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SK하이닉스, ‘파두 충격’ 조력자 vs 방관자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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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SK하이닉스, ‘파두 충격’ 조력자 vs 방관자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7.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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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데이터센터 취소’ 알고도 파두의 분식 상장 묵인했다면 도의적 책임 면하기 어려워
‘메타발 매출 분식’ 충격으로 신음하는 파두 투자자, SK하이닉스는 조력 또는 방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메타발 매출 분식’ 충격으로 신음하는 파두 투자자, SK하이닉스는 조력 또는 방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해 8월 상장한 코스닥 기업 ‘파두’가 갈수록 시끄럽다. 올해 3월 투자자들이 파두와 IPO 주관 증권회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두 주관사를 압수 수색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장사 파두의 거래회사인 SK하이닉스를 지난 4월에 이어 이번 달 4일, 두 차례나 압수 수색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파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자료 1. /출처=네이버 증권
자료 1. /출처=네이버 증권

파두는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인 SSD의 효율성을 높이는 SSD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기술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상장 적용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반도체산업에서 파두는 팹리스(fabless)로 분류하는 고사양 기술 보유 기업이다. 특별한 상장 규정 적용으로 파두는 재무 안정성을 무시하고 상장할 수 있었다. 3만1000원에 공모한 파두 주식은 지난해 9월 4만7100원까지 가격이 오르며 성공적으로 IPO를 마치는 듯했으나, 곧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알려진다. 상장 절차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한 법정 증권신고서와는 달리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각각 5900만원, 3억2081만원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3분기 예상 매출액은 1203억원이었기에 투자자, 감독 당국 모두 아연실색했다.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주가는 곧 최저가 1만4630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최근(7월 8일) 주가는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최고가 대비 약 55%, 공모가 대비는 35% 밑이다. 투자자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기업의 현황을 엄격하게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장 대표 주관사는 증권신고서 작성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증권신고서의 핵심 부문인 공모가 결정은 증권회사 기업분석 역량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담당한 증권신고서의 공모가 산정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은 그 복잡함과 정교함에 질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인 평가 의견은 98쪽에 달한다.

투자자는 검증이나 과정을 이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전문가라는 주관회사 추정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강요받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들 증권사 추정이 3분기 매출 기준 무려 374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아무리 미래 추정에 불과하고 어려운 영역이라지만, 파두 사례는 천재지변이 발생한 정도의 과도한 격차라는 생각이다. 제도권 증권회사가 아니면 투자자들은 사기 혐의로 이들 상장 주관사를 고발했을지 모른다. 금감원 특사경이 나선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공모가액을 높이기 위한 매출 분식(粉飾)의 동기는 인수 증권회사와 상장회사, 상장사 직원 모두에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 증권회사는 인수 금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수 수수료로 받고, 청약대금에 대한 이자 수입 및 이후 매매수수료 모두 공모가액이 높을수록 회사에 돌아오는 이익이 커지므로 유리하다. 상장회사는 공모가액이 높아지면 그만큼 주식발행초과금이 불어나고 자기자본 증가로 이어져 자본비용이 낮은 미래 투자 자금을 확보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상장 전 기술 개발 독려를 위해 회사가 임직원에게 배분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이다. 파두는 2018년부터 대기업 연구 인력 유치를 위해 주당 100원의 스톡옵션 110만주를 임직원 18명에 부여했으며,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4500원과 7100원에 100만주를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두 직원은 파격적 공모가로 수백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는 상황을 거부하기 어렵다. 이상 정황은 투자자 말고는 모두가 파두 매출 분식을 알든 모르든 외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료 2. /출처=파두
자료 2. /출처=파두

파두 매출 분식을 초래한 원인은 예측할 수 없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파두의 거래처인 ‘SK하이닉스’의 주문 급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데이터 센터에 SSD를 공급하기 위해 파두의 TSMC 생산 권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파두의 3분기 매출을 추정했으나, SK하이닉스가 관련 주문을 하지 않으면서 파두 3분기 이후 매출이 펑크 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메타를 비롯한 거대 플랫폼 기반 정보통신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덴마크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있는데, 메타가 추가로 데이터 센터 설립을 계획했다가 갑자기 이를 취소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도 SSD 발주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향으로 파두의 매출은 자료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상장 추진 당시에 미발표한 2분기 실적부터 3분기까지 거의 제로 수준까지 급감했다.

자료 3. /출처=DCD
자료 3. /출처=DCD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파두나 주관사가 알 수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2분기부터 매출이 감소할 것을 인지하고도 일부러 1분기 실적까지만 공시했다면 증권신고서 작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며, 투자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장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기 메타의 데이터 센터 추가 설립 취소와 관련한 국내 기사는 없었다. 그러나 구글 검색을 통해 영국 데이터 센터 전문 정보 및 미디어 기관 ‘DCD’(Data Center Dynamics)가 2022년 12월 24일 게재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메타의 추가 데이터 센터 설립 계획 취소를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검색데이터 센터용 SSD 컨트롤러 전문회사 파두가 과연 해당 내용을 몰랐을까 의문이다. 특히 파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미국 법인이 있어 해외 시장 정보 수집을 했음이 틀림없다. 또한 파두의 다양한 매출 성장 시나리오를 조사하고 추정한 주관사 분석 담당자도 이 정도 쉬운 구글링을 해봤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파두 상장 당시에 파두와 주관회사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지난해 이후 매출 성장세에 충격이 있을 거라는 점을 증권신고서에 반영할 수 있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파두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Nand A사가 70% 내외를 줄곧 차지했다. ‘Nand A’는 SK하이닉스로 추정되는데 파두의 성장 대부분을 책임질 이 회사의 매출 관련 사항 즉, 메타 관련 사항을 몰랐다면 중대한 실수이고, 알고도 모른 체 했다면 중대한 기재 누락 또는 분식을 위한 거짓 기재일 가능성이 있다.

‘메타발 매출 분식’ 충격으로 신음하는 파두 투자자, SK하이닉스는 조력 또는 방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메타발 매출 분식’ 충격으로 신음하는 파두 투자자, SK하이닉스는 조력 또는 방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가운데 이달 초 금감원 특사경은 SK하이닉스에 두 번째 압수수색을 했다. 사유는 다소 뜻밖인데 SK하이닉스와 그 임직원 일부가 파두 주식을 상장 과정에서 차명 거래한 정황을 1차 압수수색 자료에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SK하이닉스 법인과 임직원도 매출 분식을 통한 공모가격 부풀리기에 동조할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DCD 기사 시점을 보면 SK하이닉스는 메타의 데이터 센터 계획 취소를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SK하이닉스는 관련 정보를 알면서 파두의 매출 분식에 의한 상장을 적어도 묵인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 SSD 공급망에서 파두는 긴밀한 관계였기에 파두의 상장 내용을 당연하게 SK하이닉스의 파두 거래 관련 부서에서는 면밀하게 관찰했을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영업활동의 사회적 영향력을 인식하고 조금 더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졌다면, 메타가 일으킨 소동은 파두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투자자의 비극으로 발전하지 않고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었을 일이다.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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