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국주식 주의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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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국주식 주의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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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6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3대 지수가 모두 우상향하며 거래를 마쳤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6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3대 지수가 모두 우상향하며 거래를 마쳤다. /사진=픽사베이

“이렇게 미장이 뛰어버리면 국장은 쳐다도 안 보게 되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날, 뉴욕 증권거래소 3대 지수가 모두 우상향하며 거래를 마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여러 차례 “미국 경제는 강하다”라며 시장을 달랬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지수 오름폭이 지나치다는 반응입니다.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 급락 후 반짝 회복)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미국시장’. 미국의 여러 시장 가운데 특히 주식시장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미장’으로도 줄여 부릅니다. 또 국내 시장은 ‘국장’으로 호칭합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미국시장이 환호한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이 투자를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미장과 국장은 비교가 안 된다며 우리 증시의 투자환경 개선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미국주식 투자금액이 최근 3년간 13.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미국주식 투자금액이 최근 3년간 13.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17일 예탁결제원이 내놓은 <미국 주식시장 투자 유의사항>에 따르면, 2018년 말 46억6000만달러(5조7845억원)였던 미국주식 보관금액(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677억8000만달러(84조1353억원)로 13.5배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수와 매도를 합친 결제금액은 224억7000만달러(27조8268억원)에서 3700억5000만달러(458조1959억원)로 1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전체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국 투자금 비중은 2018년 말 47%에서 지난해 말 87%로 40%포인트 늘었습니다. 이처럼 미국주식으로 쏠림 현상이 깊어진 데 대해 예탁결제원은 “미국 기술주의 성장과 글로벌 양적 완화, 투자 채널 확대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증가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그러면서 미국시장이 우리 시장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합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결제 주기를 엄격히 관리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주식시장은 결제 지연이 국내보다 자주 발생한다”라면서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미국 현지 주식 매수, 매도 결제에 결제 주기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결제 지연이 잦는 등 우리 시장 구조와 달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결제 지연이 잦는 등 우리 시장 구조와 달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또 “국내 주식은 위아래로 30%의 하루 가격제한폭이 있는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 가능하다”라면서 “특히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국내 투자자의 현지 정보 취득과 대응이 제한돼 무제한으로 주가 하락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러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 얀덱스(Yandex)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하루에 주가가 34.04달러에서 20.32달러로 40.3% 폭락했습니다. 또 지난해 2월 16일 중국의 드론 제조업체 이항(Ehang)은 124.09달러에서 46.30달러로 62.7% 빠졌습니다. 이보다 보름여 전인 지난해 1월 28일에는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Game Stop)이 44.3% 급락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상장폐지와 매매 제한, 고율 과세’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거래소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달러 미만일 경우 상폐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달 말 러시아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매 중단 조치했습니다. 이 밖에 우리처럼 동일한 배당소득세(15.4%)가 아니라 증권 유형에 따라 30%가 넘는 과세가 가능한 점도 챙겨봐야 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 가능하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미국 주식시장은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 가능하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투자환경은 미국과 비교가 안 된다며 비정상적인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X소리 하고 있네. 무분별한 회사분할과 오너 일가 공금횡령으로 하루아침 상폐당하는 국장보단 안전하다” “웃기네 미국시장 하고 우리시장 하고 비교를 하나. 미국은 LG엔솔 (물적)분할 같은 망나니짓은 안 한다” “3대 세습 젊은이가 물적분할·통행세로 힘없는 개인주주 돈 삥땅 치는 도적놈들은 미국에서 없다” “한국 주식판 한 5년 정도 해봤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절대 정상적 시장이 아님. 주가가 어닝이랑 따로 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지긋지긋한 박스피, 그리고 공매도 등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외인 기관이 개미들 피만 빨아먹는 기형적 구조임”.

“횡령, 분할, 상폐, 내부자거래, 공시 전 문건 유출 등등 사기가 판치는데 누가 국장하나요??? 이런 거부터 손보고 해야지 언제까지 방관하나요. 공매도 기간이라도 만들라면 건전하다고나 하고. 너나 많이 하세요” “공매도 때문에 세금 더 내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미장으로 가는 사람 많아지니 부정적인 의견 내서 잡으려고 하는 뉴스로 보이는데” “그래봐야 기업 눈치 보느라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 절대 못 내는 국장보다는 미장이 훨씬 낫죠”.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필요하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관련 코멘트는 시장 심리 조절에 적절한 도구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준 누리집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필요하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관련 코멘트는 시장 심리 조절에 적절한 도구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준 누리집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외 변수 하나가 사라졌다며 ‘우리 증시의 반등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봅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을 넘어서지 않았다”라며 “이제 시장은 연준의 긴축속도 아래에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얼마나 견조한 흐름을 지속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며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는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라는 언급, 이미 금리 인상이 시장에 반영된 점 등으로 안정을 찾을 전망”이라며 “그동안 시장 하락을 부추기던 우려들이 하나둘씩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 해소 심리가 더 부각되고 있다”라고 힘을 보탰습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에서 드러났듯 연준은 빅스텝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필요하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관련 코멘트는 시장 심리 조절에 적절한 도구로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전망을 현실화하듯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은 각각 1.33, 2.50%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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