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현대판 르네상스 가져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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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현대판 르네상스 가져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9.2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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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해 말 ‘챗지피티’(ChatGPT)라는 낯선 컴퓨터 프로그램이 출현한 후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으나, 약 9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에서는 관심이 다소 식었다. ChatGPT는 사람이 언어로 물으면 창의적으로 대답하는 신기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지만, 비트코인처럼 고도의 첨단 기술이 배경이므로 일반인이 ChatGPT의 기술과 사회 변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ChatGPT는 게임 출시와는 달리 단순한 흥미 거리를 넘어선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 씨티, 매킨지 등 굴지의 글로벌 은행과 컨설팅 기관은 ChatGPT가 보여준 현상과 미래 영향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며 최근까지도 정밀한 보고서를 속속 내고 있다.

자료1.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챗GPT 등장이 앞당긴 AI 패러다임 변화’(2023.6)
자료1.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챗GPT 등장이 앞당긴 AI 패러다임 변화’(2023.6)

대부분 ChatGPT 분석 보고서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장광설(長廣舌)을 담고 있다. 필자는 ChatGPT 출현의 의미와 미래 사회적 영향을 중심으로 최근 보고서를 읽었다. ChatGPT는 GPT3.5 또는 GPT4.0이라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모델을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파운데이션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엔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GPT는 생성형 선행학습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어이며, ChatGPT를 장착한 파운데이션은 거대 언어처리 모델(Large Language Model)로 인간 언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한다. 탁월한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GPT 계열 파운데이션은 언어 외에 이미지, 영상, 소리, 대량 정보 정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확장성을 가졌다. 과거 알파고는 단지 바둑이라는 특정 게임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지만, ChatGPT는 일반 대중이 놀랄 만큼 탁월한 범용적 인공지능 능력을 인정받았다.

자료 2. /출처=Citigroup ‘Unleashing AI’(2023.9)
자료 2. /출처=Citigroup ‘Unleashing AI’(2023.9)

ChatGPT는 출시하자마자 세계 곳곳 소비자가 선풍적 관심을 보냈다. 그 인기를 확인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주요 IT 제품과 서비스의 1억 이용자 확보 속도 비교다. 일반인이 인터넷 주소의 머리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인터넷을 세계적 통신망으로 만들며 인터넷 혁명을 시작한 월드와이드웹(WWW)은 1억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7년이 걸렸다. 또 페이스북은 4.5년 걸린 데 비하여, ChatGPT는 불과 두 달 걸렸다. 물론 40여 년 전보다 온라인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래도 ChatGPT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놀라운 것임이 틀림없다.

자료 3.
자료 3.

세계 산업트렌드를 분석하는데 탁월한 경영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기존 AI 적용 산업에 2.6~4.4조달러의 추가 이익을 가져오며 노동 생산성까지 고려하면 6.1~7.9조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생성형 AI에 관한 소비자의 반응에 근거한다. 소비자의 생성형 AI에 대한 신뢰 수준은 70%가 넘는다.

자료 4. /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슈 보고서(2023.6)
자료 4. /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슈 보고서(2023.6)

생성형 AI는 하루아침에 뚝딱 나타난 것이 아니다. 처음 등장한 것은 1958년 벨 연구소의 클라우드 섀넌(Claude Shannon)이라고 알려진다. 인터넷의 효시로 알려진 미국 국방성 군사정보 관리망인 ARPANET(1969), 월드와이드웹(1983)보다도 상당히 앞선 발명품이었다. 65년이 지난 2022년 이전에는 AI가 일부 과학자나 마니아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ChatGPT를 시작으로 다양한 생성형 AI가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비로소 최종 소비재로서 산업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열었다. 대중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지적 노동 중심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로 생성형 AI는 미래 산업과 노동 구조, 그리고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자료 5. /출처=Citigroup ‘Unleashing AI’(2023.9)
자료 5. /출처=Citigroup ‘Unleashing AI’(2023.9)

