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 뱅크, 스몰 라이선스… ‘은행 과점’ 깰 수 있을까 [사자경제]
상태바
챌린저 뱅크, 스몰 라이선스… ‘은행 과점’ 깰 수 있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2.22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금융권 참여한 ‘경영·관행·제도 개선’ TF 가동… 경쟁체제 도입 등 6월까지 대책 마련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3년 후에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물 한 모금을 달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한 세미나가 끝난 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에게 강조한 말입니다. 은행들이 앞으로 3년간 1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밝힌 지 이틀 만입니다. 하지만 실제 출연하는 재원은 7800억원이고, 나머지는 보증 등을 통한 간접 지원 효과였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과점폐해가 크다”라고 지적한 지 일주일만입니다.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민간전문가, 7개 금융권 협회 및 연구기관과 함께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었습니다.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언급된 후속 조치입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이 지속되고 국민의 대출이자 부담 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해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라며 “그간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들을 전면 재점검해 과감히 개선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TF 회의에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금리체계 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 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먼저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을 위해 영국식 ‘챌린저 뱅크’와 ‘스몰 라이선스’(세분화한 소규모 은행업 인가) 도입 등을 검토합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 내 경쟁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 은행권 진입 정책(스몰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등), 금융과 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쟁 촉진 방안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보다 은행 경쟁이 심한 영국은 자본금 규제를 완화해 수십 개의 챌린저 뱅크 설립을 유도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대적인 혁신과 함께 경쟁체제 도입에 나섰다. /사진=각 은행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대적인 혁신과 함께 경쟁체제 도입에 나섰다. /사진=각 은행

챌린저 뱅크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추구하고 개인·기업 영업, 주택담보대출 등 특정 서비스에 특화돼 있습니다. 지점과 인력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 고객 중심의 단순한 상품과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고,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간편·소상공인 대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스몰 라이선스란 금융업이 영위하고 있는 업무를 업무별로 잘게 쪼개 핀테크 등 기업들도 인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으로 진입하기 위해 요구되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어 규모가 작은 사업자의 시장 진출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과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편 등 금리체계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라면서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세이온페이’(Say-On-Pay·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 도입 여부, ‘클로백’(Claw-back) 강화 등을 살펴보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점검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이온페이는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보수를 심의하는 제도로, 미국 상장사는 최소 3년에 한 번 이상 주총에서 심의받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영진 보수에 대해 공시만 하고 있습니다. 클로백은 금융사의 수익이 줄었을 때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의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삭감하는 조치입니다. 금융사 감독 규정에 포함돼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또 “손실흡수 능력 제고 차원에서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금융사의 비금융업 영위 허용, 해외 진출 확대 등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실적 공시 등 다양한 방안도 고민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앞으로 매주 TF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오는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참에 금융권 개혁을 제대로 해보자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관치’로 흘러가는 지나친 시장 개입에는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는 민간 전문가와 7개 금융권 협회,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는 민간 전문가와 7개 금융권 협회,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행도 개혁해야 한다. 경쟁시키고 이자 장사로만 돈 버는 것은 시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더 다양하게 은행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서민들 피 빨아먹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이번에 제대로 개혁하자” “너무 폭리를 취하니 서민과 소상인들 죽어 나간다. 예대마진을 법으로 정하자” “기준금리 올리는데 왜 은행이 떼돈 벌까? 기준금리 인상이라고 핑계 대고 대출이자 폭등시켜서 금리차익 왕창 뜯어서 배 속 채우니까 최대실적 내세우며 성과급 잔치하지! 기존 대출자 주머니 속 강탈해서”.

“비금융업 허용. 은행 때리는 척하면서 소원 수리해주시네. 본질은 외면하고” “국부 유출이라고 X소리 하며 배당 자제시키는 것들이 외국은행을 허가한다. 먼 X소리냐. 말 안 들으면 외국은행 허가하겠다 이거냐” “정부가 금리 좌지우지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되는 거야. 1년에 인플레이션 50%씩 하면 나라 꼴 잘 돌아가겠다. 서민에게 저렴하게 대출해준다? 말은 좋은데 그렇게 해서 터진 게 IMF 사태, 카드 사태, 서브프라임 사태다” “부동산도 그렇고 은행도 그렇고 시장 논리 따라 물 흘러가듯 놔둬야 하는 데 자꾸 간섭하고 건드리려는 사공들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그러다 상황 역전되면 나 몰라라 하지”.

“뭐든 만들어봐라. 그래도 그다지 달라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대출의 기본은 신용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제위기 때 빌린 대출 못 갚겠다고 신용회복이니 개인파산 신청한 거 보면 어떤 바보 같은 은행이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나? 적당히 빌려 쓰다가 못 갚겠다고 정부보고 도와달라고 할 텐데. 지금도 코로나 시기 연체율 보면 금리 하나 낮춘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연장해달라고 해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고. 정작 정부는 부실 날까 봐 민간에만 떠넘기고 있고”.

21일치 ‘은행들 앞다퉈 “대출금리 또 내리겠다”… 추가 인하 배경엔’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21일치 ‘은행들 앞다퉈 “대출금리 또 내리겠다”… 추가 인하 배경엔’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한편 연일 쏟아지는 “돈 잔치” 비난에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45~0.55%p 내렸고, 인터넷 은행은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저 4%대로 인하했습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누리꾼의 하소연입니다.

“집 살 때 대출이야 자기 집이 되지만, 전세대출 이자가 몇 달 만에 2배가 되었습니다. 정말 내 집 마련의 길은 남 일 같네요. ㅠㅠ”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