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란 뇌관’ 우려 GS건설, 규제 리스크 덮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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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대란 뇌관’ 우려 GS건설, 규제 리스크 덮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7.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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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 차환 어려울 땐 ‘제2의 흥국생명,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발생 가능성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사상 가장 긴 회장직 5연임 기록을 세우고 올해 3월 물러난 GS건설 허창수 회장은 재계에서 부드럽고 실리적인 젠틀맨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GS그룹이 LG 가문에서 분리될 때 ‘허씨’ 추대를 받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GS그룹을 재계 서열 7위까지 키웠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불가피하게 얽힌 것 말고는 사건 사고가 기록되지 않는 깨끗한 경력을 자랑하는 보기 드문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임병용 대표와 각자 대표이지만, 여전히 허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GS건설은 2002년 ‘자이’ 브랜드를 시작으로 국내 명품 아파트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브랜드스탁 등 주요 부동산 정보업체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아파트 브랜드에서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허 회장에게 지난 4월 일어난 GS건설 시공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한 국토교통부 사고 현장 특별점검 결과 발표는 큰 충격을 주었음이 틀림없다. 그는 지난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CEO를 중범죄자로 만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보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명 피해가 없는 야간에 붕괴 사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가 처벌 대상이 될 뻔했다.

자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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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10쪽에 달하는 특별 점검 보고서 요점은 공사를 발주한 LH나 시공한 GS 건설, 감리인 모두 총체적인 부실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지하 주차장의 천장을 지지하는 기둥이 설계 단계부터 안전 여부를 진단한 구조계산서와 다르게 설계했고, 그나마도 기둥을 다 설치하지 않고 시공했으며, 콘크리트 품질도 미달인 등 감리 기능도 무용지물이었다. 발주처 LH는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시공사 GS 건설은 이날(10일) 현재 사과문이 없다. LH는 2021년 3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직원의 조직적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또 한 번 공식 업무시스템의 도덕적 해이에 직면했다.

자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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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역시 품질·환경 경영방침과 달리, 이번 붕괴 사고로 말과 행동이 가식이었음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위험이 크다. 특히 20여 년 동안 아파트 수요자에게 좋은 평판을 받아왔던 자이(Xi) 브랜드는 이번 사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할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고급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 싹튼 터라 GS건설 아파트 소비자들의 인식은 더욱 나쁜 방향으로 공명할 수 있다.

자료 3. /출처=2022 GS건설 사업보고서
자료 3. /출처=2022 GS건설 사업보고서

지난 3월 발표한 GS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허창수 회장 약 61억, 그의 아들 허윤홍 사장 13억여원 등 총수 일가 부자는 약 7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같은 공시자료가 나온 지 한 달 만에 인천 검단 붕괴 사고가 발생, 주가가 폭락하면서 GS건설 주주와 투자자, 아파트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다. 특히 GS건설이 처한 재무 상황과 이번 붕괴 사고로 닥칠 사업 환경을 총수 일가가 받은 보수와 비교하면 이해 관계자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자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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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평가 및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국토부 현장 조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긴급 보고서를 냈다. GS건설은 최근 수년간 매년 5000억~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영업에서 발생하는 실질 현금흐름인 EBITDA(이자 비용, 감가상각, 세금 등 회계적 지출을 제외 전 영업이익)도 양호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 현재 GS건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은 3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GS건설의 단기성 차입금은 2조7000억원이고, 신용 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PF 우발채무는 1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인천 검단 사고 현장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상반기 결산에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회계 수치상으로 GS건설의 재무 상황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은 기우일까.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장 보이는 재무적 수치가 아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서울 중구 센트럴자이 외벽 균열,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주차장 누수, 평택 지제역 자이 주차장 누수 등 올해 들어 GS건설의 안전 문제가 이어지고 있고, 국토부는 전국 83개 현장에 확인 점검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포함한 사고 처분이 다음 달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GS건설과 관련한 안전 이슈가 장기화할 때는 영업으로부터의 자금 흐름이 급격하게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시장은 새마을금고 연체율 급증에 따른 채권 매도 물량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GS건설의 PF 만기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GS건설 평판이 기업 안전 문제로 악화할 때 채권 투자자의 기피로 재무 상황은 순식간에 심각해질 수 있다. 신용은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심리적 평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아슬아슬한 재무 상황, 평판과 영업 전망 악화, 고액 연봉 등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삼중으로 겹칠 때 어떠한 신뢰 훼손 쓰나미가 GS건설에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연기(콜옵션 미행사)하자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작은 충격도 큰 파문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결국 GS건설이 제2의 흥국생명,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금융지주의 성과급 잔치를 비판하며 은행 공공성을 강조한 윤석열정부에서 허창수 일가의 고액 연봉이 붕괴 사고와 겹친 모양새는 아주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규제 리스크’까지 덮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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