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노벨상’ 욕먹는데… 한은·공기업의 특혜 대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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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노벨상’ 욕먹는데… 한은·공기업의 특혜 대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0.1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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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27개 공기업, 1%대 직원대출 여전… 누리꾼들, ‘양적완화’ 아이콘 버냉키까지 비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사진) 등 3명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사진) 등 3명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2008년 12월 16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선언합니다. 정책금리를 0~0.25%로 운용하기로 결정하며, 그 유명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13년 10개월 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버냉키 전 의장 등 3명을 2022년 경제학상 수상자로 뽑았습니다.

제로금리 정책 후폭풍으로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우리나라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 공기업들이 직원을 대상으로 ‘특혜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은과 27개 공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연 1~2%대 저금리로 대출 특혜를 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직원들에게 연평균 1% 중·후반 금리로 주택 및 생활안정 자금을 빌려줬습니다. 한은은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특혜 대출 지적이 나오자, 올해 7월부터 주택자금 대출에 대해 시중금리로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대출을 받은 직원은 여전히 1.8%의 금리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 공기업들이 직원을 대상으로 ‘특혜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스웰DB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 공기업들이 직원을 대상으로 ‘특혜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스웰DB

여기에 주택자금 대출과 달리 생활안정 대출금리는 여전히 1.8%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직원 1인당 2000만원 한도를 3000만원으로 상향하며 중복대출도 허용했습니다. 한국은행 직원이라면 기존 5000만원이던 대출 한도가 8000만원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국회 지적을 수용하는 척했지만, 이 같은 꼼수를 통해 직원 특혜 대출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혜 대출은 한은뿐 아니라 공기업에서도 여전히 만연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말 기재부에 제출된 공기업들의 혁신안에 따르면, 36개 공기업 가운데 27곳은 사내대출을 해줄 때 LTV 규제와 금리·한도 조정 지침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공기업별로 보면, 한국전력은 주택 매입의 경우 연 3% 금리에 1억, 임차는 2.5% 금리에 8000만원 한도로 대출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택을 구입할 때 1.67% 금리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1.5% 금리로 최대 2억원까지 돈을 빌려줍니다. 두 기관 모두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9% 금리에 한도 9000만원, 한국도로공사도 LTV 없이 1.95% 금리로 7500만원까지 주택자금을 빌려줬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6개 공기업 가운데 75%인 27곳이 여전히 직원을 대상으로 특혜 대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6개 공기업 가운데 75%인 27곳이 여전히 직원을 대상으로 특혜 대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LH

이밖에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도 LTV를 적용하지 않거나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공기업의 혁신계획안에는 사내대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노사 간 협의를 거쳐야 하기에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특혜 대출 제도 폐지와 함께 흑자 공기업으로 만들 궁리부터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기업 공무원들은 말도 안되는 1프로 저금리 하고 해외 토픽감이다. 국민은 실제로는 거의 6프로대 금리. 빚쟁이 자영업자를 과소비 물가 인상 주범으로 몰아 금리 올리는 한국은행 해체시켜라” “공기업 대출 특혜 없애고 시중은행 수준으로 빠르게 올려라. 5~7% 수준으로 올려 적자를 흑자로 만들어라” “적자 내고 전기 요금 올리면서 특혜?” “세금으로 운영하는 곳이 큰 문제야” “저금리로 대출받은 후 고금리 은행상품에 투자해서 앉아서 이자로 돈 벌고 있는 다수의 공공기관 직원들의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국내 기업이 2015년 2월 경매에 최초로 나온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낙찰 받았다. 1971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수상한 메달이다. /사진=이랜드그룹
국내 기업이 2015년 2월 경매에 최초로 나온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낙찰 받았다. 1971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수상한 메달이다. /사진=이랜드그룹

한편 전날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버냉키 전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교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위원회는 “은행과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업적을 공로로 인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1980년대 초 이들의 연구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이어 “특히 경제 위기 속에서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라며 “은행의 줄도산을 막는 것이 왜 필수적인지에 대해 중요한 발견을 이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버냉키의 이러한 업적에도 ‘헬리콥터 벤’이 안겨준 양적완화 후유증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기업들의 특혜 대출이 더욱 못마땅한 이유입니다.

“버냉키가 노벨상 받다니 갈수록 노벨상 신뢰가 안 간다” “버냉키가 뿌리기 시작한 돈 때문에 지금 이 고생 중인데 타이밍도 참. 작년에 그 돈으로 시장 돌 때 주든가, 몇 년 지나서 이 사태 지나가면 주든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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