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지수 vs 공매도’ 윤석열 딜레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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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지수 vs 공매도’ 윤석열 딜레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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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지수는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사진=MSCI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지수는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사진=MSCI

‘지수편입’. 특정한 시장 안에서 주가의 바뀜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수’의 잣대에 포함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수에는 우리나라의 코스피(KOSPI)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MSCI) 등이 있습니다. 특히 MSCI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의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벤치마크 지수입니다.

MSCI 가운데서도 주로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이른바 ‘선진지수’로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MSCI 중에서 신흥국(EM, Emerging Market) 지수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MSCI EM지수에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대만, 인도, 브라질이 포함됩니다. 러시아는 지난 9일 EM지수에서 ‘독립’ 시장(Standalone Market)으로 쫓겨났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가 공약으로 내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리나라는 MSCI와 함께 세계 3대 지수로 꼽히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지수에는 선진국지수로 편입되어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입니다.

지난해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정부는 2008년부터 MSCI 선진지수의 문을 두드려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 지위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상향되자, 지수편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외 외환시장 설립과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제도와 공매도 전면 재개 등이 지수편입의 걸림돌로 지목됩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등을 정비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매도 전면 재개’입니다. 상환기간 형평성 등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현재 코스피200·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진지수 편입을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금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일시적인 (공매도) 규제를 좀 하고 상황이 좀 나아지면 점차 국제기준에 맞춰가는 게 좋지 않으냐”라면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주가가 급락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주가가 올라가면서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반면에 통화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경제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에 잦은 감속이 예상됩니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윤석열 딜레마’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누리꾼들은 공매도를 전면 허용한다면 상환기간 등 기관과 외국인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리꾼들은 공매도를 전면 허용한다면 상환기간 등 기관과 외국인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매도를 전면 허용한다면 상환기간 등 기관과 외국인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선진지수 편입 추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습니다. 반면 진즉에 지수에 편입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띕니다.

“전면공매도 허용하되 개인과 같은 조건으로 하면 됨” “그래 백번 양보해서 전면 공매도 시행해. 둘 다 똑같은 시한을 정해서. 어려운 거 아니잖아. 니들이 해주기 싫은 거지” “공매도 재개하되 상환기간을 정해줬으면 지금처럼 무기한 공매도 하지 말고 그리고 양도세 폐지하고” “지금 만족해라. 미국시장 봐라. 공매도 헤지펀드에 어떻게 놀아나고 있는지. 1/10토막은 열흘이면 충분하다. 공매도 헤지펀드 없는 우리나라 좋은 시장”.

“선진국지수 가입하고 신흥국지수 빠지면서 나가는 돈은 계산 안 하니? 그거 빼고 나면 얼마 안 된다던데” “그딴 편입 필요 없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가면 된다” “선진시장을 못 들어가서 안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매도, 외환시장 개방이 국익에도, 개별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저자세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공매도의 대장격인 모건스탠리라는 일개 금융회사가 지정하는 잣대일 뿐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공매도 폐지하고, 외환시장에서 IMF를 가져왔던 개방정책도 거부하고,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된다. 주가가 빠진 연유에는 공매도와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 축소, 대주주 양도세 부과가 큰 이유이다. 그 모두를 바로잡고 감세형 배당정책과 졀세형 펀드를 대안으로 삼으면 된다”.

“원화 국제화는 선진시장 못 들어가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다;; 선진시장에 들어가야 원화가 국제화가 되든지 하지. 언제까지 방어적인 스탠스만 취할 건지. 10년째 방어만 하다가 오히려 중국 주식들 더 들어오고 대만 TSMC가 판이 커지는 바람에 신흥국 주식 내에서도 입지가 줄어드는 판국에 하루빨리 선진시장을 가야지.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자꾸 무슨 조심해야 한다 할 게 아니라 진짜 알면 벌써 5년 전부터 추진해야 하는 거였다”.

코스피200지수 편입 첫날인 11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코스피200지수 편입 첫날인 11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이날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6.35%(2만6500원)나 빠지며 3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은 이날 장 시작 30분 만에 20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습니다. 제이피모건, 모건슨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세를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따른 리밸런싱 과정에서 수익을 남기려 선제적으로 매도하는 물량이 늘어난 것도 원인입니다. 게다가 주가 하락을 예견한 공매도 물량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편입에 따라 코스피200에서 제외된 동원F&B는 이날 3.21% 올랐습니다. 앞으로 동원F&B는 공매도가 금지됩니다. 지수편입의 빛과 그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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