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불안” 현대차·기아 버리는 미국 소비자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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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불안” 현대차·기아 버리는 미국 소비자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6.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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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미국 현지에서 폭주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도난 사건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2011년에서 2021년 사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 또는 판매한 25개 차종에 도난 방지 장치가 결여됐고, 이 사실을 활용한 차량 도난 방법이 틱톡을 중심으로 SNS에 널리 퍼지면서 도난 사건이 급증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도난 방지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지난달 초에는 도난차량 소유자들에게 2억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태가 수습되는 분위기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WSJ은 “현대차와 기아가 해결책을 낸 이후에도 3개월 동안 절도가 이어졌다”며 최근 상황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여기서 해결책은 자동차 도난 방지 프로그램을 무료로 설치하도록 한 것을 의미한다. WSJ에 따르면 한 여성이 소유한 기아 스포티지가 도난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후인데도 지난달 차량을 도난당했다. 심지어 이 차량의 절도범은 지난해 8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도난에 취약한 것으로 분류된 현대차·기아 차량 800만대의 약 7%가 도난 방지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이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현지 경찰 대변인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중순까지 이 지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약 1900대가 도난당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7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일련의 대규모 도난 사건은 현대차그룹의 평판과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도난 차량을 회수하더라도 도난 당시 이미 파손 상태가 심해 과다한 수리 비용을 이유로 보험회사가 수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로 인해 차를 바꿔야 하는 현대차·기아의 도난차량 소유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몇개 시는 현대차그룹의 도난 방지 실패가 많은 범죄를 양산해 경찰 예산을 낭비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4월 17개 주 법무부 장관은 연방 안전 규제 담당 기관에 도난사건 관련 현대차·기아 차종의 리콜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WSJ 보도에 등장한 한 딜러는 “현대차·기아가 안전 리콜(safty recall)을 꺼리는 것이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결함을 인정해야 하는 안전 리콜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어쩐지 현대차그룹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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