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떡잎부터 알아보는 ‘공시위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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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떡잎부터 알아보는 ‘공시위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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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지난 1월 19일 엔투텍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한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지난 1월 19일 엔투텍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한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어떡해, 벌점 1점만 더 받으면 거래가 정지되는데…”

지난 1월 1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엔투텍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합니다. 사유는 ‘단일판매·공급계약 철회’와 관련한 공시 번복. 엔투텍은 공시위반제재금 3600만원과 함께 벌점까지 ‘9점’을 받습니다. 지난 1년간 누적 벌점이 14점으로 늘어난 엔투텍은 앞으로 1점만 더 받아도 주식을 사고팔 수 없습니다.

지난해 공시위반 기업은 모두 73곳(87건)으로, 전년(146곳 193건)과 견줘 절반 수준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공시위반 기업은 모두 73곳(87건)으로, 전년(146곳 193건)과 견줘 절반 수준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공시위반’. 자본시장법의 거래소 공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어기는 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공시란 주가에 영향을 끼칠 기업 내용이 발생하면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신속하게 투자자가 알 수 있도록 알리는 제도를 뜻합니다. 지난해 공시위반으로 적발된 기업 가운데 비상장법인이 7할을 차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4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1년 공시의무 위반 조치현황 및 유의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위반 기업은 모두 73곳(87건)이었습니다. 전년(146곳 193건)과 견줘 절반 수준입니다. 다만 이 가운데 69.9%에 달하는 51곳이 비상장법인이었습니다. 비상장법인 공시위반 비중은 2019년 47.6%(103곳 중 49곳), 2020년 59.6%(146곳 중 87곳)로 증가세입니다.

지난해 공시위반 유형별로 보면 정기공시 35건(40.2%), 주요사항공시(25건·28.7%), 발행공시(18건·20.7%), 기타공시(9건·10.3%) 순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공시위반 유형별로 보면 정기공시 35건(40.2%), 주요사항공시(25건·28.7%), 발행공시(18건·20.7%), 기타공시(9건·10.3%) 순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공시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면서 법규를 숙지하지 못하는 데다 경영진도 공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공시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반면 상장법인의 공시위반 비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조치를 받은 기업 가운데 상장법인은 52.4%였지만 2020년 40.4, 지난해 30.1%로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과징금과 과태료 등 중대한 조치를 받은 기업 비중도 감소세입니다. 지난해 과징금(18건)과 과태료(3건) 조치 건수는 전체(87건)의 24.1%로, 2019년(43%)과 2020년(23.8%)보다 줄었습니다. 반면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 경미한 위반으로 경고나 주의를 받은 비상장법인이 전체의 75.9%(66건)를 차지했습니다.

비상장법인 공시위반 비중은 2019년 47.6%(103곳 중 49곳), 2020년 59.6%(146곳 중 87곳), 지난해 69.9%(73곳 중 51곳)로 증가 추세다. /자료=금융감독원
비상장법인 공시위반 비중은 2019년 47.6%(103곳 중 49곳), 2020년 59.6%(146곳 중 87곳), 지난해 69.9%(73곳 중 51곳)로 증가 추세다. /자료=금융감독원

유형별로 보면 사업보고서 등을 내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경우가 전체의 40.2%(35건)였습니다. 이 가운데 2년 동안 2회 이상 미제출 또는 지연제출이 18건으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 밖에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및 전환사채권(CB) 발행 결정 등 주요 사항 공시를 빼먹거나 뒤늦게 공시한 경우도 1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금조달 관련 공시위반이 불공정거래와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불공정거래 조사부서와 협력하여 신속 조사한 뒤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공시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회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실효적 제재를 제때 부과해 공시의무 준수를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공시위반으로 적발된 기업 가운데 비상장법인이 7할을 차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공시위반으로 적발된 기업 가운데 비상장법인이 7할을 차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34개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엔투텍과 함께 휴먼엔도 누적 벌점이 14점으로 거래정지 위기 직전입니다. 1년 동안 쌓인 벌점이 15점이 되면 곧바로 주식거래가 멈추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또 판타지오와 디엔에이링크는 누적 13점, 디와이디와 엘아이에스는 누적 10점을 받아 거래정지 위험군(누적 벌점 10~14점)에 포함됐습니다. 안트로젠, 디지캡, 에디슨EV, 피에스엠씨, 케어젠도 모두 9점으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 밖에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즈미디어, 비디아이, 파라텍이 8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시작으로 증시에서 퇴출된 코스닥 상장법인은 모두 8곳입니다. 럭슬, 에스제이케이, GV, 에이아이비트, 미래SCI, 지유온, 이매진아시아, 에이치디가 벌점 누적으로 쫓겨난 것입니다. 공시위반은 기업뿐 아니라 선학개미(잠재력이 있는 비상장 주식을 빠르게 매수하는 투자자)든 동학개미든 모두에게 ‘레드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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