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윤리경영도 꼴찌’ 우리금융 임종룡이 제갈량이라고? [마포나루]
상태바
‘내부통제·윤리경영도 꼴찌’ 우리금융 임종룡이 제갈량이라고?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6.12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이후 실적 뒷걸음질 치자 ‘외형 부풀리기’ 올인… ‘또’ 100억원대 횡령 사고는 예견된 일
우리금융지주 본사와 임종룡 회장. /그래픽=뉴스웰, 사진=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본사와 임종룡 회장. /그래픽=뉴스웰, 사진=우리은행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외형상으로 꼴찌를 다툽니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당기 순이익이 4조원대인 KB금융과 신한금융, 3조원대의 하나금융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NH농협금융에 불과 2844억원 차이로 4위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순위변동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에 비해 19.9% 고꾸라졌는데, 비은행 부문의 실적 저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을 ‘금융계의 제갈량’이라 불리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그냥 보고 있을 리 없겠죠.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업무 파악을 마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만큼, 올해 들어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우리금융은 최근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해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했고,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의향서를 냈습니다. 최근 한국신용정보(KCD)가 이끄는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도 참여했고, 지난 10일엔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알뜰폰사업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외부 시선이나 내부 반발도 아랑곳없이 비용 줄이기에도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업무 효율화를 명분으로 올해 영업지점(점포) 대량 축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일각에서는 지난 3월 말 이미 10개 지점을 폐쇄 또는 통폐합했고, 연내 50개 내외를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이죠.

임 회장이 이렇게 실적에 집착하면서 한가지 빠트린 것이 있는 듯 보입니다. 바로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입니다.

우리은행 경남 김해지점의 한 직원이 올해 초부터 100억원 가량을 빼돌린 사건이 적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해당 지점 등을 대상으로 12일 현장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서류를 위조해 고객 대출금 100억원 가량을 빼내 올해 초부터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회장은 거액의 금융사고가 터진 이 같은 상황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를 크게 강화했고, 7월에는 간담회를 열어 ▲내부통제 전담인력 1선 배치·신사업 내부통제 절차 강화 ▲내부통제 업무 경력 필수화 ▲내부통제 연수 체계화·인력 확충 등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이례적으로 지점장 30여 명에 동시 명령휴가를 내렸는데, 명령휴가는 주요 업무 담당 직원·지점장 등에 불시 휴가를 내리고 감사를 진행해 금융사고를 진단하는 금융권의 대표적 내부통제 강화 장치입니다.

임 회장의 그동안 노력으로 우리은행이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이번 횡령건을 적발하고 추가 피해는 막았지만, 결국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임 손태승 회장은 재임 당시 역대 최고의 실적을 거뒀으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일명 라임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와 2022년에 터진 내부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사건 등 내부통제 실패에 발목이 잡혀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임 회장은 우리금융 수장에 내정된 뒤 낸 입장문에서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하겠다. 우리금융그룹이 시장과 고객, 임직원들에 신뢰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시장과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 셈입니다.

임종룡 회장은 재정경제부 요직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입니다. 박근혜정부 말기와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부총리 후보로 논의됐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이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의 성과, 그리고 금융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한 것 등 신화를 몰고 다닌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관치금융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쓰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부모에게 최고의 성적을 강요당하면서 시달리다 본인의 재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학생들의 뉴스를 종종 접합니다. 이번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의 100억원대 횡령 사태가 ‘실적 만능주의’에 일그러진 우리금융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