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 금감원 감사결과가 부른 이복현 역할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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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 금감원 감사결과가 부른 이복현 역할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4.0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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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출근했는데 월급 1214만원, 해고 수당까지… 감사원 지적 쏟아지자 “집안 단속부터”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금융감독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 꼭 뒷북쳐요. 이상 외화송금 모니터링해서 즉시 조치를 해야지. (금융)감독원 감독 소홀도 문책해야 한다.”

어제(4일) 금융감독원이 16조원대의 불법 외화송금에 가담한 은행과 임직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최근 이복현 원장의 ‘공매도 전면 재개’ 발언까지 맞물려, 금감원에 대한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합니다. 마침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합니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방자치단체에 파견한 86명이 1년간 작성한 보고서는 41개로 1인당 평균 0.48개에 그쳤습니다. 특히 강원도지사의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파견한 직원은 지난해 9월 채권시장의 파장을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를 미리 파악조차 못 했고, 자문을 제공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원도지사의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파견한 금감원 직원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를 미리 파악조차 못 했고, 자문을 제공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감사원
강원도지사의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파견한 금감원 직원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를 미리 파악조차 못 했고, 자문을 제공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감사원

금감원은 또 파견자들에게 ‘대외관계에 필요하다’라는 이유로 직제상 정식 직위가 아닌 유사 ‘국·팀장’ 직위를 부여했습니다. 앞서 2009, 2015, 2017년 유사 직위를 두지 말라고 감사원이 지적했는데도, 이 같은 자리 5개를 늘려 현재 46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유사 직위 폐지와 복무 불량 직원 5명을 인사 조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직원 퇴직금과 상여금을 불합리하게 산정해 2015년 이후 인건비 18억원을 과다 지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을 계산할 때,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높은 ‘기존 퇴직금’과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는 ‘특별퇴직금’ 양쪽에 모두 퇴직한 달을 포함해 집계한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하루만 근무해도 월급 전액을 받은 경우입니다. 2016년 2월에 퇴직한 직원은 그해 2월 단 하루만 출근했지만, 월급 전액인 1214만원을 타갔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퇴직한 다음 날 임원이 되면서 직원 보수 1200여만원과 임원 보수 1720여만원을 모두 받아 챙겼습니다.

금감원은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을 계산할 때,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높은 ‘기존 퇴직금’과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는 ‘특별퇴직금’ 양쪽에 모두 퇴직한 달을 포함,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감사원
금감원은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을 계산할 때,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높은 ‘기존 퇴직금’과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는 ‘특별퇴직금’ 양쪽에 모두 퇴직한 달을 포함,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감사원

심지어 금품수수, 채용 비리,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직원에게도 적게는 290만원, 많게는 985만원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본인의 귀책 사유로 징계 면직되는 직원에게는 30일분 통상 임금에 준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금감원은 또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와 금리인하요구권을 부실 운영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점검했습니다. 실제 일부 은행은 2017~2021년 예금보험료 명목 3조4000억, 지급준비금 명목 1조2000억원을 대출자와 직접 관련 없는 가산이자로 부과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교육세를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면서도 임의로 반올림해 대출자에게 562억원의 불이익을 안겼습니다.

감사원은 아울러 한 증권사가 사실상 똑같은 펀드를 투자자 49인 이하로 ‘쪼개기 발행’한 것을 제재하지 않은 점, 검사·감독업무를 할 때 적법절차 없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예산 운영의 개선, 미비한 규정 보완, 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한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금감원 감사 결과에 이복현 원장(왼쪽)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이 원장이 5일 에반 그린버그 처브그룹 회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 감사 결과에 이복현 원장(왼쪽)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이 원장이 5일 에반 그린버그 처브그룹 회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평소 금감원에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며, 이복현 원장의 역할론을 새삼 환기해주고 있습니다.

“예산은 은행에서 받아서 운영하는 집단인데” “코로나 지원금 대출하느라 고생한 은행원들 뒤통수치고, 사기꾼 취급하더니, 금융기관 출연금으로 아주 잘들 해 X먹었네” “책임을 물어서 금감원장과 부원장의 월급을 1년간 50% 깎고 금감원의 성과급을 최하급으로 줘야 한다” “저런 X들이 누굴 감시·감독하겠다는 거냐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이복현! 집구석 단도리부터 하고 은행장들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해라” “이복현 뭐하냐? 이런 카르텔 무너뜨리라고 검사 출신이 거기 간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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