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왜 국감에 불려 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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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왜 국감에 불려 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0.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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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KB금융지주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임 회장으로 양종회 KB금융 부회장을 확정한 상태인데도,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 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러냈기 때문이다. 정무위는 윤 회장을 불러 KB국민은행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과 예대마진 수익구조, 회장 승계 과정 적법성을 문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은 KB금융 ‘대관업무 실패’라고 평가했다. 대관업무는 기업체가 비즈니스와 관련한 인·허가 또는 지원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을 접촉하고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업무다. 대관업무를 다른 표현으로는 기업이익을 위한 로비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대관업무 실패’는 ‘갑’ 대접에 익숙한 일부 언론이 대놓고 같은 갑으로서 정부나 국회의 힘을 인정하는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의 이러한 시각은 불법으로 기울어질 개연성이 높은 로비활동을 당연시하고, KB금융 대관 담당 부서의 업무역량 부족으로 사건을 좁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자료 1. /출처=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자료 1. /출처=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먼저 국회가 문제 삼은 것은 KB금융의 부실한 내부통제다. 국민은행은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이 부동산 담보 서류를 조작하고 부동산 중개업소, 대출 중개인과 공모해 120억원에 이르는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공시했다. 또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증권 대행 부서 직원 다수는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정보를 이용해 66억원대 부당 이득을 취득,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는 본점, 지점 할 것 없이 회사 자원을 활용해 불법 이익을 취하는 국민은행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견실한 내부통제는 CEO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4년 윤종규 회장 등장으로 위기에 빠졌던 국민은행은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특이한 직업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은행과 회계법인, 법률사무소를 여러 차례 들락거리는 발자취를 남겼고, 2014년 벼락같이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으로 발탁된다. 이러한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해 성과 지향적 경향을 추측할 수 있다. 직업인의 성과 지향 경향은 직업윤리와 상충하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성과 지향적 보스가 9년 동안 장기 집권한 KB금융에서 부실한 내부통제가 관찰되는 현상은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자료 2.
자료 2.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 KB금융 경영연구소(이하 KBFG)의 한 보고서가 화젯거리였다. 지난달 KBFG는 <은행의 이익 처분 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대담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삭제했다. KBFG는 이 보고서가 내부용이었고 업무상 오류로 KBFG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고 해명했다. 필자는 이 보고서를 한국개발연구원(KDI) 이메일에서 발견하고 파일을 내려받아 정독할 수 있었다. PC 디폴트로 내려받은 파일명 끝에는 ‘_외부 공개용’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해당 보고서를 대담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7월 5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정면 반박을 38쪽짜리로 상세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놓고 반발하는 보고서를 평생 처음 보았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KB금융 주장대로 이 보고서가 단지 내부용이라고 하더라도 KB금융은 내부 직원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거나 조성했다는 뜻이므로 문제 심각성은 덜해지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국감에서 정무위 국회의원은 KBFG 보고서에 관한 의견을 금융당국 수장들에 물었고, 그들은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회장에 대한 국감 단독 호출에 이 보고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내부통제 부실과 괘씸한 반박 보고서 공개만으로는 금융업계 거물인 윤 회장에 대한 국감장 단독 출석요구를 이해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왕왕 치명적 영향을 주는 원인은 잠복한다. 그러한 유형 가운데 하나가 ‘인사’(人事) 문제다. 특히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의 선례에서 보듯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관심이 크다. 연초부터 KB금융은 윤 회장 후계 결정 절차를 시작했다. 최종적으로는 허인, 양종회 부회장 2명이 유력한 경쟁자였고, 언론은 허 부회장이 유력하다며 주목했다. 허 부회장을 유력하다고 본 언론의 설명은 국민은행장을 세 번 연임했고, 무엇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80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인사에서 대통령 인맥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분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예상을 깨고 차기 회장으로 양종회 부회장을 최종 선택했다. 허 부회장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이지만, 양 부회장은 KB금융에 입사해서 잔뼈가 굵었고, 윤 회장처럼 전략·재무관리에 능통해 둘 사이에 말이 잘 통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를 놓고 윤 회장이 자기 복심을 후임으로 앉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으며, 이번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할 일 다 하고 11월 영광스러운 은퇴를 기대했을 윤 회장에게 국감 출석은 청천벽력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국감에서는 여러 모욕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윤 회장이 출석하는 오는 27일은 KB금융의 블랙프라이데이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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