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월권 논란 속 ‘공매도 완전 재개’ 받은 김주현 [사자경제]
상태바
이복현 월권 논란 속 ‘공매도 완전 재개’ 받은 김주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3.31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관 업무 아닌 금감원장이 꺼내고 금융위원장이 받친 꼴… ‘시기’ 놓고서는 온도 차 드러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31일 열린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예정과 달리 참석했다. 이 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도 ‘공매도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그 ‘시기’를 놓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31일 열린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예정과 달리 참석했다. 이 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도 ‘공매도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그 ‘시기’를 놓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몇 달 이내에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할 것이다. 올해 안에 규제가 해제되기를 바란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밝힌 생각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위원회 소관 업무에 대한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입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쪼개면서 금융위에는 금융정책과 진흥, 금감원에는 감독 업무를 맡겼습니다. 두 기관 간 갈등의 역사가 시작된 배경입니다.

이복현 원장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완화’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만 그 ‘시기’를 놓고 차이를 보여, 월권 논란과 함께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이목이 쏠립니다. 31일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가 끝난 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매도 금지조치는 글로벌 기준에서 봤을 때 맞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완전 재개의 가늠자로 보는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 종가 3305.21p가 높게 느껴진다. /자료=한국거래소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완전 재개의 가늠자로 보는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 종가 3305.21p가 높게 느껴진다. /자료=한국거래소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공매도 완전 재개를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시기와 방법은 아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언제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 해도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 추진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 자리에는 예정과 다르게 이복현 원장도 참석했습니다. 앞서 이 원장은 금융시장 불안만 해소된다면 ‘올해 안’에 공매도 금지 해제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공매도 완전 재개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공감대’를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이해관계자의 커다란 한 축인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해 주식시장 전망도 녹록지 않습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호재성 재료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큽니다. 2~3분기를 지나는 동안 미국의 경기 침체 논란 재점화, 누적된 긴축의 부작용이 불거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476.86에 마감,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 3305.21보다 25.06% 하락했습니다.

5년 5개월 전인 2017년 10월 30일 오전 11시 10분 코스피지수가 2500.63을 가리키고 있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 2476.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5년 5개월 전인 2017년 10월 30일 오전 11시 10분 코스피지수가 2500.63을 가리키고 있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 2476.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규제 완화의 우선순위도 모른 채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선진국처럼 제도를 운용하려면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장치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공매도와 주가 하락은 상관없다는 당국 수장들의 논리에는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먼저 악의적인 공매도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이 좋아서 들어오냐? 그냥 한국 돈 털어가려고 들어오는 거다” “미국은 기관들이 공매도를 하더라도 우리나라 개미처럼 갚아야 할 정해진 기간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도 미국처럼 운동장을 균형 있게 만들어 놓고 시행해라. 왜 우리나라 기관들만 공매도 기간을 영원하게 만드나? 먼저 선진국 수준으로 공매도 제도를 만들어 놓고 공매도를 시행해라” “공매도 상환기일만 개인과 같이 만들라니까? 그러면 전면 시행해도 문제없다”.

“경제도 모르는 자를 이런 자리에” “공매도와 주가 하락은 상관없다는 X소리는 21세기 가장 웃기는 코미디.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난다. 공매도들이 자원봉사자냐? 주가 올려주게” “사실 공매도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다. 말로는 과하게 오르는 주식을 막는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결국 공매도들 귀신주식으로 돈 버는 건데. 짜고 치는 공매도. 근데 왜 금융위는 공매도 편일까” “공매도가 나쁜 게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가 이상해서 그래. 제도부터 미국하고 동일하게 만들고 시작하자 어려운 거 아니잖아”.

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분리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 왔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분리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 왔다. /사진=금융감독원

한편 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분리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2009년 11월 당시 김종창 금감원장은 한 행사에 참석해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차원에서 금지해 왔던 채권 공매도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금융위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홍영만 자본시장국장은 “처음 듣는 말”이라며 반박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기관이 다시 통합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2019년 8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두 기관을 나눈 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그간 분리돼 운영해왔는데 또다시 합칠 수는 없다고 본다”라며 “금감원을 다시 공무원 조직으로 바꾸면 많은 행정 소요가 들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5년을 따로 산 만큼 재통합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1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0년 국정감사에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 감독으로 들썩일 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해야 할 때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금감원을) 관리하도록 하고, 조직 운영이나 보수 체계에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재정 지원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기재부 장관(경제부총리)이 해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지정합니다. 올해 1월 열린 공운위에서도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됐습니다. “2021년 부과했던 지정 유보 조건이 정상 이행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내년 공운위가 열 달 남았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