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까지… 서부T&D 발목 잡는 ‘이상한 공매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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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까지… 서부T&D 발목 잡는 ‘이상한 공매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9.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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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동 물류단지 승인 등 호재에도 특수관계인 대량 매도-공매도 연계 ‘가두리 주가 압박’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소재한 기업인 서부T&D(서부티엔디)는 주식 투자를 하는 이에게 10여 년 전부터 서부트럭터미널로 익숙한 코스닥 상장사다. 95년 상장된 서부T&D는 대표적인 땅 부자로 알려지며 수많은 가치주 투자자가 한 번쯤 위탁 계정에 담아본 경험이 있는 주식이며 거의 가치 투자의 ‘밈’(meme)과 같은 종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서부T&D는 초기 터미널 사업에서 벗어나 변신했다. 2023년 6월 현재 매출 비중은 드래곤시티를 중심으로 한 관광호텔업이 68.6%, 인천 스퀘어원 운영을 통한 쇼핑몰 운영이 22.8%로 현재는 호텔·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자료 1-서부T&D 주가 동향. /출처=네이버 증권
자료 1-서부T&D 주가 동향. /출처=네이버 증권

그러나 기업의 변신·성장과 달리 주가는 투자자에게 실망스럽다. 국토교통부가 신정동 도시 첨단물류 복합단지 시범단지로 2016년 지정할 때 1만8361원에 도달한 서부T&D의 주가는 최저 3294원까지 추락하는 등 120일 이동 평균인 1만원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서부T&D가 2018년 신청한 서부트럭터미널 부지 도시 첨단물류 복합단지 개발 인허가를 지난 7월 7일 심의하고 조건부 승인 발표를 미루다 8월 말 고시했다. 사업은 하남 스타필드 연 면적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며, 연 면적 83만4000㎡ 부지에 주거·쇼핑·물류 기능이 결합한 지하 7층~지상 25층 규모 복합단지와 주민 체육시설을 조성한다. 총사업비는 1조75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호재 발표 이후 주가는 실망스럽게 9월 1일 장 중 1만20원을 찍자마자 최근까지 9월 내내 하락하고 있다. 2016년 6월 시범단지 선정 때도 발표 3개월 전 상승했던 주가가 6월부터 하락했던 것과 유사하다. 오랫동안 이같은 서부T&D의 비정상적 주가 추이를 추적한 일부 투자자는 일련의 주가 하락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한 복잡한 배경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료 2. /그래픽=조수연 편집위원
자료 2. /그래픽=조수연 편집위원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 코로나19 대 유행병 창궐로 금지한 공매도를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 재개했다. 자료 2는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인 서부T&D의 최근까지 공매도 잔고 추이다. 2022년 4월까지 누적 공매도 수량 고점은 세 번으로 70만 주 미만이었고, 두 번의 저점은 25만 주 내외였다. 이 과정에서 서부T&D 주가는 두 차례 출렁였다. 그러나 2022년 말부터 공매도 행태가 바뀌었다. 서부T&D는 2023년 초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하는 등 서울시 물류단지계획 심의를 위한 중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이 시기 공매도 잔고 누적 추세는 급격하게 고점은 물론 저점을 높여갔다. 누적 공매도 압력에 주가는 8000원 내외에서 머물고 있다.

공매도의 경제적 기능 또는 목적은 기업에 관해 일반 투자자가 알기 어려운 부정적 이슈가 감춰져 있거나 기업 주가가 과대 평가되어 거품이 형성했을 경우 이를 정보력 또는 분석력이 우수한 전문가(주로 기관투자가)가 주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건전 조정에 대한 대가로 공매도자에게 매도 차익을 준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반대 논란에도 공매도는 국제적으로 인정한 자본시장 인프라다.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DART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DART

서부T&D는 대 유행병 단계 탈출 이후 서비스 소비수요 회복의 수혜로 호텔부문이 사상 최고 영업실적을 올리고 있다. 8월 10일에는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 여행을 허용했으며 8월 31일에는 앞서 소개한 신정동 물류센터 개발 조건부 승인 발표라는 대형 호재도 있었다. 상반기 사업보고서에는 투자부동산 1조340억원을 보유한 서부T&D는 여전한 땅 부자 회사다. 공매도 기능과 서부T&D의 기업 경영 환경을 감안할 때 2023년의 이례적으로 매서운 공매도 활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애널리스트 호평도 이어지고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허용과 물류센터 승인 발표 전후 기관투자가의 서부T&D 주식 매수가 증가했음에도 공매도가 급격히 누적했고 주가는 하락 중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호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러 건이 발생하면 통상은 공매도 잔액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숏 커버링’을 함으로써 공매도 주체는 손실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부T&D의 공매도 주체가 금융당국의 정밀한 감시를 받는 기관투자가는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자료 4. /그래픽=조수연 편집위원
자료 4. /그래픽=조수연 편집위원

또한 일부 투자자는 서부T&D가 9월 4일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주목한다. 이 공시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변동을 의무적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보고하는 것인데, 4월 이후 서부T&D 특수관계인은 공교롭게도 공매도가 있는 날에 장내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주주 지분 변동이 공매도 이전인지 이후인지 확인은 어렵다. 대주주의 처분 이익 관점에서 공매도와 대주주 주식 처분을 연계할 동기를 찾기도 어렵다. 대주주가 자기 기업 성장에 확신이 없는 것일까? 신정동 개발 사업은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승인 단계가 남았으며 2025년 상반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대규모 개발 차익을 목전에 둔 대주주가 지분을 저가에 처분한 이유가 의혹의 중심에 설 것이다. 필자 경험에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사례는 미래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경제 주체 간에 주식을 저가 양도하여 미래 이익을 이전하는 것이다. 흔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증여가 성행하는 이유와 비견된다. 이처럼 서부T&D 주식의 저가 유지가 필요한 공매도 세력이 있는 것일까? 항간에는 개발 사업과 관련한 동기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믿고 싶지 않다. 그런 부패 세력이 있다면 이복현의 금융감독원이 놓아두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미국 증권시장의 화제였다. 당시 헤지펀드는 일론 머스크 사업 계획의 실현 확률이 낮다고 평가하고 공매도 전략을 취했지만, 테슬라 전기차가 시장 호응을 받자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봤다. 헤지펀드의 공매도 집중 기간에도 테슬라를 믿은 투자자의 매수와 매수 유지로 거래량이 줄어들며 기록적인 숏 스퀴즈가 발생했고 헤지펀드는 손실 방어가 불가능했다. 기본 기업 가치가 개선되는 한 서부T&D 주식 가격도 결국 사필귀정으로 돌아설 것으로 믿고 싶다. 한편 최근 금융감독원은 시장을 교란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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