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에 ‘임종룡표 관치금융’은 약일까, 독일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우리금융그룹에 ‘임종룡표 관치금융’은 약일까, 독일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6.30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드인사’ 잡음, 농협금융 수장 시절 구태 반복… 기업영업 우대 행보에 상대적 홀대 논란도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맞이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그는 정치권이 아닌 금융 분야에서 공직 생활 대부분을 보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한국 금융에 또 다른 스펙트럼을 형성하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1959년생으로 70년대 말 강남 개발과 함께 부호 자녀들이 모였던 영동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2016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 재산은 21억원으로 경제부처 장관 평균 10억원을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다. 그에 앞서 2015년 금융위원장 내정 당시엔 반포동 실거주지가 아닌 서초동 주택조합에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 해명에 진땀을 뺀 적이 있는데, 경제적 입지로 보자면 그는 ‘강남을 선호하는 공무원 부자’였다. 아마도 임종룡 회장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는 부동산 자본주의가 은총을 내린 서울특별시에서 ‘강남 출신이냐, 강북 출신이냐’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지배층에 합류하는 데 있어 어떤 면에서는 과거 호남 출신이냐 아니냐의 영향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관문’이라는 점을 체험했을 것이다. 과거 행정부 경력을 살펴보면 임종룡 회장은 돈이 모이는 금융당국에서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다. 단순한 편견일 수 있지만 그의 강남 선호 경향이 자본주의 꽃인 금융 부문에 천착하고 지금까지 집착하는 것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편 재미있게도 임종룡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사령관인 경제부총리 후보에 두 번이나 거론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은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이었는데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면서 기회가 소멸했다. 두 번째는 현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로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이 고사했다고 알려진다. 이후 경제부총리에 추경호가 지명되는데 임종룡과 추경호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 둘은 같은 해인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같은 학교인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석사도 했다. 또한 임종룡과 추경호는 시차가 있지만 모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을 지냈고 임종룡은 금융위원장, 추경호는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그들의 중첩된 인생 역정을 통해 두 사람의 상호 조력과 보완 관계를 합리적으로 미뤄 볼 수 있겠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2011년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관가를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금융계에 등장했다가 2015년에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했고 2017년 정권 교체 후 물러났다. 이후 그는 약 5년간의 공백기를 보낸 후 보수당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금융 전문가로 주목 받았다. 그가 경제부총리를 고사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많은 금융 관료가 오랜 기간 소송과 고발, 사회적 비난으로 상처받는 모습을 목도(目睹)하면서 권력보다는 정권 바뀜에 상관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금융계 ‘테크노크래트’(technocrat, 전문기술관료)의 길을 선택했을 수 있다. 농협금융에 이어 두 번째 금융지주 수장에 오른 임종룡 회장은 정치적 타격만 입지 않으면 우리금융 이후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등이 많으며, 76세까지 BNK 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사례에 비추어 10년 이상은 금융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며 수십억 원의 급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늘고(?) 실속 있는 ‘경제적 인류’(homo economicus)의 삶을 선택했을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은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에 재임할 때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을 합병한 한빛은행(우리은행 전신)을 탄생시켰고, 금융위원장으로 근무할 때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번에 우리금융지주 수장에 취임했다. 그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육성해 우리금융을 3위 금융지주로 키울 것으로 우리금융그룹 내외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과거 NH농협금융 사례처럼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한국금융시장에서 임종룡 회장의 화려한 경제관료 배경이 우리금융에 유리한 지위를 부여할 것이며, 또한 대형 M&A 성공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임종룡 개인의 성적 매김에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융지주의 고질적 현상인 ‘코드인사’가 벌써부터 관찰되는데, 우리금융이 최근 11개 사업 부문을 9개로 축소하면서 44%에 달하는 4개 사업 부문을 연세대 출신이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에서 영입한 장광익 우리금융지주 브랜드부문장도 연세대 출신이다. 임종룡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때도 같은 행태를 보였다.

필자 경험에 2~3년 임기의 금융회사 CEO는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자 하는데, 하향식 의사소통에 익숙한 관료 출신 CEO일수록 기존 인력의 설득과 대화보다는 자기 사람을 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조직에 개인의 미래를 맡기고 있는 직원의 사기를 철저히 꺾고, CEO가 떠난 이후 주요 핵심 관리자의 이탈로 조직 역량의 단절을 가져온다. 심지어 뒤를 이은 CEO가 혁신을 부르짖으며 다시 ‘자기 사람 심기’를 반복할 때, 커진 목소리만큼 비례하여 조직은 더 망가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낙하산에 의한 자기 사람 심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패악’(悖惡)이다. 그런 조짐이 임종룡 회장이 등장하자마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자료=한국은행 ‘자산운용 시장성장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은행 ‘자산운용 시장성장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임종룡 회장은 외환은행 매각과 같은 눈에 띄는 실정은 없었으나, 그의 재임 시절에 2019년 이후 크게 문제가 된 사모펀드 활성화가 본격화되었고, 그의 재임 시기 사모펀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는 점은 금융정책전문가로서의 그의 정책 능력과 평판에 큰 부담임이 틀림없다. 천문학적 규모인 1조6679억 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이 등장한 시점이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2015년 그해 12월이었다. 사모펀드 판매규제가 완화되자 내용도 불투명한 수많은 사모펀드를 은행과 증권사가 공모펀드처럼 개인에게 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사장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아직도 연명하고 있는 것이 금융산업 현장의 현실이다. 사모펀드 부실이 드러나기 직전 금융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임종룡 회장에게는 가슴 쓸어내릴 천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칭 금융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사모펀드의 문제점을 몰랐을까? 알았어도 문제고 몰랐으면 무능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우리금융을 ‘기업금융 강자’로 평가했다.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역량(competency)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그 흐름에서 기업금융 전문가인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우리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한편 이러한 선정 배경 외에도 조병규 은행장 내정자는 경영기획, 준법 감시, 기업 대상 영업 등 은행 업무 중에서 비교적 관료 색채가 짙은 부문에서 커온 점이 정통 관료 출신 임종룡 회장과 코드가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무에서 기업 대상 영업은 소수정예로 활동하며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지만 다수인 개인영업 부문이 조직 영향력과 자원배분에서 우위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회장 이하 경영진의 공개적 기업 영업 우대 행보를 놓고 인사, 보상, 자원배분 등에서 다수 개인영업 부문 직원은 홀대를 받게 된다는 우려가 커진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그룹 전체 수익의 87%를 벌어들이고 자산은 94%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절대적 비중의 우리금융 시스템은 상당히 불안정해 보인다. 윤창현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 금전 사고 약 1100억 원 가운데 우리은행은 약 701억 원으로 절대 비중을 차지했다. 평생 금융 현장에서 금융회사 행태를 관찰한 필자가 보기에 우리금융은 물리적 수익구조 혁신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신뢰감 회복이 우선으로 보인다. 최근 자기 사람 심기와 우리은행장 내정 과정을 보건대, 고위 금융 관료 출신 임종룡 회장의 테크노크래트 역량과 관치 배경이 우리금융에 이로운 약이 될지, 부작용은 없을지 신경이 쓰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