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뒤흔들 증권발 ‘부동산 폭탄’, 주범은 지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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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뒤흔들 증권발 ‘부동산 폭탄’, 주범은 지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8.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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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포저 12.3조, 금융지주 전이 ‘아찔’… 시한폭탄 심은 이진국 전 사장은 공익재단 수장 ‘건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3월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증권을 인수한 이후 세 번째 하나은행 출신 대표이사로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그는 하나증권 사장이면서 하나금융지주 개인금융·자산관리·CIB·지원 부문 부회장 역할도 부여받았다. 과거 하나은행 출신 김정태(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임창섭 사장과 비교할 때 하나증권 사장이 겸임한 하나금융그룹 차원 역할로는 역대 가장 비중이 커서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함영주 회장의 특별한 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증권산업 경력이 없는 강성묵 사장이 2021년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 2022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차례로 역임하는 경력 관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하나증권 출신인 필자는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각별한 인물을 키워주는 사례를 직접 목격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과거 김정태 전 회장은 충청지역본부 출신 함영주 현 회장을 지속적인 경력 관리 끝에 지주 회장으로 키웠다. 한편 함영주 회장은 2009년 대전영업본부장을 지냈는데, 공교롭게 2015년 은행장으로 승진한 이후 대전영업본부장으로 있던 강성묵 사장은 매년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어 필자는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3년 들어 함영주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수익 제고를 위해 분야별 1등이 될 것을 계열사에 주문하고 있다. 그중 가장 기대하는 곳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2.7조 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2022년 말 자기자본(5.8조 원) 기준 증권업계 5위에 등극한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의 자본 확충이 최종 완성된 후 강성묵 사장은 짧은 자산운용업계 경험을 하고 정교한 타임 스케줄을 보이며 메이저 증권회사로 등극한 하나증권에 부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강성묵 사장은 부임 후 2023년 우선 과제로 본인이 부사장으로 재임한 하나UBS자산운용 경영권 인수를 들었다. 그가 하나금융그룹에서 이미 잠룡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강성묵 사장은 은행 개인영업과 영업지원 경력이 대부분이다. 평생 증권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장들도 요즘처럼 시장이 어려우면 버텨내기 어려운 곳이 증권산업이다. 한두 해 자산운용회사 경영진 경력으로 초대형 IB 증권회사로 성장한 하나증권을 강성묵 사장이 무리 없이 경영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함영주 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지나 2023년쯤 경기 회복기에 강성묵 사장이 증권회사에 부임하면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해 그가 충분히 성장 결실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3년 한국 경제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여기에 탄탄대로일 것 같던 강성묵 사장의 역정에 예기치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자료 1. /출처=하나금융지주
자료 1. /출처=하나금융지주

하나증권은 지난 3월 강성묵 사장 등장 이후 첫 분기를 보내며 그룹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다. 그룹 IR 보고서에 하나증권은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2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증권 2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49%나 감소했고, 영업손실 175억원, 당기순손실 48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익 실적 악화 원인은 대손충당금이며 미래 손실을 예상하는 주된 원인은 2019년과 2020년에 있었던 공격적인 부동산 PF와 해외부동산이나 금 등 상품에 투자하는 해외대체투자 전략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 방어를 위해 미국, 유럽, 국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악화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과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증권사에 자본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공격적이었던 하나증권은 1분기 290억원, 2분기 540억원 등 상반기 총 83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료 2.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2. /출처=한국신용평가

