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15년, 당국이 ‘주가 급락’ 못 막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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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5년, 당국이 ‘주가 급락’ 못 막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8.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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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5건 주가 급락, 자본시장은 ‘범죄자 소굴’… 금융당국 무능인가, 유착인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요즘 주식시장 돌아가는 모양새가 오랫동안 믿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답답하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이 우물 안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줄 알았다. 또한 사필귀정을 믿으며 곧 상식으로 세상이 복귀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비상식과 부조리가 세상 중심에서 지배하며 탈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오히려 필자가 우물 안에 있다는 쪽으로 세상 질서 관점이 치환한다. 무엇보다 속 시끄럽게 하는 것은 부화뇌동(附和雷同)을 촉구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의 말이 너무나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고 특히 터무니없는 것에 대한 시장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말벌처럼 윙윙거리는 전경을 무방비로 목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키움증권 본사와 김익래 전 키움그룹 회장 자택에 대한 서울남부지점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부의 두 번째 압수수색이 있었다. 발단은 4월 24일 발생한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 폭락 사태였다. 귀신처럼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미리 매도해 605억 원을 확보했는데, 라덕연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주가 폭락을 일으킨 매도 정황을 미리 알았으며 주가 폭락의 주요 배후라고 지목했다. 이로써 4월 주가 폭락은 결국 CFD라는 사악한 제도를 이용해 주가조작(또는 시세 조정)을 일으킨 인재(人災))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두 번째 주가 폭락은 6월 14일에 또 다른 다섯 종목에서 다시 일어났는데, 4월과 달리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인재(人災)로 엮을 구체적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자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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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6월 30일 국회는 주가조작을 엄벌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요즘 국회의 처사는 사후약방문이다. 선거에 영향을 줄 만큼 국민이 다치거나 재산 손해가 있을 거 같아야 움직인다. 이번에도 오래 묵힌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통과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이렇다. 2024년 1월부터는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로 얻은 불법 이익은 최대 2배(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어려울 때는 4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한 부당이득의 산정 근거를 법률로 명시하고 내부자 진술·증거 확보를 위한 감면 조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5월 23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목적으로 합체했다고 선언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검찰(남부지검) 협의체는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했다. 부수적으로 정부는 이 협의체를 활용하면 국민 대다수의 금융정보를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다. 주가 급락사태가 예기치 않게 정권에 유용한 금융시장 장악 도구를 선물한 셈이다.

자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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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월 24일 자본시장연구원(KCMI) 뉴스레터에 최근 금융당국과 견해가 다른 ‘주가 급락사태에 대한 소고(선임연구위원 김준석)’가 실려 필자는 이 글에 주목했다. 4월에는 8개 종목 –70%, 또 6월에는 5개 종목 –65%를 기록한 두 주가 폭락 사태는 여러모로 양상이 다르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 개의 종목이 폭등한 후 한순간에 일제히 폭락했다. 이 현상은 보통 봐오던 특정 회사의 횡령·비리와 연루한 것도 아니고 거시적 또는 정책 변수의 변화 영향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을 혐의로 삼고 있지만 여러 개 산업에 속하는 종목이 함께 폭락한 것은 주가조작이라는 범죄 시각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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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급락’이란 용어에는 희귀하게 사건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다소 착시가 섞인 인식을 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KCMI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수익률보다 –50% 이상 주가가 급락한 사례는 5거래일 수익률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거의 매달 일어났던 사태다. 20거래일 기준으로는 더 심각한데, 매달 3.5 건이 일어났고 상장기업 12.5%가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알고 있는 것보다 일반 투자자에 주가의 급락 위험(Crash Risk)은 가까이 있다. 그런데 기록처럼 자주 일어나는 주가 급락 위험이 범죄자의 농단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옳을까?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고 전문 감독체제를 15년 동안 시행했음에도 자본시장은 왜 주가조작 범죄자 소굴에서 나오지 못한 것일까? 무능일까? 아니면 유착일까?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KCMI 보고서는 주가조작을 제외한 주가 과대평가 원인을 제시한다. 가장 유력한 것은 기업의 부정적 정보가 장기간 은폐되고 누적되다가 갑자기 터져나올 때다. 이러한 은폐는 회계 불투명성, 경영자의 과신(overconfidence), 지나친 주가연계 보상 등과 관련 있다. 또 다른 가설은 다소 어렵지만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behavioral biases)다. 쉽게 얘기하면 일반 투자자가 비합리적인 투자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 과대평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과대평가 요인이 되는 이슈 하나하나를 한정된 지면에 설명하는 것은 무리하므로 생략한다. 주가 급락은 주식시장의 공급과 수요 양쪽 구조적 원인이 작동하는 결과이며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주식시장 주가 등락은 본질적 현상이다. 다만 비합리적인 급등·급락 회수를 줄이고 등락 진폭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구조를 개선·관리·조정하는 책무와 권한이 금융당국에 있다. 필자가 약 30년간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에 시장의 실패는 많은 경우 정책 실패였다. 주가 급락을 다루는데 주가조작을 때려잡으면 된다는 금융당국 처방은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주가 과대평가와 급락 책임은 명백하게 드러난 주가조작 외에는 구조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에 있다. 그러나 필자 경험에 그런 책임 의식을 가진 금융당국자는 찾기 힘들다. 결국 주가 급락 위험을 줄이기 쉽지는 않으므로 일반 투자자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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