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인정한 최희문의 메리츠증권 ‘사익 추구’ 신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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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인정한 최희문의 메리츠증권 ‘사익 추구’ 신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0.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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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국민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시간이었다. 올해 들어서면서 금융시장은 이러한 낯선 바이러스 공포의 무게를 줄여갈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금융감독원은 뜬금없어 보이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사모 CB가 2020년부터 3년간 23조2000억원 발행됐는데, 발행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지속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인지했으며 이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자 보도자료 제목은 <사모 CB를 악용하는 자본 시장 교란 사범을 엄단하겠습니다>이다. 국민이 죽어가는 시간에도 자본 시장에는 불법을 넘나드는 돈 사냥꾼이 설쳐대고 있었던 것이다.

CB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의 약자로 사전에 약속한 주가로 약속한 기간에 주식으로 바꾸는 권한을 투자자에 주는 채권이다. 공모와는 달리 한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CB는 규제가 거의 없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할 수 있다. 신생기업의 초기 투자 자금 모집이나 사업의 기대수익이 높지만, 투자 위험이 크다고 평가받거나 자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투자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발행한다. 신속한 자금 모집이 필요한 기업이나 고수익 추구 투자자에게는 필요한 제도이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자본 시장 기술자들이 다양하게 악용했다는 것이 금감원 분석이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올 1월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사모 CB 발행 사례 중 14건을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조사 대상에 초기부터 증권사를 포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7월에는 사모 CB 발행회사 중 11건, 840억원의 부당 이득을 발견하고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발표했다. 혐의 주요 내용은 허위 신규사업 발표, 시세 조정,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가 급락 전 전환 주식 매도 등 주로 발행자 중심이었다.

그러나 8월 들어 금감원은 사모 CB 관련 증권사로 메리츠증권을 지목하고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5년간 CB·BW를 통해 18개 기업에 7800억원을 투자했다. BW는 CB와 유사한 주식연계채권으로 신주인수권부 채권이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횡령·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 의견 거절 등 사유로 거래정지됐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부실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고 동시에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이 사모사채와 얽힌 사건으로 알려진 것은 휴센텍·KH가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있었던 이화전기그룹 지급정지로, 메리츠증권은 신의 손을 가진 증권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달 12일 지배주주 횡령·배임으로 이화전기그룹 주식은 거래 정지되었으나, 직전까지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이 발행한 CB와 BW를 가지고 있던 메리츠증권은 전환(또는 신주인수권 행사) 주식을 전부 처분해 상당한 차익을 확보했다. 이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금감원 참고인으로 불려 나간다. 메리츠증권의 신공(神功)에 국회도 놀라 불러들인 것이다.

자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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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최희문 부회장의 국감 출석을 확정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금감원은 <증권사 사모 CB 기획검사 중간 검사 결과(잠정)>를 발표했다. 이미 1월에 증권사 사모 CB 관련 조사를 예견했으나, 금감원이 굳이 국감을 앞두고 ‘기획’한 ‘잠정’적 ‘중간’ 결과를 발표한 점은 해당 증권사의 불법행위가 질적으로 심각하고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2일까지 사모 CB 보유 규모가 큰 증권회사를 조사했고, 증권사의 심각한 사적 이익 추구 행위 등 자본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위규 혐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금감원은 증권사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조사 대상은 메리츠증권이었고, 이는 다수 언론이 확인하고 있다.

올해 1월 메리츠증권 기획 아래 롯데건설에 대한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5000억원대 자금 지원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개 석상에서 선제적 시장 안정 조치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고금리와 담보 확보 등에 미루어 오히려 가혹한 금융 행위라는 혹평이 있었다. 지난 5년간 메리츠증권이 해온 사모 사채 금융 행위와 사익 추구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지난 1월 당시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의 사익 추구 행위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금감원이 여러 가지 혐의 사실을 확인했고, 국회까지 문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10월은 메리츠증권과 대표이사인 최희문 부회장에게는 악몽 같은 한 달로 기억될 개연성이 크다. 메리츠증권이 자본 시장에서 전개한 신공이 정치판에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메리츠증권 문제가 사필귀정으로 귀결할지, 단지 필자의 억측으로 끝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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