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맞닥뜨린 대한민국 금융시장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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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맞닥뜨린 대한민국 금융시장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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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 답변입니다.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려 연 1.75~2.0%에 이를 것이란 앞선 시장의 전망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입니다.

‘금융시장’.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걱정한 당국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들은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연체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연체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찬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과 금융시장 합동 점검 회의를 열었습니다. 고 위원장은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시각각 급변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상회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긴축 등이 맞물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라며 “국내외 금융시장 파급효과를 제때 탐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입 기업 등의 피해 범위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최대 2조원)을 가동해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찬구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 금액) 비중은 작지만 제재수위 강화, 위기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 등이 자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외화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최재영 원장도 “사태가 길어지면 원자재값 급등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당국이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나선 가운데,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리의 강한 상승 압박은 누그러지는 모양새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채권 금리의 상승 추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 시장 금리도 함께 누그러질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날(24일) 2.226%로 마감했습니다. 이달 중순 2.3%선을 웃돌던 것과 견줘 소폭 떨어졌습니다. 안전성이 높은 국고채로 수요가 몰리니,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하락한 것입니다. 여기에 발맞춰 대출금리와 연동되는 금융채(5년물 AAA) 금리도 2.67% 수준으로 약 0.084%포인트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등 고정금리 상품도 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 통화정책 방향을 살펴볼 때, 금리는 추세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금리 인하에는 반영 속도가 늦은 은행들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점점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주식과 회사채는 약 17조 늘어난 27조여원이 발행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3월 코스피지수의 예상범위는 2600~2800으로 중립 이하의 주가 흐름이 전망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주식과 회사채는 약 17조 늘어난 27조여원이 발행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3월 코스피지수의 예상범위는 2600~2800으로 중립 이하의 주가 흐름이 전망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료=금융감독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도 불안합니다. 전날 2.60% 떨어졌다가 오늘(25일) 1.06% 만회에 그친 유가증권(코스피)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달 코스피의 변동 폭이 2600∼2800으로 ‘중립 이하’의 주가 흐름이 전망된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러시아 리스크 관련 뉴스 흐름에 의존해 시장이 일희일비하고 일시적으로 지수 전망 하단을 넘어설 정도의 수급·심리적 단기 급락(언더 슈팅)을 자극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습니다. 최악의 경우 과거 단기 하락의 저점이었던 코스피의 60개월 이동 평균선 수준(2500포인트)이 1차 하방 지지선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단기 및 국지전 전개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야기할 수 있는 최대 충격은 코스피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2600포인트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장기전, 전면전은 시장의 극단적 위험 회피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시장의 심리적 과민 반응이 추세로 될 개연성은 낮다”라며 “중장기적 시각으로는 시장 재진입 및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실적과 정책 가시성이 높은 대안으로 압축 대응해야 한다”라며 반도체·하드웨어·가전 등의 정보기술(IT)과 바이오(CMO), 에너지 및 건설 등의 업종을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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