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빗장 푸는 외환시장, ‘IMF 상처’ 아물었나 [사자경제]
상태바
24년 만에 빗장 푸는 외환시장, ‘IMF 상처’ 아물었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2.07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벽 2시까지 달러 사고팔고, 원화 역외거래도 허용… ‘외국인 놀이터’ 등 부작용도 우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해 7월 5일 '신(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해 7월 5일 '신(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악용될 여지가 많을 거 같은데요. 코인, 주식 빚 탕감해주는 것도 그렇고 이번에는 왜 외국으로 외환 빼돌리기 쉬운 법을 만드는 겁니까?!? 이거 국제적 금융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크고, 국내 돈이 외국으로 다 돌려버리기 쉬운 법이잖아요! 법이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국화 하고 있잖아요!!”

지난해 7월 5일, 새 외환법 제정 방향이 나오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1999년 만들어진 법을 고쳐 해외송금이나 해외투자에 따르는 불편을 없애겠다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뜻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나라가 나서서 ‘달러 빼돌리기’를 부추긴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정부가 20여 년간 걸어 잠근 외환시장 빗장을 풀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3분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초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자료=한국은행
정부는 올해 3분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초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자료=한국은행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를 열고,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먼저 현행 오후 3시 30분인 국내 외환시장 마감을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오전 2시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매매기준율(전 거래일에 거래환율, 거래량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시장 평균 환율)은 기존처럼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산출합니다.

그동안 서학개미들이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증권사를 통해 시장환율보다 높은 환율로 환전해야 했습니다. 당초 계획한 수량만큼 주식을 살 수 없고, 다음 날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은행권 준비상황 등을 살펴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외환시장이 마감한 시간에도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외환시장이 마감한 시간에도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와 함께 JP모건·씨티은행·HSBC·BNP파리바 같은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을 외환 당국이 인가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으로 지정키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외환시장이 마감한 시간에도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환전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은 참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시행을 내년 하반기로 목표합니다. 올해 3분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초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헤지펀드 등 외국인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립니다.

외환시장 개방 소식에 누리꾼들은 헤지펀드 등 외국인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외환시장 개방 소식에 누리꾼들은 헤지펀드 등 외국인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그동안 외환보유고 차곡차곡 쌓아뒀더니 외인 X들이 그걸 노리고 작전 들어갔네. 외환은행 먹튀는 맛보기다” “해지펀드의 놀이터가 되겠네. 환율 2천원 간다” “역시 IMF 주역답게 왜 다시 한번 더 말아 먹게??” “제2차 IMF 계획 중? 지난 IMF 때 정작 정치하는 것들 중 망한 사람 있었음? 국가 위기를 자신들 돈벌이로 생각하는가?” “새로운 도박판이 열렸네. 환율방어 외환보유로 하지 마라. 도박꾼들이 알아서 하게 놔둬” “누군가 중간에서 수수료 챙기는 구조가 늘어나는 거냐?”.

“원화 매입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지 않나, 딱히 효용가치는 없어 보이는데. 외국이 원화를 많이 갖도록 하기 위함인 건 알겠는데 지금 같은 상황조차도 원화를 안 사는데 터널 뚫는다고 원화를 더 살까. 그냥 중국이 원화 갖고 놀게끔 더 길을 열어주는 거 같은데” “어떤 놈들이 이런 짓거리 하는지 분명히 기사 쓰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책임 물어야 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걸 시행 안 했겠냐? 부작용 심하니 하지 않았던 거지” “큰일 났다. 경상수지 적자가 몇 달째인데 외환시장 개방? 아주 제정신이 아니구먼”.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다. 앞서 2002년 4월에는 세계 4위까지 올랐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다. 앞서 2002년 4월에는 세계 4위까지 올랐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99억7000만달러(약 526조50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전(4231억6000만달러)보다 68억10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째 증가세입니다. 다만,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4232억달러) 세계 9위로 계속 제자리입니다. 앞서 2002년 4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4위였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