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급발진 사고 없는 이유는 ‘EDR’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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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급발진 사고 없는 이유는 ‘EDR’ 때문?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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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제조사가 자료 독점, 소비자만 억울한 피해”
EDR 기록 저장시간 확대 등 데이터 고도화도 촉구
급발진 사고로 전면이 훼손된 차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급발진 사고로 전면이 훼손된 차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시민단체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을 소비자 과실로만 떠넘겨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급발진 원인규명 방법을 다양화하고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 분석기의 일반 판매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개인이 급발진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EDR 분석을 제조사가 독점한다면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며 “EDR 분석기의 일반 판매, 사고기록 저장시간 확대, 조향각 정보 추가 등 EDR 데이터의 고도화 등을 통해 급발진 예방과 원인 규명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례는 총 316건이지만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급발진은 대형 사고로 이어져 사망률과 위험도가 큰 결함이다. 원인과 예방책도 명확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다.

EDR에는 충돌 전의 차량 속도, 충돌정보, 에어백의 전개정보 등 15개의 항목이 저장된다. 사고 원인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자료가 모두 EDR에 담겨진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중요한 자료를 현대자동차·기아 등 제조사만 볼 수 있다. 미국이 EDR 분석기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제조사에 강제하는 것과 큰 차이다. 결국 급발진 사고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데다 원인을 규명할 EDR조차 볼 수 없어 피해 입은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방법이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EDR 분석장치 판매에 대한 국내 규정이 없고,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연방법으로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내놓으면 90일 안에 EDR 분석기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제조사에 강제한다. 일반 소비자, 보험사, 사고분석기관, 병원 등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테슬라, 토요타는 기존 EDR 외에 추가 장치를 설치해 주행과 사고 기록을 저장하고 필요시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차량 제조사 외엔 해당 EDR을 분석해 줄 곳이 없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들은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기관에만 EDR 분석기를 공급하고 있다. EDR 기록의 신뢰성을 소비자들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급발진 사고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져야 하는 상황에서 필수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급발진 예방과 원인 규명을 위해 조속히 EDR 일반판매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EDR에 저장되는 충돌 전 단 5초만으론 사고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최근 미국서는 모든 차량의 사고 기록 저장시간을 20초 이상으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정도로 원인규명에 철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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