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한다는데… ‘조기 수령’이 더 낫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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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한다는데… ‘조기 수령’이 더 낫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1.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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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연금 잔여 대기 3년 이내일 때 차익 더 커… ‘월 소득 286만원 이하’ 고려해볼 만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 사회가 2020년부터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는 과정의 한가운데엔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1955년에서 1963년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 약 713만명(광의의 베이비붐 세대는 1974년 출생자까지 1660만명)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며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편입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 사회보장의 미흡으로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2020년 기준 40.4%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신정부 들어 경제 상황도 극도로 악화하고 있어, 이들이 은퇴 후 추가 소득을 메울 양호한 일자리를 이어갈 여지가 크지 않다. 이처럼 한국에서 은퇴자의 생활은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어서 본인과 자녀 세대, 부양 중인 존속에 모두 부담을 주며 사회적 불안이 예상된다.

자료1. /출처=장래인구추계(2020~2070년)
자료1. /출처=장래인구추계(2020~2070년)

통계청의 인구 통계는 생산연령을 15~64세로 규정하며, 고령 기준으로 삼는 65세를 은퇴 연령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근로자의 은퇴는 60세 이전에 닥치는 것이 보통이다. 극히 일부 고급 기술 직종이나 전관예우 등 특별한 기능이 있는 임원급 근로자를 제외하고 60세 이상은 대부분 직장에서 거들떠보지 않는다. 사실상 1차 베이비붐 세대 713만명은 65세가 되지 않았어도 자의 반 타의 반 은퇴에 들어섰다고 보는 게 맞다. 이들 가운데 다행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는 자영업으로 진출하지만, 나머지는 60세부터 혹독한 소득의 보릿고개를 맞이한다. 이들에게 주택 가격 폭등, 결혼 회피 및 독립 지연 등 자녀에 대한 지원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경제적으로 커다란 짐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65세 고령이 아닌,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60~64세 인구는 단 한 푼의 소득이 아쉽다.

자료 2. /출처=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 2. /출처=국민연금관리공단

따라서 평생 강제로 부어온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받는 나이에 근접한 베이비붐 세대는 연금 수령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연금 지급 연령을 부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3년 시행한 법의 부칙은 1953~1968년 출생자들의 연금 지급 연령을 61~64세까지 단계별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0년 이상인 가입자가 지급개시 연령에 해당한 때 지급하는 연금이다(지급 연령 조건에 더해 소득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본 칼럼에서 논점이 아니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대부분 은퇴자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도 막연하게 지급 연령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자료 2를 보면 조기노령연금 개시 연령이 표시되어 있는데 노령연금 지급 연령의 5년 이전에는 조기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노령연금은 당겨진 지급 기간의 매 1년에 6%(월 0.5%)에 해당하는 연금 감액 페널티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이를 선택하기 어렵다. 남은 삶 동안 받을 귀중한 연금이라는 생각에 조금의 감액이라도 심리적으로 용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료 3. /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3. /뉴스웰경제연구소

경제학은 가끔 일반인의 생각과 다른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조기노령연금 선택 문제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경제학적 방법론을 이용하는 한 노령연금 받을 연령을 기다려 받는 것보다 조기노령연금을 당장 받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이용되는 방법론은 가치 결정의 현재가치(present value)법이다. 즉 미래 발생할 연금의 현재가치를 추정하여 비교하고 가정 가치가 높은 연금 수령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개념은 현재의 1원이 미래의 1원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기대이자율 가설, 유동성 선호 가설 등이다. 즉, 미래 연금 1원은 현재 1원 소비를 포기하는 대가인 이자율을 복리 방식으로 할인(discount)하면 현재의 1원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 또한 미래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면 위험 보상(위험 프리미엄)을 이자율에 추가해 할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료 4. pv연금=현재 65세로 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조기=1년 앞서 조기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후65세=1년 후 65세가 되어 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후위험+=1년 후 이자율에 위험 보상을 추가한 월별 연금 현재가치. /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4. pv연금=현재 65세로 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조기=1년 앞서 조기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후65세=1년 후 65세가 되어 노령연금 받을 때 월별 연금 현재가치, 1년후위험+=1년 후 이자율에 위험 보상을 추가한 월별 연금 현재가치. /뉴스웰경제연구소

