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 사장 ‘섹시한 물류’ 어디로…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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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한진 사장 ‘섹시한 물류’ 어디로…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7.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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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자사주 추가 매입, 지분 높이며 존재감 뽐냈지만…
‘비전 2025’ 목표 하향 이어 2분기 실적 저조로 체면 ‘꾸깃’
조현민 한진 사장이 지난 2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언박싱데이'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물류를 소비하는 시대, 한진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진
조현민 한진 사장이 지난 2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언박싱데이'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물류를 소비하는 시대, 한진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진

최근 한진그룹 계열의 종합물류회사 ‘한진’을 이끌고 있는 조현민 사장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과거 갑질 논란이나 경영권 분쟁 등 부정적 이슈가 아닌 경영 능력과 그룹 내 지배력 강화에 대한 얘기로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이 뚜렷합니다.

우선 조 사장이 지난달 한진의 보통주 1만여 주를 사들인 것을 두고 본격적인 지배력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열람해 보니 조 사장은 지난 6월 18~20일 장내에서 한진 보통주 1만여주를 약 2억원을 들여 매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한진 지분율을 기존 0.06%에서 0.13%로 끌어올렸죠. 오빠 조원태 회장(0.03%)과 비교해 4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조 사장은 지난해 3월 이사회 합류를 앞두고 자사주를 지속 매입하며 0.03%이던 지분을 0.06%로 끌어올린 바 있습니다. 한진에 합류한 지 약 3년 7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지분을 늘린 것이죠. 조 사장이 한진그룹의 상장 계열사 사내이사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조 사장은 사장에 오른 직후부터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신사업은 오너 일가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심판대인데, 지난해 부동산 개발·공급업과 데이터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것이나 올해 주주총회에서 기존에 운영 중인 택배·플랫폼 등 물류 채널에서 광고업을 추가한 아이디어는 주주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조 사장의 한진 경영권 승계를 거론하기에 시기상조라는 평가입니다.

그가 경영에 직접 관여한 첫해인 지난해 양호한 경영 실적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도 있지만, 앞서 2022년 노삼석 대표이사와 함께 발표한 ‘비전 2025년’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란 성과를 올려서입니다. 

한진의 노 대표와 조 사장은 2022년 6월 ‘비전 2025’를 발표하면서 매출 4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2000억원 달성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심지어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전자상거래 고객사를 대상으로 연 콘퍼런스에서 “2025년 매출 4조5000억원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열심히 확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러나 조 사장은 체면을 톡톡히 구겼습니다. 지난 4월 1일 공시에서 내년 매출 목표를 4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서 1750억원으로 내린 것이죠.

일각에서는 한진이 하향한 목표 매출과 영업이익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해 한진의 매출은 2조8075억, 영업이익은 1225억원인데, 앞으로 2년 동안 약 7000억원의 매출과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더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서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한진이 8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73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356억원으로 0.3% 하락했습니다. 상반기 실적도 유사한데 누적 매출은 1조4447억, 영업이익은 590억원으로 매출은 5.7% 늘었고 영업이익은 0.3% 줄었습니다.

수익성 부진은 재무 구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진은 그간 물류 경쟁력 제고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죠. 1분기 지출한 금융 비용은 313억원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했죠. 사업으로 거둔 수익보다 많은 금액을 이자로 지출한 셈입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현민 사장이 제시한 '비전 2025'는 수정 목표조차 달성이 어렵다고 봐야죠.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물류산업 시장환경에서 한진은 아직 확실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현민 사장의 ‘섹시한 물류’ 전략 현실화 여부에 따라 한진의 미래는 물론 조 사장 자신의 그룹 내 입지도 결정될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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