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리는 실손보험 뒤엔 ‘과잉진료’라는 비급여 잔칫상 [사자경제]
상태바
또 올리는 실손보험 뒤엔 ‘과잉진료’라는 비급여 잔칫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14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소비자와함께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소비자와함께

“10년간 방치된 ‘간소화’ 즉시 도입하라.”

지난해 4월 11일 국회 정론관. 7개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보험금 미청구 등으로 이어져 크고 작은 손실을 가져왔다”. 1년7개월 뒤, 이 외침은 또 국회 소통관에서 메아리칩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법안은 의료계 반발로 또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실손보험’. 병원과 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90%까지 보상하는 실손의료보험을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정부가 내년 7월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알린 가운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이 적자분을 메우기 위해 실손 보험료 20%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오늘(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한화손해보험은 내년 1월 갱신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 예고문을 지난주부터 알렸습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은 이번 주 예고문을 고지합니다. 새해부터 보험료 인상을 적용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입니다. 보험사들은 영업일 기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이를 알려야 합니다.

이번 인상률은 손보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20% 안팎입니다. 보험료는 자율 결정이 원칙이지만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만큼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합니다. 이번 보험료 인상 통지문에 ‘추후 인상률이 변동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업계에서는 15~20% 올리려 했지만 당국의 제동으로 9%대 인상에 그쳤습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6일 발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로 나타났습니다. 가입자로부터 100원을 받았다면 130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134%)와 비교하면 소폭 개선된 것이지만,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듭니다.

실손보험 적자는 2018년 1조2000억원에서 2019년 2조50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실손보험 판매 30곳 가운데 지난해까지 판매를 중단한 곳은 모두 11곳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적자 구조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보험료 차등제를 기반으로 하는 4세대 실손보험을 내년 7월 출시키로 지난 9일 밝혔습니다.

한방 경혈치료의 경우 치료비가 5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방 경혈치료의 경우 치료비가 5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실손보험 안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 도입보다 비급여 의료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동일한 치료라도 병원 규모와 담당의사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 차이가 커 실손 보험금이 계속 새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올해 5월 기준 <비급여 진료비 정보 분석> 결과를 보면 비급여 진료비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예컨대 한방 경혈치료의 경우 최저금액은 1000원에서 최고금액은 50만원으로 500배까지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수의 과잉진료 이용자로 인해 수조원의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통원치료의 경우 실손보험 청구자의 상위 10%가 총 지급보험금의 절반을 타가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체계화된 산정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이 과잉 진료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도 필수입니다. 지난 9일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도 “비급여 의료관리 강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함께 해결되면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이 내년 7월부터 출시된다. /자료=금융위원회
4세대 실손보험이 내년 7월부터 출시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실손 보험료 20% 안팎 인상’ 소식에 누리꾼들은 선의의 납부자에게 피해 떠넘기기는 안 된다며 의료계의 ‘비급여 잔치’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많이 타먹는 사람 위주로 패널티를 늘려야지 왜 선의의 납부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냐” “지금까지 실손 딱 5만원 타먹었는데 월보험료를 또 올려?ㅋ 보험이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실손보험 약관대로 해라 니들 적자나는 것 니들이 여지껏 많이 번 것으로 보태라. 직원 감축하고 어디 여론 조작해서 국민들 피 빨라고 하냐?”.

“아무런 의학적 효과도 없는 도수 치료, 추나 요법 등을 치료 항목에 집어 넣어서 의사놈들,한의사 놈들 좋은 일 다 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 가압자에게 떠넘기고,,,,,,,, 쓰잘데기 없는 치료 같지도 않은 항목 삭제해라...보험료 그만 처올리고.. 한의원 가면 환자로 보는 게 아니고 호객님 물주로 본다...한의원 가면 첫마디가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묻는 게 아니고 실손보험 있는지부터 먼저 물어본다”.

“정형외과 가면 도수·체외충격파·신경차단주사 비급여 잔치 벌어지는데... 이걸 고쳐야지 아픈 환자가 먼죄라고... 실손에서 몇조 손해봤다면 그 돈 벌어간 건 대체 누굴까” “의료쇼핑 부분에는 좀 기준을 다시 잡아야지. 10프로가 손실 다 만든다매?? 건강보험도 좀 내실 다지고” “실손 보험료 털어가서 의사들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의사조합 코로나 사태에 입만 가지고 봉사도 안하고 뒷짐 지고 서서 바라만 보고 있네요. 실손보험 도적질의 한축이 과잉진료다. 물론 수가가 낮은 것이 있어도 말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강의하는 펠릭스 로하틴. /사진=콜롬비아대학신문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강의하는 펠릭스 로하틴. /사진=콜롬비아대학신문

“금융은 고객과 협력해 그들을 돕는 서비스이다. 딜의 성패는 그 다음일 뿐”. 2010년 1월 세계 최대의 독립 투자은행 회장이 된 그에게 언론의 평가가 이어집니다. 뉴욕타임스는 “월가의 전설이 돌아왔다”라며 반깁니다. 오늘은 펠릭스 로하틴이 세상을 떠난 지 첫 기일입니다. 그가 다음 세대 금융인들에게 남긴 말입니다.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실손보험을 기대합니다.

“소수 10%에게 나라 전체 소득의 90%를 안기는 딜을 만드는 질주는 미친 짓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