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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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5.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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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우증권 인사들로 ‘구색 갖추기’ 진용 구축… ‘떠나면 그만’ 제2의 NH투자증권 우려
‘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으로 썼지만, ‘대우증권’이라 읽힌다. 우리금융 그룹의 비이자수익 제고를 위해 임종룡 회장이 취임 1년 넘게 노심초사한 끝에 야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 8월 출범 예정인 합병 계획 계약서에 첨부한 정관에 기재한 존속 증권회사의 이름은 ‘우리투자증권’으로 알려진다. 임종룡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데서, 우리금융의 현재 상황을 만든 원인 제공자로 결자해지한다는 생각으로 ‘우리투자증권’을 되살린다는 의지를 반영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러나 그의 생각대로 그때의 ‘우리투자증권’을 재건할지는 의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합병 후 ‘우리투자증권’을 10년 안에 IB(투자은행) 주력 10위권 초대형 종합증권사로 키운다는 목표다. 초대형 종합증권사가 되기 위한 기본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지만, 실질적으로 증권사가 굴러가고 수익을 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능한 증권인력이 또 다른 필수 요건이다. 과거 임종룡 회장이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우리투자증권에 초기 증권산업을 주름잡던 LG투자증권의 DNA, 즉 인력이 존재했고 이를 전승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오랫동안 증권산업을 지켜보고 증권업 본질을 이해한 임종룡 회장은 인수 작업 성공을 위해 NH투자증권에 전적인 자율 경영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NH투자증권 대표 인사 과정에서 농협 중앙회는 물론 농협금융지주 의견을 NH투자증권 경영진이 일축하는 등 NH농협그룹 지배구조 불안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다.

주위의 우려에도 임종룡 회장이 아주 작은 규모의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금 합병을 기획한 것은 최근 우리금융 그룹의 행보를 볼 때 그가 믿는 다른 구석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남기천 멀티에셋자산운용(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 대표이사를 데려왔고, 올해 합병 준비 과정에서 다시 우리종합금융 대표 자리에 그를 앉혔다. 남기천 대표는 과거 대우증권 대체투자본부장 출신이며, 2016년 대우증권의 미래에셋증권 합병 후 미래에셋 그룹 일원이 됐다. 두 사람은 임 회장이 2004년 주(駐)영국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할 때 남기천 대표가 대우증권 런던 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 후 약 20년이 지나 임 회장은 그의 인맥에서 남기천을 다시 소환했다. 그것은 우리금융 숙원 사업인 증권사 인수 과정에서 과거 한국 증권산업에서 LG투자증권을 능가했던 수위 증권사 ‘대우증권’ 키워드를 뽑아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1. /출처=관련 기사 재정리
자료 1. /출처=관련 기사 재정리

남기천 대표는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에 입성한 이후 ‘우리투자증권’ 회생을 위한 프로젝트에 1년여 기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가장 고심한 것은 역시 인력이었을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우증권 출신 주요 핵심 보직 임원 영입이다. 먼저 전 대우증권 인사통이면서 2016년 대우증권 인수합병 이후 미래에셋 HR(인적자원) 본부장을 역임한 홍만순을 우리종합금융 인사본부장으로 채용했다. 미래에셋증권 인재 목록을 소상히 알고 있는 홍 본부장의 영향력인지, 양완규(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 부문 대표), 김진수 (전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본부장) 등 전 미래에셋 출신 이사를 각각 우리종금 IB 총괄 부사장, 디지털 본부장으로 채용했다. 증권산업 전문직 경우에 전직이더라도 임원급 인력 이동이 있으면 보통 같이 호흡을 맞추던 팀 단위 인력도 함께 이동하기 마련이어서 우수 인력 유출 우려에 미래에셋증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 디지털 본부 실무자급 2명이 우리종금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 1 본부장이 우리종금으로 이직하기로 한 소식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후발 증권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의 박현주 전 회장(동명이인)은 한국 증권산업 정통 강자였던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우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합병 직후에는 주요 임원에 대우증권 출신을 대거 등용했으나, 현재는 대우증권 출신이 상당히 지워진 것이 사실이다. 수위 증권회사 미래에셋증권에 피인수 기업 출신 주요 인물이 느낄 소외감과 피로감을 우리종합금융은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이용할 수 있다. 박현주 본부장 이직으로 전 대우증권 출신 미래에셋증권의 핵심 인력이 동요할지 관심거리다. 또한 우리금융 그룹의 증권인력 흡수는 전방위로 증권산업에 확산하는 중이다. 즉, 한국투자증권의 박기운 매크로 트레이딩 본부장이 우리종합금융 S&T(Sales & Trading) 총괄 임원(부사장)으로 옮긴다는 소식이다. 박기운은 채권운용 전문가로 대우증권 출신이며,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채권 운용을 전담했었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LS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IB 영업력 강화를 추진 중이어서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인력 채용과 함께 증권산업은 한동안 인력 유출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다.

‘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낙하산’ 임종룡의 한계, ‘우리투자증권 비극’ 보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종합금융에 남기천, 양원규, 박현주, 박기운 등 전직 대우증권 출신 기업금융 전문가가 모여 향후 ‘우리투자증권’의 주도권을 전 대우증권계 인력이 잡을 확률이 높다. 증권회사의 IB 역량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기업금융 전문 인력과 기업 자본은 물론 증권 상품 생산과 판매, 서비스 인프라, 그리고 기업 문화가 종합적으로 정착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금융 사고 발생 등 비극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임종룡 회장의 ‘우리투자증권’ 재건 치적에 이들 전 대우증권 인력이 훌륭한 구색 갖추기 역할을 하겠지만, 이들이 ‘우리투자증권’ 재건 이후 장기적 지속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확신은 어렵다. 오히려 실속 없이 통제 어려운 우리금융판(版) NH투자증권을 남기고 임종룡 회장은 임기 만료 후 떠나는 비극도 경계해야 한다. ‘잘되면 본인 치적이고 안 될 때는 떠나면 그만이다’라는 것이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의 한계로 널리 알려진 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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