이러한 경제학 개념을 적용하여 노령연금 지급 대기 기간, 1~5년 각각을 평가할 것이다. 다만, 평가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가정이 필요하다. 매월 받는 연금(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개인별로 확인 가능)은 비교 편의를 위해 100만원으로 하고, 적용하는 이자율은 연 5%로 가정한다(대안 사이의 비교를 위한 것이므로 공동 적용하는 월 연금액과 이자율의 현실 적합성은 중요하지 않다). 연금 지급 기간은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기대여명을 고려하여 21년(252개월)으로 한다. 연금은 매월 지급하므로 복리 주기는 월 단위로 적용한다.

만약 1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기간별 감액률 연 6%를 적용한 94만원을 매월 받는 연금으로 적용하며, 이때 조기노령연금 수령자는 65세에 노령연금을 신청한 사람보다 감액한 금액을 미리 1년 더 받는다. 따라서 조기 수령 연금 증가분과 생애 기간(21년 가정) 동안 감액분의 각각 현재가치의 차이가 조기노령연금과 대기 후 받는 노령연금 중 어느 편 선택이 유리한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미래 위험 보상은 0.05%만 반영해 비교한다.

자료 4는 이러한 가정을 적용하여 계산한 월별 연금액 현재가치를 도표로 표기한 것인데 1년과 5년 조기노령연금 사례를 보여준다. 월별 연금의 현재가치는 미래로 갈수록 감소하나 감소 폭은 체감하며 가치와 시간 평면에서 원점에 볼록한(convexity) 모양을 가지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미래 위험 보상을 고려하면 할인율이 높아져서 감소 폭은 더욱 커지며 곡선의 기울기가 더욱 크다.

자료 5. /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5. /뉴스웰경제연구소

자료 5는 1년부터 5년까지 각 조기 지급 기간별 연금 총액의 현재가치를 비교한다. 앞서 언급한 가정에 근거해 지금 65세가 되어 연금을 21년(252개월) 동안 받으면 현재가치는 약 1억5600만원이다. 또 현재 만 64세로 1년 조기 지급을 신청한 사람은 감액한 연금을 12개월 미리 더 받으며(총 264개월), 약 1억5100만원의 연금 총액을 현재가치로 수령한다. 만약 64세인 가입자가 1년을 기다려서 그때부터 252개월 연금을 받으면 그 현재가치는 약 1억4900만원이 된다.

자료 5는 이러한 방식으로 조기 지급 기간의 현재가치를 각각 계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기노령연금은 페널티로 감액할지라도 총연금 지급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서 기다렸다 받는 노령연금 현재가치보다 1~5년 모든 기간에서 현재가치가 더 크다(A-B). 여기에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 조기노령연금의 유리한 이익은 더욱 커진다(A-C). 또한 조기노령연금 이익은 1~3년 기간에서 커지다가 4년 차부터 감소하는 모양새다(원인은 복잡한 수학적 설명이 필요해서 생략). 즉, 노령연금 잔여 대기 기간이 3년 이내일 경우가 차익이 더 크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가치법에 따른 가치평가는 시중금리를 적용한 할인율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최근처럼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조기노령연금 선택의 이익이 크다. 또한 국민연금 개편과 고갈 등등 국민연금 관련 제도적 위험도 비등하고 경제·정치적으로 국내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 할인율에 가산할 위험 보상이 커질 것이므로 조기노령연금의 차익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특히 통계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발표하는 국민연금 통계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어 증가 속도 등 현황을 알기는 어렵다. 재원 고갈 걱정으로 추진하는 국민연금 제도 개편 과정에서 어쩌면 조기노령연금 지급 제도도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21년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평균 월평균 연금액은 약 60만원이다. 연금은 금액이 적더라도 수급자의 항구적인 소득을 증가시키므로 여생 동안 경제적 안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23년 현재 월평균 286만1091원 이하 소득자(근로소득공제 후 근로소득과 필요경비 공제 후 사업소득 포함)이면서 조기노령연금 지급 대상자는 조기 연금 지급 신청을 고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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