과거 르네상스 3대 발명품은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다. 인쇄술은 인류의 지식 접근을 쉽게 하고, 축적과 전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정보혁명을 일으켰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이슈에 관한 통찰을 담아 <Global Perspectives & Solution>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하는데, 이번 달 분석에서 AI를 현대판 르네상스를 가져올 인쇄술 발명에 비유했다. 과거 인쇄술은 과학, 예술, 종교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대항해 시대를 촉진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재편했고 모든 대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과거 인쇄술과 비교할 수준의 지식혁명을 생성형 AI가 초래할 것이라는 평가다. 인공지능은 태생부터 65년이 지나 대기만성형 지식혁명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은 ChatGPT가 지식 보고인 인간 언어를 처리하는 거대언어처리모형(LLM)이 기본 엔진(파운데이션)이며, 이 엔진은 시각, 청각 등 다양한 형태 지식과 접목하며 생성형 AI 혁명으로 발달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나 과거 르네상스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식혁명이 권력과 부의 집적으로 이어지며 종교전쟁과 노예경제, 제국주의가 발생했고, 기독교 원리주의는 오히려 책을 불사르고 지식 확장을 억제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생성형 AI는 지식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원활히 지식을 공급할 수 있어 지식 불평등을 해소하고, R&D 능력의 획기적 혁신은 암, 알츠하이머, 바이러스 등 불치병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르네상스 이후 암울한 역사가 있었듯이 현대판 르네상스 이후에도 짙은 먹구름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경제·사회 양극화가 돌이키지 못할 정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언어처리 모형(Large Language Model)이라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성형 AI는 거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고, 이는 곧 거대한 비용으로 이어진다. ChatGPT 등 초기 생성형 AI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파운데이션 소스를 이용한 것이어서 개방성(Openness)에 기초한 생성형 AI 혁명은 경제·사회 약자의 접근 가능성을 키워 이들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주고, 광범위한 불평등을 해소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거대한 개발과 유지 비용으로 개발 기업은 서비스 이용을 유료화할 것이며, 거대 비용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생성형 AI를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 자료 6은 올해 6월 기준 세계 시가총액 10대 기업 가운데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제외한 8개 기업이 AI를 직접 개발하거나 핵심제품 전후방 가치사슬에 접목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익숙한 빅테크 기업이고, 테슬라도 자율주행 인공지능 개발 등으로 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독보적 고성능 계산 능력으로 AI 작동에 필요한 그래픽 칩을 독점하는 기업이다.

만일 이러한 AI 산업 흐름이 지속된다면 초고속으로 부의 집중화를 초래할 것은 당연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기조가 미국 중산층을 몰락시키며 오늘날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을 증폭했듯이, 생성형 AI에 의한 현대판 르네상스가 어떤 수준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초거대 AI 지배는 돌이킬 수 없는 정보 불평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 과학연구의 95%가 영어로 쓰고 지구 인구의 5%만이 영어를 원어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영어가 지식 불평등의 도구였지만 개인 노력으로 영어 진입장벽을 얼마든지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초거대 AI의 거대 비용과 기술격차에 의한 진입장벽은 개인이나 영세기업, 영세국가는 영원히 넘기 어렵다.

우리 주변 빅테크 기업이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상당 시간 소비자가 이용한 후 기본 인프라 또는 필수 소비재가 되는 단계에 진입하면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강제적 광고를 게재하거나 구독료를 높여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생성형 AI가 사회 인프라로 채택되면 특정 기업군의 치부 수단이 될 확률이 높고, 이 과정에 떡고물을 줍기 위해 정치가 유착할 가능성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배아 줄기세포의 생명윤리 잣대를 생성형 AI에도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과학 관련 산업 발전은 일부 기업과 정치 유착 세력의 이익을 목표로 대중 열광을 자극하므로 최근 AI 열풍도 상업적 목적의 경계선이 어딘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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