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상장철회… 바보야, 빅스텝이 아니라 ‘공모가’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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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상장철회… 바보야, 빅스텝이 아니라 ‘공모가’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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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대어’라더니 현대엔지니어링 이어 두 번째… “비싼 공모가 때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대한민국을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나라로 만들겠다.”

지난해 10월 26일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사명 개편과 사업목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지난해 10월 26일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사명 개편과 사업목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지난해 10월 26일, 또 하나의 SK 브랜드가 태어납니다. ‘SK쉴더스’(SK shieldus). 2018년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SK텔레콤에 팔아치운 ADT캡스의 새 이름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임인년, ADT캡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SK스퀘어 박정호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우리가 잘 키워온 SK쉴더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것이다”.

‘상장철회’. 증권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품목(종목)으로 지정하는 일을 도로 거두어들이는 것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상반기 야심 차게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온 SK쉴더스가 상장을 돌연 철회했습니다. 희망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온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치명타를 안겼다는 주장입니다.

SK쉴더스가 6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쉴더스가 6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쉴더스가 이날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SK쉴더스는 이번 철회 배경에 대해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검토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K쉴더스는 지난 3~4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경쟁률이 100대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대표적인 수요예측 흥행 실패사례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243대 1보다 부진한 결과입니다. 이번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희망 공모가에서 출발합니다.

SK쉴더스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1000~3만8800원입니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2조8000억~3조5000억원으로 예상됐습니다. 보안업계 라이벌이자 시장점유율 1위인 에스원의 시총 2조6000억원과 견줘 시장에서 비싸다는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입니다. 여기에 공모 2710만2084주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46.7%) 높은 구주매출 비중도 문제였습니다.

SK쉴더스의 최대 예상 시총을 3조5000억원으로 잡은 가운데, 6일 오후 3시 3분 기준 보안업계 1위 에스원의 시총이 2조6000억원대를 가리키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SK쉴더스의 최대 예상 시총을 3조5000억원으로 잡은 가운데, 6일 오후 3시 3분 기준 보안업계 1위 에스원의 시총이 2조6000억원대를 가리키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하지만 SK쉴더스는 무엇보다 전날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빅스텝이 결정타였다고 주장합니다. SK쉴더스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이번 주 연준 발표가 나오고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자 해외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SK쉴더스의 결정이 완전한 상장철회가 아니라는데 무게를 둡니다. 공모가 재산정을 통한 재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135일 룰’에 따라 1분기 실적이 발표돼야 다시 증권신고서를 낼 수 있습니다. 연준은 이 기간에 또 빅스텝을 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IPO 대어라던 SK쉴더스의 흥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SK쉴더스 재무제표 요약. /자료=SK쉴더스 누리집
지난해 3분기까지 SK쉴더스 재무제표 요약. /자료=SK쉴더스 누리집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SK 브랜드에 대한 ‘물적분할’의 아픈 기억을 떠올립니다. 이번 상장철회가 ‘빅스텝’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에는 ‘비싼 공모가’에 있다는 데 목소리가 모이고 있습니다.

“SK와 카카오는 상장왕 경쟁 중. 양XX냐?” “sk는 상장 그만 좀 하고 니들 회사 주가나 신경 써~~” “개미지옥 만들려다가 실패했네요” “코스피는 툭하면 물적분할 해대니 기업 믿고 투자하기보다 개미들 패닉셀 해서 과매도 나올 때 저가 매수 잘해서 일정 차익 먹고 바로 빠지는 단타가 맞다” “이름이 쉴더스가 뭔가. 전혀 와닿질 않는데” “그러니까 거품일 때 상장한다는 거네. 완전 도둑X들~” “적정 시총 1조구만 3배나 뻥튀기를 하려고? X거품이네” “크래프톤은 잘해 먹었네” “SK ON도 상장철회하라! 주주들 뒷북을 쳐도 유분수지!!”.

“빅스텝이 문제가 아니라 공모가가 문제야” “빅스텝은ㅋㅋ X소리하네ㅋㅋㅋ 빅스텝 직격으로 맞은 가온칩스는 경쟁률 1800대 넘고 공모가 밴드 상단 뚫었다ㅋㅋㅋㅋ 바보야 문제는 공모가야” “명색이 경제 기자가 사실도 모르고 기사를 쓰네? 빅스텝이 아니라 시장이 정신을 차린 거지!” “주식시장 얼어붙은 거 지나가는 개도 아는데 상장철회 할 거면 뭐하러 칼을 뽑았니? 물이라도 베어야지 쫄보X” “에스원보다 못 버는데 왜 더비싸냐? 거기다 매출도 대부분 관계 회사밖에 없고” “구주매출이 많은 건 수요예측이 안 좋더라구요”.

대표적인 수요예측 흥행 실패사례로 꼽히는 크래프톤 주가 추이. 지난해 8월 상장 첫날보다 43.5% 빠졌다. /자료=한국거래소
대표적인 수요예측 흥행 실패사례로 꼽히는 크래프톤 주가 추이. 지난해 8월 상장 첫날보다 43.5% 빠졌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SK쉴더스와 함께 올해 IPO 대어로 손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28일 공모를 철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심사 승인 효력은 다음 달 6일 소멸됩니다. 상장 절차를 다시 밟으려면 신고서를 또 제출해야 하는데, 적어도 45일이 걸립니다. 사실상 올해 IPO는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IPO 시장의 냉각 조짐은 글로벌 긴축 흐름에 맞춰 이미 진행형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IT 관련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쏘카·원스토어·컬리·오아시스마켓 등인데,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수익’이 물음표입니다. 특히 원스토어는 오는 9일 IPO 간담회가 잡혀 있습니다. SK쉴더스의 상장철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입니다.

SK쉴더스처럼 수요예측 흥행 실패사례인 크래프톤 주가는 이날 25만65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상장 첫날 45만4000원보다 43.5%나 빠진 것입니다. SK쉴더스의 쉴더스는 방패막, 보호하다 등의 뜻을 가진 영어 ‘Shield’와 우리라는 인칭대명사 ‘us’가 합쳐져 태어났습니다. 증시 안팎의 불확실성 속에 동학개미의 방패막이 되어줄 새내기주는 언제쯤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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