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에 그토록 진심이었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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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에 그토록 진심이었을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9.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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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검찰의 라임펀드 재조사가 불러낸 불편한 ‘불완전 판매’의 기억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국회의원 총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여권이 생소한 정치적 주장을 동시다발로 부각하자 민심은 갈수록 어수선하다. 특히 여권이 총선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표심을 추스를 다양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라임펀드 사태를 적극적으로 재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임펀드 사태는 2020년 최종 조사를 마친 후 최근까지 제재 진행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불완전·불공정 영업 문제이며 이와 관련된 불법행위 문제였다. 지난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출현에 금융인들이 놀랐고 이유가 궁금했다. 이제는 대부분 국민이 그 사실을 잊은 듯했으나, 라임펀드 사태 재조사로 다시 검사 출신 금감원장 임명 이유를 상기시키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서울 남부지검과 협력 구축 등 일사불란한 일련의 움직임도 이를 설명하는 것 같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지난 1월 금감원은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를 설치했다. 언론 등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자산운용사에 대해 새롭게 제기한 의혹을 밝힌다는 이유였다. 라임펀드는 최종 조사를 마친 지 약 2년이 지났고, 제재 결과를 기다리던 때여서 다소 의외였다. 이어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TF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3개 펀드 자산운용사에서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 추구 행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15개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펀드 운용사별로는 라임 펀드의 법규 위반이 가장 많은 7건이었고, 옵티머스가 5건, 디스커버리가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여론이 주목하는 위반 사항은 특정 펀드 수익자의 특혜성 환매를 지원하기 위해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 특혜를 준 것으로 혐의를 받는 환매자 중 OO중앙회(200억원), OO상장회사(50억원)와 함께 야당 국회의원(2억원)도 있다고 밝힘으로써 결국 라임펀드 사태는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금감원 조사 발표 이후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 수사부가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금감원에 이어 이번 달에는 판매증권사, 펀드 사무관리회사로 압수 수색 범위를 신속하게 확대하고 있다. 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 수사부는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해체를 지시해 이전 정부가 당시 여권 정치인 연루설을 덮었다는 의혹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취임 8일 만에 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수부를 부활했다. 당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현 대통령의 극단적 대립 관계를 생각하면 정권 교체 이후 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 수사부의 재건과 라임 연루설에 관한 발 빠른 정치권 재수사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라임 펀드와 관련한 정치권 공방이 뜨거워지고 길어지는 것은 관련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라임 사태를 다룰 때마다 당시 관련 금융회사의 불공정 행위와 도덕 해이가 다시 곱씹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2020년 2월 금융감독원의 중간검사 결과에 의하면 2019년 말 기준 환매 연기된 라임 펀드는 모자형 펀드 형식으로 자펀드를 금융소비자에게 판매했는데 총액이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3577억원을 팔아 치웠다. 우리은행으로서는 라임펀드 사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언론에 노출된 우리은행의 모습은 개인 금융소비자에게는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잔액은 2018년 말 기준 19개 판매회사 가운데 금액 비중은 21%이지만, 계좌 수는 35.5%, 특히 개인 계좌 수도 35.9%를 차지해 다수 개인을 상대로 무지막지하게 판매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3.
자료 3.

우리은행이 이러한 라임펀드 문제점을 2019년 2월에 알게 된 사실은 같은 해 3월 은행 내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확인됐다. 중앙일보(2020.18) 단독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9년 2월 27일 라임자산운용사와 TRS(총수익교환계약)를 체결한 KB증권과 회의를 통해 라임펀드 위험을 논의했다. 즉 최소한 2월 말 이전에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보도에서 확인한 내부 문서에는 라임오렌지 펀드 성과가 급락하고, 라임플루토 펀드의 자산 디폴트 및 상각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를 멈추지 않았다. 2020년 초 몇몇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정리하면 라임펀드 판매 잔액이 2018년 말 1055억원이었으나 3월 초에는 4456억, 4월 초에는 7448억원으로 급증하고 7월 말에는 1조원을 넘긴다. 최초 인지한 시점부터 오히려 라임 판매 잔액은 가속도가 붙어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2018년 상반기 유독 라임펀드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까지 전체 사모펀드 판매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으나 라임펀드는 큰 폭으로 늘었고, 이후 대부분 사모펀드 판매 증가는 라임펀드에 의한 것이다. 왜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에 그토록 진심이었을까? 과거 언론 분석을 정리하면 두 가지를 유력한 이유로 추론할 수 있다.