지난 7월 17일 증권산업을 비롯한 금융 부문의 부동산 PF와 해외대체투자 리스크를 점검한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날 하나증권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말까지 하나증권 자기자본은 약 5조9000억원이며 자산 건전성도 아직 양호하다. 2019년 이후 위험익스포저가 심하게 증가했으나, 자기자본도 같이 증가한 덕이다. 그러나 3월 말 현재 12조3000억원에 이르는 위험익스포저를 구성하는 상당 부분이 해외대체자산으로 구성되어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한신평의 진단이다. 증권산업은 흔히 높은 위험이 큰 기대 수익과 쌍을 이루는 기본 원리가 작동하는 곳이다. 자본 증가는 금융회사가 위험이 현실화할 때 파산할 여지를 줄이는 것이지 손실이 발생하는 위험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증가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이 위험을 관리할 전문성 있는 경영진과 인력이다. 전문 능력이 부족한 증권사에 거대 자본을 맡기는 것은 철부지 아이에게 총을 마구 휘두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총기 난사의 위험이 있고 인명 사고 등 큰 피해가 나기 쉽다.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2에서 2019년 이후 위험 증가 속에 하나증권은 3년간 영업 순수익이 증가한 후 감소하고 있다. 증권회사 경영기획에 여러 차례 몸담았던 필자는 부동산 경기 상승 국면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이 부동산 투자를 단기적 경영 실적 획득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는지 여러 차례 목격했다.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붐은 대부분 국민의 위험 감각을 둔화시키므로 부동산 투자를 주도하는 세력이 프로젝트를 상품화하거나 관련 의사결정을 유도하기는 아주 쉽다. 부동산 투자는 투자 회임 기간이 보통 2~3년 걸린다. 경영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팀은 투자 초기에 불확실한 2~3년 후 기대 투자수익을 최대화 설계하여 높은 수수료와 보수, 평가차익 등을 자기자본 투자, 상품 판매를 통해 지금 반영한다. 미래 가정에 불과한 고수익을 전제로 현재 회계 수익을 부풀리고 보수나 인사평가로 수혜를 현재화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프로젝트의 마술이자 매력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붐 붕괴와 함께 금융회사나 금융상품 가입자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이러한 현상이 하나증권 상반기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대부분 사례에서 부동산 투자의 수혜자는 초기 경영진과 부동산 기술자이고 피해자는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였다. 이러한 금융회사 부동산 투자의 특성을 알아차렸는지 지난 7월 24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성과보수 개선을 선언했다.

자료 4. /출처=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자료 4. /출처=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하나증권 해외부동산 위험익스포저 증가의 결실로 재미를 보고 결국 함영주 회장과 강성묵 콤비를 곤란에 빠뜨린 인물은 2019년 당시 하나증권 사장으로 재직한 이진국씨다. 참고로 하나증권 사업보고서상에 2019년 이후 퇴직 시점까지 이진국 사장의 상여 총액은 15억5000만원으로 연 평균 5억원 이상이었다. 2018년 상여가 1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그는 과거 최순실 국정 농단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른 김정태 회장이 선택한 인물인데, 경기고와 성균관대 인맥으로 김승유와 김정태 두 명의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과 재임 당시 권력 핵심인 국무총리와 연결된 인물로 알려졌다. 한편 자료 4에서 보듯이 2019년 당시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호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출신으로 증권산업 경험이 풍부한 이진국 사장은 부동산 투자가 경영 실적에 미치는 위력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하나증권의 전격적인 자기자본 증자분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진국 사장은 2019년부터 해외부동산 투자에 몰방하는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료 5. /출처=한국신용평가 ‘증권 및 보험사 해외부동산 리스크 점검’(2023.8.2.)
자료 5. /출처=한국신용평가 ‘증권 및 보험사 해외부동산 리스크 점검’(2023.8.2.)

2019년부터 무차별적으로 벌인 해외부동산 투자로 2023년 이후 하나증권은 곤란할 지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회사(한신평 평가 대상 28개)는 3월 말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이 13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8%에 이른다. 증권회사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주로 미국과 유럽의 사무실과 숙박 부동산에 주로 투자했는데, 이 비중 상당 부분을 하나증권이 이바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의 직접 타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자료 6. /언론 보도 취합 정리
자료 6. /언론 보도 취합 정리

2019년 당시 언론 보도로 확인할 수 있는 하나증권의 미국 부동산 주요 투자는 9억8000만달러, 독일은 2700억원에 달한다. 자료 6은 당시 보도된 주요 투자처를 정리한 것이다. 한편 자료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2023년 들어 당시 공격적으로 투자한 자료 6에 있는 해외부동산에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먼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더 스퀘어 투자 부동산 가치가 매입 금액 대비 40% 이상 폭락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증권은 1조3000억원 가치의 이 독일 부동산을 인수 후 기관 등에 매각(sell-down)할 예정이었으나, 전량 매각에 실패하고 하나증권이 모든 인수 위험을 떠안았다. 인수 자금 7700억원은 현지 금융에 선순위 대출을 받았고, 하나증권은 2700억원만큼 지분 참여를 했다. 앞으로의 독일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가 하나증권 재무제표에 장착된 첫 번째 시한폭탄인 셈이다.

