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집값, 미끼 매물과 ‘낚시성 기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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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집값, 미끼 매물과 ‘낚시성 기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29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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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8.1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0~95면 하강, 95~115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한다. /자료=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8.1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0~95면 하강, 95~115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한다. /자료=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언제는 서민 잡는 부동산이라고 욕하더니 갑자기 훈풍?”

부동산시장 규제를 풀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고 엿새가 지난 15일, 국토연구원은 소비심리지수를 내놓습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8.5로, 한 달 새 2.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섯 달 만에 되오른 것입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도 모두 올라 관련 기사 제목들도 봄바람 일색입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집값이 또 오르지 않을지 가슴 졸입니다.

‘소비심리’. 소비자의 경기에 대한 감각과, 그에 기초한 소비 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대통령선거 이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소비심리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8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심리가 높아진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임금인상 등을 통해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자료=한국은행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임금인상 등을 통해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자료=한국은행

2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2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오른 2.9%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4년 4월(2.9%) 이후 최고치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뜻합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임금인상 등을 통해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2월 2%대에 진입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5개월째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3% 이하의 응답은 줄어드는 반면, 3% 이상은 늘었습니다.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는 ▲석유류제품(83.7%) ▲농축수산물(32.6%) ▲공공요금(31.5%) 순으로 꼽혔습니다.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3.2로 한 달 만에 반등했다. CCSI가 다시 오른 데는 소비지출전망이 오른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3.2로 한 달 만에 반등했다. CCSI가 다시 오른 데는 소비지출전망이 오른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반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3.2로 한 달 만에 0.1포인트 뛰었습니다. CCSI는 2003~2020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체감 경기가 비관적이라는 뜻입니다.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합니다.

CCSI가 다시 오른 데는 소비지출전망이 같은 기간 4포인트 오른(114) 영향이 큽니다. 다만 현재경기판단(71)과 향후경기전망(87)은 4포인트씩 하락했고, 현재생활형편(90)과 가계수입전망(99)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지난달 통계가 나온 뒤 최고 수준(139)까지 올랐던 금리전망지수는 136으로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소비심리가 슬슬 지갑을 열려는 가운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소비심리가 슬슬 지갑을 열려는 가운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소비심리가 슬슬 지갑을 열려는 가운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졌습니다.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한 달 새 7포인트 오른 104로 나타났습니다.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한 달 전(97)만 해도 2020년 5월(96)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6개월째 하락 세였던 집값 전망이 꿈틀대고 있는 것입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에 대해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했음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일부 반영되면서 상승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재건축과 대출 등 대대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개를 드는 집값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엥 이게 뭔 소리냐. 윤통령님이 당선되면 집값 잡아주신댔는데” “뭔 소린가? 집값이 오른다고? 집값 내리라고 윤석열 찍었지 않았나?” “부동산정책 실패 전 정부 욕해서 당선된 사람이 집값 더 올리면서 기대감이란다” “집값 오른다고 엄청 뭐라 하더니 정권 바뀌니까 기대감이라니 헐~~~~” “집값 상승 안 하면 누가 책임지냐? 폭락이다. 내 생각은” “여기서 집값이 상승으로 간다면 이제 끝난다” “집값이 오르긴 오르겠지. 강남 떨어진 만큼만. 강남 다주택자들 때문에” “집값 많이 올려 편히들 쉬다가 죽을 때 등에 싸지고들 가시길”.

국토부 모니터링 결과, 포털에 노출된 아파트 광고 가운데 낚시성 미끼 매물이 1.37%로 나타났다.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 모니터링 결과, 포털에 노출된 아파트 광고 가운데 낚시성 미끼 매물이 1.37%로 나타났다. /자료=국토교통부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실거래정보 기반 부동산 광고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네이버부동산에 노출된 아파트 매매 광고 약 274만건 중 거래가 된 뒤에도 삭제되지 않고 방치 중인 광고는 모두 3만7705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계약을 직접 체결한 공인중개사가 방치하고 있는 광고만 8400건이었습니다.

이른바 낚시성 미끼 매물이 1.37%라는 얘기입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게시되는 광고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최종 검증을 거쳐, 이 같은 미끼 매물에 과태료를 매긴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소비자의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낚시성 미끼 기사에는 과태료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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