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곳이 넘는 국내 주식종목 10곳 중 6곳 꼴로 올해 2분기(3월 말 대비 6월 말)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6월 말 기준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종목은 270곳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실리콘투와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시총 증가율이 200%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 상반기(1월 초 대비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이 68조원 이상 늘어 가장 많았고, 알테오젠과 한미반도체 등도 시총이 10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3월 말 대비 6월 말 기준 2분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변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주식종목은 우선주를 제외한 2702곳이고, 올해 3월 말(29일)과 6월 말(28일) 종가 기준 시총과 순위 등을 비교해 살펴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주식종목 중 올 3월 말 대비 6월 말 기준 시총이 감소한 곳은 1647곳으로 61%를 차지했다. 시총이 증가한 곳은 34.7%(938곳)에 그쳤다. 117곳(4.3%)은 신규 상장되거나 시총에 변동이 없었다. 올 2분기에 시총 하락으로 울상을 지은 곳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얘기다.

6월 말 기준 2700여 곳의 시총 규모는 262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2599조원과 비교하면 최근 3개월 새 시총 덩치는 22조원 증가했다. 하지만 2분기 시총 상승률은 0.8%로 1%에도 못 미쳤다. 올해 초(2503조 원) 대비 3월 말 기준 1분기 시총이 3.8%(96조 원) 상승한 것과 견주면 2분기 시총 상승 속도는 다소 둔화한 모양새다. 그나마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등 대장주 등의 시총 증가에 힘입어 전체 시총 외형은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종의 착시 현상을 보인 셈이다.

올 2분기에 시총이 감소한 곳이 많아졌지만,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되레 늘었다. 3월 말 263곳에서 6월 말에는 273곳으로 3개월 새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10곳 많아졌다. 올 2분기에 시총 외형이 1조원 넘게 증가한 종목은 35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3월 말 133조2244억원에서 172조1725억원으로 3개월 새 38조9481억원 이상 가장 많이 불었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49조2868억원에서 61조7777억원으로 12조4909억원 넘게 불어났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의 2분기 시총 상승률은 각각 29.2, 25.3%로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3개월 새 시총 증가액이 3조원을 넘긴 곳은 ▲기아(7조3964억원↑) ▲HD현대일렉트릭(4조7077억원↑) ▲알테오젠(4조4436억원↑) ▲삼성화재(3조9321억원↑) ▲한미반도체(3조6977억원↑) ▲LS일렉트릭(3조6810억원↑) ▲KB금융(3조6315억원↑) ▲삼양식품(3조453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92조4300억원에서 76조4010억원으로 16조290억원 이상 감소해 울상을 지었다. 이외 시총이 1조원 넘게 내려앉은 곳은 32곳 더 있었다. 이 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8조8999억원↓) ▲삼성SDI(8조45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7조4020억원↓) ▲LG화학(6조6003억원↓) ▲HLB(6조1069억원↓) ▲카카오(5조8807억원↓) ▲삼성전자(5조3728억원↓) 등의 시총은 5조원 넘게 하락했다.

6개 종목이 새로 시총 톱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3개월 새 시총 톱100 순위도 요동쳤다. 삼양식품은 3월 말에는 시총 순위 180위였는데, 6월 말 75위로 3개월 새 100계단 이상 뛰어오르며 시총 톱100에 입성했다.

LS일렉트릭도 115위에서 58위로 점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30위에서 80위로, LS는 104위에서 85위로 순위가 앞당겨졌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3월 말 102위에서 99위로 올라섰다. 또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5월 신규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시총 67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총 톱20 판세도 변화가 많았다. 상위 20곳 중 순위 변동이 없는 곳은 ▲삼성전자(1위) ▲SK하이닉스(2위) ▲LG에너지솔루션(3위) ▲기아(6위) ▲셀트리온(7위) 등 5곳으로 파악됐다.

시총 톱10 중에서는 ‘KB금융’이 13위에서 8위로 5계단 전진했고, 네이버도 11위에서 10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3월 말 시총 9위에서 6월 말에는 14위로 후퇴했고, LG화학도 10위에서 13위로 밀렸다.

삼성화재(3월 말 24위→6월 말 17위)와 LG전자(23→18위) 두 곳이 시총 톱20에 신규 가입한 대신 ▲삼성생명(19→22위) ▲하나금융지주(20→21위) 두 곳은 시총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곳 273개 주식종목 중 3월 말 대비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유통 관련 코스닥 업체인 ‘실리콘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종목의 시총 상승률은 302.2%로 3개월 새 퀀텀점프했다. 실리콘투의 경우 3월 말 시총 7113억원에서 2조8610억원으로 3개월 새 시총이 2조1496억원 넘게 증가했다.

실리콘투의 시총 덩치가 크게 커짐에 따라 이 회사 최대주주인 김성운 대표이사의 주식재산도 3월 말 2229억원에서 6월 말에는 8894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도 1조5856억원에서 5조395억원으로 시총 증가율이 217.8%나 됐다.

올 상반기 시총 증가액이 10조원이상 넘긴 곳은 7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시총 증가액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68조5050억원(66.1%) 이상 늘어 가장 많았고, 현대차가 19조3657억원(45.7%) 이상 시총 덩치가 커졌다. 이어 ▲기아(12조4621억원) ▲삼성전자(11조3425억원) 순으로 시총 외형이 커졌다.

시총 상승률로 보면 바이오 관련 업종에 있는 알테오젠이 212.2%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알테오젠의 올해 초 시총 규모는 4조7748억원이었지만, 6월 말에는 14조9081억원으로 6개월 새 10조1332억원 이상 급증했다. 알테오젠의 최대주주인 박순재 대표의 주식평가액도 올해 초 9338억원에서 2조8627억원으로 3조원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한미반도체 시총 역시 5조9182억원에서 16조7120억원으로 10조7937억원 이상 증가했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 2분기 국내 시총 외형은 1분기 때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등 대장주의 선전에 기인한 것일 뿐 오히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상승보다 하락한 곳이 많아 주식 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 국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식품·자동차·전자전기 업종 등에서 시총이 증가한 종목이 많아 미소를 지었지만, 2차전지를 비롯해 석유화학·IT·유통 업종 중에서는 시총 하락으로 울상을 지은 곳이 많아 대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중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