주 최저가입니다. 지난해 2월 5일 종가(102만8000원)의 딱 반 토막입니다. 이날 종목토론실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하소연입니다.

“손절하고 떠납니다. 마누라 옷 한 벌이나 해 줄걸. 괜히 저점이라고 들어왔다가 눈물 쏙 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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