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턱 낮추는 은행,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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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문턱 낮추는 은행,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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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달로 한은 근무 ‘43년 마침표’를 찍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달로 한은 근무 ‘43년 마침표’를 찍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1.5%까지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이다.”

이번 달로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인 ‘43년 마침표’를 찍는 이주열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메시지입니다. 그는 17년간 금통위에 참석하면서, 기준금리를 아홉 차례 내리고 다섯 차례 올렸습니다. ‘정권의 눈치만 봤다’라는 나라 안 시선에도 밖에서는 좋은 평가입니다. 블룸버그 출신 윌리엄 페섹의 칼럼 일부입니다. “연준이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겼다.”

‘부실채권’. 금융회사가 빌려준 대출금 가운데 이자가 석 달 이상 밀린 대출로, 떼일 가능성이 큰 대출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터라 부실채권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어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020년 3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020년 3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0%로 1년 전보다 0.14%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보다는 0.0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2020년 3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전체 부실채권 금액은 모두 11조8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2조1000억원 줄었습니다.

금융사의 대출금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부실채권은 정상을 제외한 나머지입니다. ‘요주의’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 ‘고정’은 3개월 이상 연체됐으나 담보로 상쇄할 수 있는 경우, ‘회수의문’은 피해를 가늠할 수 없고 담보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 ‘추정손실’은 피해 추정이 가능하나 아예 되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입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씨티은행 0.47% ▲NH농협은행 0.29% ▲신한은행 0.27% ▲하나은행 0.26% ▲KB국민은행 0.20% ▲우리은행 0.20% ▲SC제일은행 0.19% 순으로 높았습니다. 부문별로 부실채권 금액을 보면 ▲기업여신 10조2000억 ▲가계여신 1조4000억 ▲신용카드 채권 1000억원 순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금융지원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코로나로 인한 금융지원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10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7000억원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8조3000억원)은 1조, 가계여신(2조1000억원)은 7000억원의 부실채권이 감소했습니다. 정리된 부실채권도 12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조1000억원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65.9%로 1년 전보다 27.6%포인트 뛰었습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 비율이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해, 대출 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가려졌다고 풀이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현재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부실 가능성이 실제보다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을 완화했습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해도 보증금의 80%까지 대출해주고, 잔금일 이후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도 25일부터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10월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 시행 이후 무주택자에게만 내주던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전날(22일)부터 1주택자에게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들이 대출 영업에 다시 나선 것은 가계대출 부담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1061조원을 찍었던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2월까지 석 달째 수천억원씩 감소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버블 붕괴의 본보기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는 지름길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누리꾼들은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버블 붕괴의 본보기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는 지름길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코로나 대출금 상환유예가 끝나는 9월부터 부실채권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는 버블 붕괴의 본보기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는 지름길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대출이 넘나 늘어나니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줄어드는구나” “이자 유예, 만기 유예, 저리 추가 대출, 각종 지원금으로 폭탄 연장했는데 당연하지” “만기 연장 상환유예 풀리는 9월부터 시작이지. 3월에 풀려야 할 것을 폭탄 돌리기 하고 있는데” “은행들 열심히 서민 빨아 제쳤네” “코로나 특례 적용해서 망할 기업들 안 망하고 계속 대출 연장해줬으니 부실률이 낮은 거지” “좀비기업들 다 지원 없애라 코로나 지원? 그럼 imf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예상하고 당한 거냐” “금융지원 종료되는 순간 터질 애들 다 터진다”.

“잘한다. 우리도 버블 한번 터져서 일본처럼 몆십년 동안 X고생 좀 해보자. 서울의 부동산 돈벌레X들 보기 싫었는데 잘됐네” “역사적으로 버블은 터지기 전에 관리된 적이 없음. 그냥 갈 때까지 가고 금융위기 터져야 됨” “대출총량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물가는 너무 올랐다. 부채 관리해야 한다. 세계가 긴축과 금리 인상을 논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출 완화라니 말이 안 된다” “대출만 풀면 뭐 하나. 하루가 다르게 이자가 올라가는데. 열심히 대출받고 이자 착실히 갚으세요. 은행이야 돈 벌고 좋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했다.  /사진=연준 누리집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했다. /사진=연준 누리집

한편 이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과 6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최종 금리 목표치를 3~3.25%로 전망했습니다.

5~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하고, 하반기 네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내년 3분기까지 분기마다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윌리엄 페섹의 지적과 달리 파월 의장이 “신속하게”라는 말을 행동으로 옮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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