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등록제 없애면 “놀이터 확대” vs “Buy Korea”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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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등록제 없애면 “놀이터 확대” vs “Buy Korea”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1.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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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외국인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개인투자자 반발 확산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30여 년간 지켜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올해 안에 폐지다. /사진=픽사베이
30여 년간 지켜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올해 안에 폐지다. /사진=픽사베이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 관련 제도를 글로벌 정합성에 맞게 개선하겠습니다.”

오늘(25일) 금융위원회가 ‘정합성’(整合性)이라는 어려운 표현까지 써가며 내놓은 보도자료의 제목입니다. 보통 금융위보다 하루 빠른 금융감독원 누리집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으로 올라온 보도자료입니다. 어느 외국인이 투자해도 문제점이 없도록, 대한민국 증시 환경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겠다는 뜻입니다.

25일 금융위에 따르면, 30여 년간 지켜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올해 안에 폐지됩니다. 그동안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미리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전등록 없이 개인은 여권번호,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외국인 통합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의무를 폐지한다. 다만 투자 내역 보고의무를 없애는 대신, 통합계좌를 터준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외국인 통합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의무를 폐지한다. 다만 투자 내역 보고의무를 없애는 대신, 통합계좌를 터준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1992년 외국인에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한도 관리를 위해 도입했습니다. 이후 기간산업에 속하는 33개 종목을 제외한 일반 상장사에 대한 투자 한도 제한이 폐지된 1998년부터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돼왔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사라지면 국내 증시 투자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해 6월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마켓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그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포함한 9개 부문을 꼽았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등을 폐지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2024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을 시작으로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2024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을 시작으로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외국인 통합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의무도 폐지합니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입니다. 그동안 투자 내역 보고의무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2017년 도입 이후 활용된 사례가 없습니다.

다만 투자 내역 보고의무를 없애는 대신, 통합계좌를 터준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관리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다면 최종투자자 투자 내역을 요구하고, 증권사들이 불응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외국인의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도 대폭 확대합니다.

조건부 매매, 직접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뿐 아니라, 사전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 신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끝으로 내년부터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어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공시 대상을 확대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규제 완화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이 먼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규제 완화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이 먼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외국인 놀이터’가 커질 것이라며,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매도 개선 + 배당제도 개편 2개 먼저 해라. 투자자 위한 개선은 개밥만큼도 안 하지” “혜택 많은 외인을 더 혜택 준다고? 자국인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지. 이러니 기울어진 운동장 얘기가 나오지” “공매도 개인한테도 무한대로 인정해달라 했더니 외인 형님들만 좋아졌네” “외국인 놀이터 그 자체” “공매도 개미들에게 허용하면 된다” “상호주의대로 우리 국민한테 세금 받는 나라 세금이나 걷어라” “개관과 외인들 다 해 먹으라 하고 국내 주식 떠납시다” “주식시장 개미지옥 되겠구먼.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다들 피신합시다”.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의 역차별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네. 이건 뭐 거의 다른 나라들의 노예국가 만들기에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 있는 꼴” “외국인 투자 완전 자유화는 버블이 폭발할 때까지 자산 버블을 만들고, 자산 버블이 터지면 외국인들이 한국 자산 헐값에 모조리 줍줍 한다. 투자 자유화로 주식취득한계가 없어진 삼성전자 등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의 외인 지분 60% 이상을 넘어서면서 경영권도 모조리 넘어간다. 특히, 삼성, 현대차, 롯데 계열사는 일본자금에 넘어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403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80억원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서 4610억원어치 순매수한 영향이 컸습니다. 다만 새해 들어서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지난 20일까지 4조990억원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20일까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입니다. 5387억원어치(880만주)를 집중 매수하면서 순매수 1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어 신한지주(1187억원), SK하이닉스 (1023억원)가 순매수 톱3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포스코케미칼(-597억원)과 NAVER(-393억원), 카카오(-373억원)는 많이 팔아치운 종목 톱3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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