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치욕’ 우리금융 혁신과 또 터진 횡령 사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공적자금 치욕’ 우리금융 혁신과 또 터진 횡령 사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7.12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당 기간 ‘시재 불일치’, 은행 전반적인 시스템 심각… 임종룡·조병규 혁신 행보 되돌아볼 때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금융은 부실 금융회사로 공적자금을 받고 예금보험공사 관리를 받았었다. 이후 민영화에 성공하며 공적자금 투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부실 금융회사라는 오명(汚名)은 해당 금융회사 직원에게는 잊힐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필자도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사에서 민간은행에 매각되기 전까지 15년을 시달린 바 있어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 공적자금 관련 예보 담당 업무 팀장을 맡았던 터라, 금융사 역량이 어떻게 공적자금 관리 시스템에서 망가져 가는가를 직접 분석하고 체험했다. 무엇보다 직원을 지치게 했던 것은 CEO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닥치는 공허한 혁신과 구조 조정 요구와 강요였다.

농협금융지주에 이어 두 번째 관치금융 수장으로 등극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여 년 만에 ‘IT 아웃소싱’ 전략을 폐기한다고 선언하는 보도자료를 지난 11일 배포했다. 과거 2000년대에 들어서며 ‘아웃소싱’은 기업집단들의 경영 효율화 상징으로 크게 유행했다. IT, 총무, 인사 등 그룹 내 주요 기업의 공통적인 지원 업무를 전문회사에 용역을 주어 비용 절감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주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경영 진단에 공통 권장 항목이었다.

많은 금융사를 거느리는 금융지주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문회사를 신설하여 통할하게 했는데, 우리금융은 IT 서비스를 우리FIS에 맡겼다. 금융사의 IT 서비스는 인공지능 적용 수준으로 금융산업의 온라인화가 발전하며 필수적인 경쟁력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은행, 증권, 카드 등 서로 다른 고객별 수요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하고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IT 아웃소싱은 전략 우선순위상 비용 효율성을 강조한 나머지 금융사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제약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임종룡 회장은 은행과 카드회사가 직접 IT를 담당하도록 아웃소싱을 폐지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금융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IT 혁신은 금융사의 정보가 흐르는 네트워크를 수정하는 것으로 간단히 이뤄질 문제가 아니다. 마치 국토의 고속도로, 산업도로를 바꾸는 것과 같다. IT 전략 수정은 전산 기기 선정 또는 교체, 프로그램개발과 안정화 및 유지에 막대한 기업 자금투자가 필요하고 비용이 소요되며, 더욱 중요한 요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이용하는 고객 모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수정 후에도 IT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무리 잘 돌아가도 직원이나 고객이 불편 또는 불만족스러워해서 IT 시스템 론칭 후에도 수정을 반복하는 사례가 있다. 이때 IT 시스템이 누더기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임종룡 회장이 추진하려는 IT 전략 수정은 우리금융 전반에 물적, 시간적 부담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IT 전략 수정은 IT 개발과 유지 기업의 큰 변화가 동반된다. 당연히 배후에 이권 다툼과 비리가 있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 지난 3일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임 회장의 당부에 호응하며 그의 은행 내 주요 성장 경로인 기업금융을 중점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필자가 금융 현장에서 이해한 바로는 기업금융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의 주요 분야로 주식, 채권 등 증권화, 유동화 기법을 활용하여 기업의 자금 조달과 운용을 지원하는 금융 업무로 주로 증권업 영역이다. 조 행장의 경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업 대상의 대출과 예금, 당좌 업무를 취급하는 기업 대상 은행 영업은 기업금융 일부분이므로 필자는 ‘기업 영업’으로 부르겠다. 기업 영업 강화를 위해 조 행장은 취임 첫 행보로 인천 남동공단의 우리은행 지점을 방문했고, 11일에는 경기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를 개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신임 은행장의 의욕적 행보를 보이지만, 우리은행 직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영업 직원은 이를 어떻게 지켜볼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부실 은행 낙인이 찍힌 직원 정서에 피해의식이 만연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장의 법인영업이라는 엘리트 영업 중심 행보는 직원 정서를 갈라치기할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에 또 하나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북의 한 지점에 근무하던 직원이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시재금 7만달러, 한화로 약 91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600억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고도 본점의 외환 거래에서 발생했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유용은 5건에 701억원이었는데, 수치보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고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을 것임에도 은행의 금기인 ‘시재 불일치’가 상당 기간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사고도 특정 개인의 불법 횡령으로 지나가려 하지만 시재 불일치는 개인 불법이 아닌 심각한 은행 시스템 문제다. 시재 마감이 무너지는 곳은 은행이라고 하기에 어렵다. 당신이 맡긴 예금을 직원이 퇴근 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며칠 후 메꾸어 넣는 것이 가능한 은행을 생각해보라. 필자 같으면 아무리 이자를 많이 줘도 그곳은 발걸음을 끊을 것이다. 이번 사고 때문인지 우리은행은 조 행장 취임 이후 첫 조직 개편으로 ‘검사본부’를 신설했다.

금융사고 빈발은 직원이 소속 조직에 충성심이나 기대를 상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일 개연성이 있다. 부실 금융 트라우마가 오래된 우리 금융에 많은 금융사고가 누적한 원인일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의 IT 혁신과 조병규 행장의 법인영업 강화 전략 모두 의미 있는 사업전략이지만, 장기간 부실 은행 낙인으로 트라우마가 있을 우리은행 대다수 직원은 이들 전략이 역시 우리금융의 진정한 변화를 바라기보다는 단기 성과 추구로 느낄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한 인물이어서 우리금융 직원은 그를 돌아온 점령군으로 볼 수 있다. 금융회사는 사람이 중요한 비즈니스다. 그러나 대다수 우리금융 직원의 마음은 경영진과 중국-대만 양안(兩岸) 관계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최근 금융사고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