자료 7.
자료 7.

두 번째 시한폭탄이 될 해외부동산은 하나증권이 거래처 발굴을 하고 펀드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타임스퀘어 마가리타 호텔이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여러 외신에서 이 호텔의 경매와 파산신청 관련 뉴스가 최근 쏟아졌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 타임스퀘어의 상징건물이 된 마가리타 호텔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뉴욕 관광이 침체한 2021년 개장 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고,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이에 채권자들의 경매를 통한 담보권 행사를 막고 3억900만달러에 이르는 모기지 대출과 메자닌 대출의 협상과 조정 및 차환을 목적으로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이 중에 하나증권은 8600만달러를 메자닌에 투자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원자산운용의 미국부동산사모펀드로 968억원을 매각했다. 글로벌원자산운용 사이트의 펀드 리스트에서 이 펀드 1, 2호가 미국 부동산메자닌론에 투자한 펀드로 확인할 수 있다. 사모펀드이므로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투자 부동산이 파산신청이 들어갔으므로 환매제한이 개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8. /출처=https://www.margaritavilleresorts.com/
자료 8. /출처=https://www.margaritavilleresorts.com/

한편 파산신청에 포함된 이 호텔의 감정평가 금액은 2억6600만달러에서 3억5000만달러에 이르며, 또한 뉴욕 경기 회복에 힘입어 호텔 측은 경영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그러나 채권자 측은 아직 높은 공실률이 지속하고, 고금리와 부동산 저평가 등을 들며 손실 방어를 위한 담보권 실행을 추진하고 있어 호텔과 채권자 간 복잡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마르가리타 호텔의 손실 규모가 얼마일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미국 핵심 상업 지역인 뉴욕 타임스퀘어의 상황이 심각함을 고려하면 다른 미국 부동산 투자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마르가리타는 용으로 변한 악마를 물리쳤지만, 비참하게 참수당한 비극적인 기독교 성녀다. 특히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덩치가 큰 미국 시애틀 사무실 상황마저 악화하면 하나증권은 점입가경,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한신평이 하나증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콕 짚어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하나증권 해외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는 규모로 보아 잘못하면 하반기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이진국 전 사장은 2021년 증권회사 CEO로서는 이례적이며 수치스러운 선행매매 혐의로 금감원 고발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으며 2021년 대표이사직을 물러났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부터 종목 추천을 받아 개인 투자를 했다는 혐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차이니즈 월(투자정보 사전 교환 차단벽)’이라는 이름으로 증권회사 임직원은 철저히 금기로 삼는다. 택시 기사가 음주 운전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버젓이 그 선을 넘었다는 혐의를 받는 행위를 했고, 2023년 1월 1심에서 다행히 무죄를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반해 이진국 전 사장에 종목 추천을 한 관련 리서치센터 직원은 처벌받았다. 이러한 장면은 필자에게 대체로 ‘대한민국 법원 판결은 CEO에게 관대하다’라는 소문을 떠오르게 한다. 이진국 전 사장은 2021년 3월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되어 현재도 하나금융그룹에서 녹을 받고 있다. 회사 경영에서나 개인 재산 관리에서 공격적인 사익 추구 행위가 충분하게 관찰되는 인사가 하나금융그룹 공익을 대표하는 재단 이사장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오래오래(long for higher)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하반기 국내나 미국, 유럽 부동산시장의 조기 회복 기대는 섣부른 것 같다. 결국 해외부동산 여파로 하나증권 경영이 악화하면서 강종묵 사장을 궁지에 몰아넣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때도 공익 근무(?) 중인 이진국 전 사장이 책임론에서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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