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공시오류 ‘CFD’, 투자자 보호는 또 뒷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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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공시오류 ‘CFD’, 투자자 보호는 또 뒷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9.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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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촉발에도 제도 개선 미흡… ‘대차거래 잔액 증가 종목’ 투자 유의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이 따르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고위험이 따르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편법으로 시장을 교란해 극소수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는 반면, 그로 인한 피해와 폐해는 시장 전체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지난 5월 첫날,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손질을 촉구했던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개별 종목별 CFD 잔고(잔액) 정보 공시가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집계 오류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CFD 종목별 잔액은 명목 금액 기준으로 공시합니다. 앞서 협회는 지난 1일부터 누리집을 통해 개별 종목별 CFD 잔액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왔습니다. 전체 증권사별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전산 준비가 마무리될 때(9월 중)까지 한시적으로 공시하는 것입니다.

이번 달부터 CFD 종목별 잔액을 공시한 금융투자협회가 첫날부터 집계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통계는 수정돼 공시하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이번 달부터 CFD 종목별 잔액을 공시한 금융투자협회가 첫날부터 집계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통계는 수정돼 공시하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하지만 협회 공시 내용에 착오가 발생해 통계가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CFD 잔액 기준으로서 명목 금액 기준과 증거금 차감 금액 기준이 혼재돼 집계된 탓입니다. 명목 금액은 증거금을 포함한 기준으로 매수·매도 가격에 수량을 곱한 것이며, 증거금 차감 금액은 명목 금액에서 투자자가 납입한 증거금을 뺀 것입니다.

이에 협회는 “오류가 발생한 자료에 대해 명목 금액 기준으로 수정을 마쳤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종합통계포털에는 증거금 포함 명목 금액 기준과 증거금 차감 금액 기준을 구분하여 게시하고 있습니다. 일간 국내 CFD 잔액이 ▲8월 31일 9677억→1조1058억 ▲9월 1일 762억→1조1040억 ▲9월 4일 1조412억→1조995억원으로 고쳐진 것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인 CFD는 수익도 손실도 눈덩이지만, 특정 종목에 물량이 얼마나 쌓였는지 투자자는 전혀 모르는 구조였다. /자료=금융감독원
레버리지 상품인 CFD는 수익도 손실도 눈덩이지만, 특정 종목에 물량이 얼마나 쌓였는지 투자자는 전혀 모르는 구조였다. /자료=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집중 점검 결과, 이상 거래 적출기준 개선과 매매분석기법 고도화 등 시장감시체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집중 점검 결과, 이상 거래 적출기준 개선과 매매분석기법 고도화 등 시장감시체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한국거래소

이에 따라 같은 기간 국내 및 해외 CFD 잔액도 ▲8월 31일 1조2725억원 ▲9월 1일 1조 2703억원 ▲9월 4일 1조2653억원으로 수정됐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협회 및 코스콤은 취합·배포하는 시장 정보의 기준을 증권사 등에 명확히 안내해 혼선이 없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5일 기준 CFD 잔액이 존재하는 종목은 모두 1343개(코스피 595, 코스닥 748개)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잔액이 100억원을 넘는 종목은 모두 24개입니다. CFD 종목 중 1.79%에 해당합니다. 잔액 기준으로 500억원이 넘는 종목은 ▲제이알글로벌리츠 588억(1156만7218주) ▲넥스틴 509억(85만9308주) ▲유한양행 505억원(91만7796주)입니다.

지난 5일 기준 CFD 잔액이 존재하는 종목은 모두 1343개(코스피 595, 코스닥 748개)로 나타난 가운데,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지난 5일 기준 CFD 잔액이 존재하는 종목은 모두 1343개(코스피 595, 코스닥 748개)로 나타난 가운데,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투자협회

또 ▲율촌화학 293억(87만6862주) ▲삼성전자 287억(38만7863주) ▲메디톡스 279억(12만547주) ▲메디포스트 253억(67만4274주) ▲원텍 238억(302만9890주) ▲메리츠금융지주 189억(39만1422주) ▲파마리서치 187억(17만460주) ▲우리금융지주 183억(141만6440주) ▲유비쿼스홀딩스 169억(70만4916주) ▲신풍제약 160억원(61만6644주)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 ▲에스엠 157억(14만8550주) ▲싸이토젠 154억(94만1428주) ▲유티아이 148억(82만6823주) ▲알테오젠 135억(29만2901주) ▲삼천당제약 127억(19만1157주) ▲엘앤케이바이오 123억(54만8799주) ▲안트로젠 118억(20만3442주) ▲오스코텍 106억(51만3981주) ▲카나리아바이오 105억(92만9009주) ▲하이브 103억(5만145주) ▲셀트리온 100억원(5만4653주) 순입니다.

개인 위탁계정 기준 공시로 인해 법인 CFD, 역외 CFD 잔액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고, 상위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현물 충격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료=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개인 위탁계정 기준 공시로 인해 법인 CFD, 역외 CFD 잔액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고, 상위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현물 충격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료=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CFD는 기초자산의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증거금의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합니다. 지난 4월 터진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됐던 8종목 중 잔액이 100억원 이상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CFD 종목 가운데 ‘대차거래 잔액이 증가하는 경우’ 투자에 유의하라고 조언합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당 종목 매도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은 다른 포지션에 대차거래나 CFD 매도 미결제약정이 설정되어 있을 때”라며 “공매도 허용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외에도 대차거래 잔액 증가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고 연구원은 그러면서 “CFD 잔액 공시 목적은 주식 현물이 아닌 장외 파생상품이 개별 종목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한 투자자 보호에 있다”라며 “CFD 상품의 익스포저에 대한 규제의 기초는 마련됐지만, 이보다 상위 개념의 장외 파생상품의 주식시장 영향도 높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르는 법, 한 누리꾼의 주장입니다.

“투기성이 강한 거래를 허용할수록 주가조작의 유혹도 커지는 법, 웬만하면 이런 것 허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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