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대리도 눈뜬 ‘횡령 대명사’ 우리은행이 더욱 불안한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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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대리도 눈뜬 ‘횡령 대명사’ 우리은행이 더욱 불안한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6.2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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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은행장, ‘관치금융 대표 인식’ 임종룡 회장 두 번 욕보이는 ‘세 번째 싹’ 잘라내야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횡령’ 은행이라는 오명이 금융소비자와 금융감독 당국의 기억에 여전히 선명한데, 우리은행이 횡령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시끄럽다. 앞서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2012년부터 시작해 8년 동안 71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횡령했는데, 10년 만인 2022년 범법 행위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에 대한 형량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해당 사건 직원은 징역 15년, 공범인 동생은 징역 12년이었던 원심판결은 유지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한 712억이라는 돈은 올해 3월 말 기준 평균 월급 401만원 근로자가 약 1480년간 벌어야 하는 큰 금액이다. 물론 연봉 1억이 넘는 은행원에게도 이 액수는 큰돈이니 유혹을 느꼈을 수 있다.

큰 금액도 금액이지만 은행원 가족과 지인이 조직적으로 장기간 범행을 자행했고, 한국 금융을 대표하는 우리금융 그룹의 주력 금융회사인 우리은행이 이를 10년 동안이나 몰랐다는 점에 국민 모두가 경악했다. 우리은행은 한 직원의 일탈로 의미를 축소하고 싶겠지만, 극단적인 횡령 사건은 한국 금융의 내부 통제와 윤리 수준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고 국제적으로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어쨌든 우리은행은 이번 판결 이후 712억 횡령 사건이 사람들 기억에서 하루빨리 지워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바로 지난달 10일,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또 터지고 말았다.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 기업 여신을 담당하던 30대 대리가 단기대출을 돌려막는 방법으로 몇 달 동안 연속해서 거액을 횡령한 것이다. 해당 대리는 횡령금을 가상화폐와 해외선물에 투자했는데, 가상화폐 계좌 잔액은 40억원이었으며 나머지 사용처는 미확인 상태다. 우리은행의 2022년과 이번 두 횡령 사건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지난해 우리은행에는 또 다른 2건의 횡령 사고가 있었음에도 금액이 1억원 이하여서 그런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 됐다.

문제는 2022년과 2024년 대규모 횡령 사고에 우리은행 앞날에 관한 우려를 자아내는 또 다른 시사점이 있다. 두 가지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먼저 하나는 두 횡령범이 모두 금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라는 점이다. 2012년이면 716억원을 횡령한 은행원은 33세였고, 100억대 횡령 직원도 유사한 30대의 대리급 직원이다. 30대 초반 ‘대리’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 이제 갓 책임자로 인정받아 금융인으로 사명감과 책임 의식이 가장 높을 때다. 필자도 금융회사에서 대리가 되기 위한 고된 수련 과정을 경험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금융회사에 ‘대리’라는 직위를 가진 청년 책임자는 금융회사의 ‘엔진’과 같은 존재이며 금융회사의 활력과 청정도를 유지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 소속 대리 두 사람은 횡령에 진심이었다. 무엇보다 이 점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은행 젊은 행원의 횡령은 확률 희박한 ‘꼬리 위험’이 아닐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들은 왜 연봉이 1억원이 넘는데도 남의 돈에 손을 대는 길을 선택했을까? 한 가지 단서는 횡령 사건의 두 번째 공통점에서 확인할 것 같다. 두 사람은 횡령 자금 대부분을 옵션, 선물, 코인 등 투기에 가까운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쓴 것으로 알려진다. 즉, 극단적인 투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어처구니없는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은행 직원은 최고 학력을 가진 인재 가운데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뽑는다. 우리은행 정도면 상위 1%에 속하는 직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횡령도 모자라 투기에까지 손대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어떻게 우리은행에 들어갔고, 우리은행은 어떻게 이들을 책임자로 선택했을까? 금융회사에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희박한 확률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은 전 국민을 모집단으로 해서 단순히 어쩌다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순도 99% 황금에 녹이 슬었다면 거짓말이거나 가짜 금이라는 얘기다.

극히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꼬리 위험(tail risk)’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은행처럼 꼬리 위험 사건이 단시간 겹치면 극한적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연이은 우리 은행의 대형 횡령 사건은 꼬리 위험이 아니며 우리은행은 이러한 극단적 확률 사건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금융회사가 되었을 개연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 원인은 철저하게 은폐하고 있는지 또는 너무 은밀해서 확인할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은행에서 그토록 우수한 인재가 사명감 불타는 책임자로 선발되고 충분한 급여를 받음에도 연달아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이들이 투기에 빠지는 지경에 이른 것은 단순 윤리 강령 발표나 낭독과 같은 전시 행정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시 행정은 관치 금융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에 관치 금융 대표 격으로 오인하는 임종룡 회장을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본의 아니게 욕 먹이는 결과를 연출할 수 있다. 지금도 어쩌면 우리은행 어디선가 세 번째 횡령 사건의 위험이 이미 잠재하고 활동할 때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정식 바짝 차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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