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없이’ 기준금리 올린 금통위, 5월에도 인상? [사자경제]
상태바
‘총재 없이’ 기준금리 올린 금통위, 5월에도 인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14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새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자가 밝힌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의 서면 질의에 이같이 답한 것입니다. 이날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총재 없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나흘 전입니다.

‘부채관리’. 은행 따위에 진 빚을 줄이기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오는 19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용 후보자가 부채관리를 정책 으뜸으로 밝힌 가운데,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나라 안팎의 위험에 미리 대응하자는 것인데 여론은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저금리가 투자를 넘어 투기를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사상 초유의 ‘총재 없는’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자료=한국은행
사상 초유의 ‘총재 없는’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자료=한국은행

14일 한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1.50%로 결정했습니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한 뒤 처음 총재 공석으로 진행된 회의는, 의장직무대행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주재했습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에 앞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이어 이번 달 6일(현지시간) 연준이 내놓은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진다면 앞으로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p 기준금리 인상(빅스텝)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도 이번 금통위 결정에 한몫했습니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제유가, 원자재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특히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5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5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또 이번 결정은 ‘금융 불균형 해소’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한인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불균형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게 한은의 판단입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적절한 대응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또 5월 금통위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다음 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장 부작용은 있겠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은 미친 듯 오른 집값에 그동안 쌓였던 저금리 정책 불만이 모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거북 걸음마인 예금금리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습니다.

“부작용은 있겠지만 노동의 가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기준금리 4프로까지는 빠르게 가야 합니다” “1.50%도 너무 낮은 수준. 2.50% 정도는 되어야” “1.5%는 여전히 저금리. 기준금리 4% 대출금리 11%는 갈 거야” “물가 상승이 4%대라면 금리도 최소 4%는 되어야 물가가 잡힌다” “미국이 빅스텝 할 건데 우리가 빅스텝 안 했다는 게 이해 안 간다” “저금리로 유동성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인플레 최대 요인은 부동산입니다. 폭등한 부동산값에 맞추다 보니 보증금 등 비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어 인플레가 되는 겁니다. 낮은 금리로 부동산에 빚으로 투자하여 레버리지 효과를 보려는 심리를 바로 잡으려면 금리상승만이 답입니다. 이거를 바로 잡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인플레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느냐, 아니면 금리상승으로 부동산 투자자만 고통을 감당하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전자가 우선이지요”.

“기준금리 인상이 인플레를 잡는다는 건 허울뿐인 명분이고, 연준이 금리 인상하니까 외환 환율 방어 목적으로 인상하는 거죠. 국민들 이제 대출 이자 올라가고, 물가상승으로 부담 늘고. 이제 죽지 못해 사는 지옥이 펼쳐진다. 결국 보험을 깨든, 집을 줄여나가든 해야 사는 시대 왔다” “예금금리도 올려야 주식, 부동산으로 갔던 돈들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지난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14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48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로, 대출 등 빌린 돈이 예금·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14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48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로, 대출 등 빌린 돈이 예금·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한은이 지난 7일 내놓은 <2021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대출과 주식투자 규모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먼저 지난해 가계의 자금조달액은 192조1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189조6000억원입니다. 2009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것입니다. 2020년보다도 18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2년 연속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가계의 주식투자 규모도 11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국내주식 87조6000억원어치와 해외주식 22조9000억원어치를 취득,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잔액은 각각 994조6000억, 77조3000억원입니다.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린 날, 코스피지수(오후 2시 53분 기준)는 연초보다 272.99p 빠졌습니다. 오르고 내린 만큼 가계의 주름이 깊어갑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