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일본? 함영주 회장 앞에 닥친 ‘펀드 리스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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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일본? 함영주 회장 앞에 닥친 ‘펀드 리스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9.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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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자회사 ‘일본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 11월 만기… 손실 발생 땐 ‘펀드 오명’ 추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회의(FOMC)는 지난 20일 현행 연 5.25~5.55%인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FOMC 회의는 긴축을 유지하는 매파적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금리 유지로 미국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은 4.4%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고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실물 투자를 억제하고, 위험 자산에 대한 요구 수익률을 높여 주식 등 투자 수요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당연 투자 자산 가격도 하락하거나 조정을 받는다.

자료 1. /출처=한국신용평가 ‘국내증권사/보험사의 해외 CRE 리스크 및 대응력 점검 Ⅱ‘(2023.9.19)
자료 1. /출처=한국신용평가 ‘국내증권사/보험사의 해외 CRE 리스크 및 대응력 점검 Ⅱ‘(2023.9.19)

미국은 물론 유럽은 최근 고금리의 장기 지속 우려로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고 있으며, 해외투자에 열을 올린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북미와 유럽 주요국의 오피스 투자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 CRE(Commercial Real Estate)는 메자닌 대출이나 지분투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일본중앙은행은 YCC(Yield Curve Control) 정책 유지로 일본 경제의 저금리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본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올랐다. 그럼에도 한국신용평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본 오피스 투자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고,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일본 투자 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앞서 이례적으로 일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한 펀드는 손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지주 100% 자회사인 하나대체자산운용은 2018년 일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하나대체투자형사모투자신탁90호’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일본 가전제품 판매사 야마다전기의 도쿄 서남부 상공업 도시, 하치오지(八王子市) 지점이 임차 중인 부동산에 투자했다. 하나대체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하나금융지주 계열 KEB하나글로벌재무 유한공사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지분에 투자하고, SPC는 486억원을 들여 지점 소재 건물을 매수하며 펀드는 매장 임대료 수익을 근거로 5년간, 연 7% 배당을 목표로 운용한다. 2018년 11월 당시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9% 내외였으니, 3배 이상의 수익 배당은 수요자에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출시 당시 하나대체자산운용은 이 펀드를 다른 관계사인 하나생명에 100억원, 하나캐피탈에 40억원을 판매하고, 하나금융그룹 PB를 통해 60억원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286억원은 하나은행 도쿄지점이 대출했다. 결국 하나금융그룹 계열사가 전체 필요 자금의 86%인 416억원을 마련했다. 만일 펀드 손실이 발생하면 하나금융그룹이 대부분 흡수하는 꼴이다.

자료 2. /출처=야마다홀딩스
자료 2. /출처=야마다홀딩스

야마다전기는 한국의 하이마트와 같은 전자제품 양판점으로 경영 수지가 소비자의 전자제품 수요에 민감하다. 이 펀드가 임대료 수익을 배당하므로 펀드는 다시 야마다전기 지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의존하는 구조다. 야마다홀딩스의 올해 1, 2분기 영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회계기간을 정점으로 순매출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도 같은 양상인데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재택근무 특수로 대형 가전 매출이 늘었으나 ▲방역 해제 이후 주로 서비스업 중심으로 소비 수요가 증가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가격 상승 ▲일본은행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엔화 가치 절하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업황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자료 3.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국제금융센터
자료 3.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국제금융센터

야마다전기 지점의 임대료 수입을 배당하는 사모펀드 하나대체투자90호의 만기는 설정 5년째인 올해 11월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도심 5개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펀드가 설정하던 2018년 하반기 하락 추세였으나, 2020년부터 급격하게 악화했고 임대료도 하락했다. A급 오피스 기준임대료는 2% 이상 하락했고 여기에 원화 대비 엔화가 6% 이상 평가 절하했으므로, 원화 수익률은 기존 연 7% 수익률보다 손실률이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5년 만기 환 헤지를 했으면 환 손실을 피할 수 있으나 만기 연장 시에는 환 헤지 비용 증가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기초 부동산 투자는 20년 만기로 확인되므로 5년 만기 이후 기초 자산 재투자 위험은 없으나, 오는 11월 5년 상환 기일에 개인투자자는 환매를 연기하고 펀드의 대출과 기관 참여 지분은 자금 회수를 리볼빙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일본 아실삿포로호텔에 투자한 하나대체자산운용의 펀드도 야마다전기 펀드와 유사한 사정으로 4년 만기가 닥친 후 일본은행을 통한 리파이낸싱을 통해 만기를 1년 연장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업황 악화와 환차손이 원인이었다.

하나은행은 2017년 이후 독일 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해외금리연계 DLF 등 사모펀드 불공정 판매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했다. 이 시기 하나은행 사모펀드 부정 판매에 대한 총책임은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일본 부동산 펀드가 부실로 최종 판명 날 때 함 회장은 사모펀드 불공정 판매 관련 오명 리스트에 하나대체자산운용 펀드를 추가할 것이다. 함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DLF 부정 판매와 관련하여 금융감독원 중징계를 받았고, 이를 지우기 위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으나, 전임 김정태 회장 영향권 아래에서 끝내 그룹 회장으로 지명받았다. 함영주 전 은행장은 채용 비리,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 등 그룹 위기마다 희생하는 면모를 보여 결국 김정태 회장은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책임을 덮고 김정태 회장과 서울은행 인맥인 함영주를 선택했다. 함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행정소송 2심 제소를 근거로 징계 효력 정지를 법원이 인용하며 간신히 회장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함 회장에게 사모펀드는 벗기 힘든 큰 짐이다. 부실한 사모펀드 판매 리스트가 늘어나면 함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DLF 행정소송 2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게 또 하나 일본 사모펀드 논란 추가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에서 사모펀드 문제를 풀어갈 총괄 경영자는 강성묵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이 그룹 개인금융, CIB, 지원 부문과 함께 그룹 자산관리 부문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의 3년 임기는 2025년 3월이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행정소송에 이기고도 금융당국의 책임 강조로 물러났다. 함 회장의 연임이든 후계 선택이든 일본 사모펀드 정리 관련 강성묵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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