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묵은’ 김치냉장고, 칭찬받은 까닭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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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묵은’ 김치냉장고, 칭찬받은 까닭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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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아딤채, 화재위험 제품 자발적 리콜 실시… 4대그룹 ‘리콜 이행률’ 보니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84년 처음 선보인 김치냉장고 신문광고.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84년 처음 선보인 김치냉장고 신문광고.

“냉장고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이 냉장고는 창조적 현지화의 표본이다.”

2007년 11월 5일, 우리나라를 찾은 세계적 디지털 주변기기 회사 사장은 가전제품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1984년 3월생 ‘김치냉장고’입니다. 금성사에서 처음 내놓은 가전은 광고문구와 달리 주부들로부터 내소박당하고 쫓겨 갑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김치냉장고는 아주 잘 익은 상태로 돌아옵니다. 대형 마트의 등장, 강남 아줌마의 러브콜과 함께.

위니아딤채가 리콜에 들어간 김치냉장고 모델. /사진=위니아딤채
위니아딤채가 리콜에 들어간 김치냉장고 모델. /사진=위니아딤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오늘(2일) 위니아딤채의 낡은 김치냉장고 특정 부품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자발적 결함보상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결함보상’.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한 회사가 결함을 발견하여 보상해주는 소비자보호제도로, 영어로 ‘리콜’이라고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리콜은 다시 법령에 의한 리콜과 자발적 리콜로 나뉩니다.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이 안전이 필수적인 제품의 경우, 법으로 규정한 대표적인 법령에 의한 리콜 대상입니다. 이번 김치냉장고는 자발적 리콜인데 2005년 9월 이전 위니아딤채가 생산한 모든 모델이 대상입니다. 모두 앞면에 조작용 디스플레이가 있고 아래쪽에는 기계실(배선·전기부품 조립)이 있는 위로 여닫는 뚜껑형 제품입니다.

/자료=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지난해 10월 30일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김치냉장고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지난해 10월 30일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김치냉장고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김치냉장고 화재는 총 239건이 보고됐습니다. 이 가운데 위니아딤채 제품에서 207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2005년 9월 이전에 생산된 리콜 대상입니다. 김치냉장고를 오래 사용하면서 계전기 접점부 접촉 불량이 발생해 발화가 된다는 게 소방재난본부의 설명입니다.

위니아딤채는 이번 리콜 조치 전부터 판매한 제품 41%의 부품을 교체하는 등 사실상 자발적 리콜을 시행해왔습니다. 위니아딤채는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품을 수거·교체한다”라며, ▲제품 기계실 청소·안전점검 ▲노후 부품 전액 무상 교환 ▲고객이 신제품 구매를 원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적용한 보상판매 등도 함께 실시하고 있습니다.

2일 오전부터 위니아딤채 누리집은 접속자가 몰려 열리지 않고 있다.
2일 오전부터 위니아딤채 누리집은 접속자가 몰려 열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 밖입니다. 기존의 리콜 사례들과 달리 제조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제품인데도 리콜 칭찬합니다” “이렇게 사후관리 잘되는 가전 첨 봤네. 다음 김치냉장고는 딤채 사야겠당ㅋ” “15년 지났는데 아직도 짱짱하다. 김치맛도 좋고 지금은 시골집에 가있지만 거기서도 잘 돌아가더라. 리콜 신청해드려야겠다” “자발적 리콜을 시행해왔다는 게 중요한 거다. 한국에서 저런 기업 몇개나 될 거 같은가. 너무 까대지만 말고 응원할 건 응원해라. 이러면서 기업이, 나라가 발전하는 거다. 그런데 국민은 응원은커녕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우리 엄마 아직도 이것 쓴다”.

물론 제조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5년간 김치냉장고 화재건수 239건인데 딤채가 207건이라 써있구만 이걸 리콜한다고 칭찬하는 놈들은 알바임?” “엄청 똑똑한 마케팅이다. 15년이나 되어서 많이 없을 건데 비용 많이 안 들면서 광고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좋은 이미지도 얻고” “노후 김냉에서 불이 졸 많이 나서 보험료 할증 되니까 리콜해주고 수리해주는 거지...ㅋㅋㅋ 위니아딤채가 땅 파서 장사하나...제발 기업들 빨아주지 좀 말자” “리콜은 자재가 없단다. 새로 구매해라 함. 이게 먼 리콜여 판매영업이징” “이 리콜이 쫌 더 빨리 됐어야 합니다. 여론 때문에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참고로 딤채 냉장고 화재 당사자입니다”.

4대그룹 리콜 이행률. /자료=정재호 전 의원실
4대그룹 리콜 이행률. /자료=정재호 전 의원실

어쨌든 비난 일색인 기존 리콜 사례와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제품 불량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경우를 수없이 겪었기 때문일 겁니다.

“OO차 존버(끈질기게 버티기)하고 차원이 다르군” “OO차 보고 있나?” “대단하네....15년 된 가전을 리콜한다니....OOOOO가 배워야 할 듯” “OO랑은 참 다르네” “타사들과의 대처법이 달라서 좋아 보입니다” “자동차도 만들면 꼭 구매하겠음” “100만원도 안하는 제품 15년이 지나도 리콜을 해주는데 몇천만원 억에 가까운 차를 팔아놓고 생명과 직결되는데도 내 잘못 아니다하는 회사와 차이를 느끼네요”.

“평균 이행률이 10%도 안 된다”. 지난해 10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이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소비자기본법 개정 이전(2015-2017년) 시정권고를 받은 현대·LG·롯데·삼성그룹의 리콜 이행률이 평균 7.48%로 나타난 것입니다. 누리꾼들이 분노한 이유가 수치로 드러난 것입니다.

조선 중종 임금 무렵에는 김치를 ‘딤채’라고 불렀다. /사진=픽사베이
조선 중종 임금 무렵에는 김치를 ‘딤채’라고 불렀다. /사진=픽사베이

‘딤채’. 조선 중종 임금 때 김치를 일컫던 말입니다. 이전에는 ‘침채(沈菜)’라고 했는데 이때는 소금물에 무나 채소(菜)를 절인(沈) 국물이 많은 형태였습니다. 침채가 ‘팀채’를 거쳐 딤채라는 표기로 바뀐 무렵부터 고춧가루가 사용되어 오늘의 김치 형태를 띠게 됩니다. 어느 누리꾼의 반응처럼 이번 리콜이 나쁜 기억이 아닌 맛있는 추억으로 곱씹어지길 바랍니다.

“15년 전부터 대한민국에만 있던 가전제품... 추억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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