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자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GS건설이 지난달 20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미래혁신대표를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임병용 부회장은 내년 이사회까지는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순살자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10년 만에 쓸쓸하게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새 CEO 내정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GS건설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지난 6월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다수의 보도가 이어졌다.

구글에 올라와 있는 보도들의 키워드는 GS건설이 해외 사업 수수료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 대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세무당국에 포착됐다는 것과 설계변경 협상 과정에서 임병용 대표가 컨설팅사와 단독 미팅을 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매체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6월부터 GS건설의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해외 사업 수수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파악하고 고강도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4국은 검찰 특수부에 해당하는 핵심 부서로, 기획세무조사만 담당하는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직이다.

GS건설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종합석유화학단지 ‘라빅2 프로젝트’를 18억달러(당시 환산액 2조740억원)에 수주했지만, 추가비용 반영으로 1750억여원의 손실을 기록하자 2018년 컨설팅 회사인 앱솔루트를 고용해 설계변경 협상을 추진했다.

조사4국은 앱솔루트와 수수료 협상을 진행한 자리에 임병용 대표가 단독으로 참여한 사실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협상엔 대표를 비롯해 담당 직원과 실무진이 참석하지만, 임 대표 단독으로 협상에 참여한 이유를 석연치 않다고 본 것이다. 또 앱솔루트에 지급한 18%의 수수료도 통상 지급하는 1% 미만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고 봤다.

세무당국은 수수료 지급방식에서도 수상한 점을 포착했다. 본사가 직접 지급하던 수수료를 몇 개의 회사를 거쳐 추적이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수수료 지급은 GS 법인 간 차입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GS건설이 만든 사우디 현장 시공법인 GS CA라는 현지법인에서 아랍에미리트 GS 시공법인 GS CME로 2400만달러가 차입됐다. 이어 GS CME가 앱솔루트 법인으로 2400만달러를 다시 차입했다. 앱솔루트가 차입해간 2400만달러는 1년 뒤 GS건설 본사가 GS CME 대신 상환해줬다. 국세청은 이 거래를 추진한 임 대표 등 수뇌부가 내부의 감시를 피하려고 몇 단계의 차입구조를 도입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수수료 부풀리기, 횡령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국세청이 검찰로 사안을 넘겼을텐데 아무 문제 제기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임병용 대표가 컨설팅사와 단독 미팅한 사실이 없었고 모두 임직원을 동행했다"라며 "컨설팅사 앱솔루트 관련 현장은 라빅2 프로젝트가 아닌 RRW 현장으로 기사에 나온 금액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앱솔루트에 지급한 수수료도 18%가 아닌 1.2%였으며 수수료 중도금 지급을 위해 현지법인 차입 형태로 모두 적법하게 처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중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