하나는 라임자산운용 대표 원종준이 우리은행 직원과 유착했을 가능성이다. 원종준은 금융투자업계에 인맥을 자랑하는 연세대학교 출신으로 2005년 우리은행 증권운용부 매니저로 입행했고, 2008년 트러스트와 브레인 자산운용을 거쳐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창업했다. 이후 라임투자자문은 2015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추진된 사모펀드 육성정책에 따라 라임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회사로 전환한다. 원 대표는 당시 ‘제2의 박현주’로 평가받을 만큼 승승장구했고 헤지펀드의 매수·매도 동시 전략으로 10%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며 명성을 얻었다. 결국 라임자산운용의 우수한 시장 평가에 원 대표의 우리은행 근무 이력이 결합하며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몰아주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라임펀드 판매 몰아주기에 불을 붙인 것이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확장 전략이었다. 2019년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손태승 행장은 2018년 회계기간에 획기적 성과 제고가 필요했을 것이고, 사모펀드 매각을 통한 수수료 수익 증대에 매진했다. 결국 손태승 행장은 2018년 12월 초대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에 성공했다.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 증권사 지점장 경험이 있는 필자는 한 펀드에 주목했다. 우리은행은 라임 자산운용사의 우려 표명에도 6개월 만기 헤지펀드 설정을 (우리은행이 재판매 약속을 통해) 강행했고 이 펀드는 결국 환매 연기 주범이 되었다. 우리은행은 ‘라임 TOP2 밸런스 6M’ 펀드를 약 6400억원이나 판매했다. 고도의 위험투자가 본질인 사모펀드가 절대 수익을 추구하면서 6개월 만기를 도입했다는 것이 파격적이어서 은행 영업직원은 고객 유인과 판매가 쉬웠을 것이다. 금융소비자도 비교적 짧은 만기에 스스로 위험 감도를 낮추었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고객이 6개월마다 펀드에 재가입하며 수수료 수익을 매년 2배로 챙길 수 있으니 경영진 입장에선 그야말로 절묘한 상품 전략이었을 것이다.

지점장이나 직원 처지에서도 지점의 판매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면 인사평가, 인센티브, 성과 보상이 따르므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경험에 이런 펀드 돌리기는 증권의 회전율 높이기에 불과하며 이미 10년 전인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증권회사에서 유행했던 악명 높은 영업 전술이었다. 무리한 투자 회전으로 부작용을 당한 고객은 등을 돌렸다. ‘제 살 깎아 먹기’로 널리 알려진 철 지난 펀드 판매 전략을 누군가 주워듣고 펀드 위험 관리 경험이 부족한 우리은행 직원에게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6개월 만기 헤지펀드 사례는 우리은행 경영진부터 지점 직원까지 모두 조직적으로 고객을 이용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증거다. 결국 손태승 회장은 2019년부터 독일 국채 DLF와 라임펀드로 소송에 시달리다가, 내부통제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DLF 소송에 이겼음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의 책임론에 굴복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라임펀드로부터 비켜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2017년 12월부터 강북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은행 영업 조직에서 지역영업본부장은 소속 지점의 영업 일거수일투족을 지시하고 점검하며 주마가편이 일상인 자리다. 그의 영업본부장 근무 기간이 라임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 집중 판매 기간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 행장도 직접 감독 책임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만일 자유롭다면 일을 하지 않은 것이고 이후 승승장구한 그의 역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임종룡 현 회장은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대한민국 금융투자산업을 초토화한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 입안 당사자다. 물론 환매 연기 및 금융당국 조사·분쟁 조정 결정 이후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가입자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라임펀드에 대한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임직원의 눈에 드리운 다크서클은 더 짙어질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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