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빚 갚으라고? 누굴 위한 ‘50년 주담대’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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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빚 갚으라고? 누굴 위한 ‘50년 주담대’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8.14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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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초장기 상품 잇단 출시에 금융당국 ‘나이 제한’ 검토… 금융권·건설사 ‘빚투’ 조장 우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10일치 ‘사상 최대 가계대출에… 50년 주담대·인터넷銀 대출 집중점검’ 기사에 달린 댓글.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지난 10일치 ‘사상 최대 가계대출에… 50년 주담대·인터넷銀 대출 집중점검’ 기사에 달린 댓글.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모든 제도나 아니면 관행일지라도 상식선이란 게 있는 것이다. 어떻게 주담대 50년짜리를 만들 생각을 하는 건지. 이건 까놓고 얘기하면 빚으로 몰빵해서 집사고 가격 오르면 그때 팔아서 빚 청산하라는 말과 같다. 돈을 갚을 수도 없는 사람들한테 상환기간 왕창 늘려서 대출해준다는 게 채무자와 국가 그리고 빚을 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무 이득이 없고 오로지 투자 및 건설사들만 이득이 있는 것이다. 투자자 및 건설사들 논리는 지금 아파트 가격 급락하면 나라 경제 망한다고 말하는데, 절대 망하지 않고 그냥 두면 오히려 나라 망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당국이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늘 그래왔듯 “현재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등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에 여론은 정부가 또 빚쟁이를 양산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계의 주담대 관련 대출이 이번 달 들어서만 열흘 새 1조원 넘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4000억원 늘어나는 등 4개월째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담대는 제2금융권에서 4000억원 줄었지만, 은행권에서는 6조원 늘었습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로, 3월과 4월 2조원대였던 증가 규모는 ▲5월 4조2000억원 ▲6월 6조9000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이에 당국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내놓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질수록 한 달에 내는 원금과 이자가 줄어드는 만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40년짜리는 신혼부부이거나 만 39세, 50년짜리는 만 34세 법적 청년이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40년짜리는 신혼부부이거나 만 39세, 50년짜리는 만 34세 법적 청년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40년짜리는 신혼부부이거나 만 39세, 50년짜리는 만 34세 법적 청년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반면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나머지 주요 은행은 현재 이 같은 제한이 없는 상태입니다.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45년 만기 상품에 ‘만 39세 이하’ 조건을 뒀다가,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서 나이 제한을 없앴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34세 이하로 두는 방식을 통해 주담대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앞서 언급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참석자의 “50년 만기 상품에 나이 제한을 두는 쪽으로 의견이 거의 모아졌다”라는 전언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누리꾼들은 ‘빚투’(빚을 내어 투자)를 부추기는 은행과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세력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누리꾼들은 ‘빚투’(빚을 내어 투자)를 부추기는 은행과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세력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사진=뉴스웰DB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빚투’(빚을 내어 투자)를 부추기는 은행과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세력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습니다.

“40살에 집 살 때 50년 주담대 하면 90살인데 그때까지 경제활동을 할지, 살아나 있을지. 50년이 대체 말이 되는 건지. 참나” “은행과 정부와 투기꾼들의 장난질이 아니었다면 전 국민이 강남아파트에 목멜 일도 없었거니와 개구멍만 한 공구리(큰크리트 구조물)가 그 가격일 리도 만무한데 50년을 담보 잡혀 평생 은행 노예로 살면서 늙은이들 노후 대비를 시켜주는구나” “50년짜리는 다 갚을 때까지 주택 못 팔게 해라” “이제 째깍째깍. 폭탄 터지기 5초 전”.

부동산 플랫폼 ‘직방’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083명 설문 결과, 아파트 청약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35.0%)였다. /자료=직방
부동산 플랫폼 ‘직방’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083명 설문 결과, 아파트 청약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35.0%)였다. /자료=직방

한편 부동산 플랫폼 ‘직방’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083명 설문 결과, 올해 청약했거나 하반기 청약 계획이 있는 응답자는 725명이었습니다. 이들이 꼽은 청약 이유는 ▲관심 단지가 분양을 진행해서(39.7%)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 같아서(21.8%) ▲청약·분양 조건이 이전보다 완화돼서(21.4%)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것 같아서(10.9%) 순이었습니다.

다만, 청약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35.0%) ▲낮은 청약 가점, 높은 경쟁률 등으로 인한 낮은 당첨 확률(26.1%) ▲원자재 및 고물가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25.5%) 순이었습니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는 또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합니다. 집값이 다시 뛸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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