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서 벌어진 달러 싸움… 환율 얼마나 오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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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서 벌어진 달러 싸움… 환율 얼마나 오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0.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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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수입 물가 석 달 만에 상승… 원/달러 환율 “연내 1500원 돌파” 전망 잇따라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달러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갈무리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달러 판매 게시글. /사진=당근마켓 갈무리

“미국달러 400~500달러 삽니다. 100달러당 140,000에 삽니다.”

“달러 팝니다. 달러당 1430원”

어제(13일)와 오늘,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들입니다. 달러가 필요해 사고자 하는 이는 달러당 1400원꼴, 팔고자 하는 이는 1430원에 내놨으니 간극은 ‘30원’입니다. 만약 500달러를 놓고 흥정을 벌인다면, ‘1만5000원’의 실랑이가 됩니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지난 8월 기준 서울의 짜장면값이 6300원이니, 짜장면 두 그릇의 눈치싸움인 셈입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가 지난달 154.38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사이에 3.3% 올랐고, 1년 전보다는 24.1% 뛴 것입니다. 품목별로는 원유를 포함한 광산품(3.3%), 중간재 가운데 컴퓨터·전자·광학기기(5.4%)의 상승 폭이 컸습니다. 세부 품목 중에는 천연가스(13.7%), 시스템반도체(8.7%) 등이 크게 올랐습니다.

국제유가와 함께 7~8월 연속 하락하던 수입 물가가 ‘킹달러’로 석 달 만에 다시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국제유가와 함께 7~8월 연속 하락하던 수입 물가가 ‘킹달러’로 석 달 만에 다시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국제유가와 함께 7~8월 연속 하락한 수입 물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석 달 만입니다. 지난달에도 기름값은 하락했지만, 달러당 원화 가격이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달러당 평균 원화는 1391.59원으로, 한 달 만에 5.5% 뛰었습니다. 수입 물가가 1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인플레이션에도 곧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달러 강세는 ‘1500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환경이 강달러를 심화시키는 상황이어서 원화값이 연말까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라면서 “1500원까지 하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함께 ‘킹달러’ 현상이 11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함께 ‘킹달러’ 현상이 11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한국은행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도 이달 초 세미나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유효하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는 매우 저평가됐고 미국 달러화는 매우 비싸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와 국제 경제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를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함께 ‘킹달러’ 현상이 한은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12일 금통위 회의에서 주상영, 신성환 위원만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공식 화폐인 달러 지폐들. 미국을 세운 인물(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과 역대 유명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윗줄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려진 5달러, 토머스 제퍼슨의 2달러, 벤저민 프랭클린의 100달러, 알렉산더 해밀턴의 10달러, 앤드루 잭슨의 20달러짜리 지폐다. 아래 펼쳐진 지폐는 조지 워싱턴이 그려진 1달러짜리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공식 화폐인 달러 지폐들. 미국을 세운 인물(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과 역대 유명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윗줄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려진 5달러, 토머스 제퍼슨의 2달러, 벤저민 프랭클린의 100달러, 알렉산더 해밀턴의 10달러, 앤드루 잭슨의 20달러짜리 지폐다. 아래 펼쳐진 지폐는 조지 워싱턴이 그려진 1달러짜리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앞서 소개한 것처럼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외화를 사고팔 때는 <외국환 거래 규정>에 따라 미리 한은에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5000달러 이내에서 신고가 면제됩니다. 물론 매매차익 여부는 취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여행 등 실수요 목적으로 달러 등을 샀다가 남은 돈을 파는 경우는 차익이 발생해도 ‘매매차익 목적’이 없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투기 목적의 거래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위반금액 10억원 이하) 또는 벌금 및 징역형(위반금액 10억원 초과)에 처합니다. 오늘(14일)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1428.5원입니다. 짜장면 두 그릇 값이 커 보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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