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전산장애’ 증권사들, 수수료 18조 챙겼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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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전산장애’ 증권사들, 수수료 18조 챙겼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9.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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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거래 수수료 17조8998억원, 전산장애는 ‘하루 반나절마다’ 발생… 전산 운영비는 ‘인색’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은 지난달 8일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건물 일부가 침수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은 지난달 8일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건물 일부가 침수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어제 오후 4시부터 시스템이 안 되었는데 그때는 서울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온 것은 아니지 않나? 폭우가 실제로 오기 전에 선행해서 비가 줄줄 새는 그런 건물인가요? 그리고 다른 증권사 건물은 폭우가 와도 매매시스템 정상적으로 잘 돌아갔어요. 왜 한투만 비가 많이 오면 장시간 전산 마비가 돼요? 그 건물 한투만 있는 곳이라서 한투가 관리하는 건물 아닌가요?”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8일 한국투자증권에서 15시간 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하자, 누리꾼들은 분통과 함께 의구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지난 15일, 양정숙 의원은 금융감독원 자료를 내놓습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트레이딩시스템(HTS·MTS) 서비스 장애는 1136회, 피해액만 268억2416만원이었습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전산장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증권사가 벌어들인 거래 수수료가 5년 동안 1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8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5개 증권사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권 거래 수수료가 17조8998억80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5년간 증권사 전산 장애가 16배 급증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로 18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양정숙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최근 5년간 증권사 전산 장애가 16배 급증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로 18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양정숙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2017년 2조5833억3700만원이던 증권 거래 수수료는 2018년 3조218억7400만원, 2019년 2조1476억8400만원, 2020년 4조8927억2900만원, 지난해 5조2542억5300만원으로 5년 사이에 2배 넘게 불었습니다. 증권사 한 곳당 평균 수수료는 2017년 738억, 2018년 863억원으로 늘더니 2020년(1397억원)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1501억원에 달했습니다.

업체별로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 등 5대 증권사의 지난 5년간 거래 수수료가 모두 8조936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49.9%)을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이 2조 21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2조393억원), NH투자증권(2조364억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지난 5년간 전체 거래 수수료 중 인건비를 포함한 전산 운영비에 투입된 금액은 4조8992억원으로 27%에 그쳤습니다. 특히 5대 증권사의 평균 전산 운영비는 이보다 낮은 23%였습니다. 양정숙 의원실은 이 같은 전산 운영비에는 구성비의 40∼5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포함돼, 실제 전산장비와 설비 등에 투자된 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증권사들의 잦은 전산장애에 대해 누리꾼들은 공매도 등을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며 음모론을 주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증권사들의 잦은 전산장애에 대해 누리꾼들은 공매도 등을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며 음모론을 주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앞서 밝힌 대로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트레이딩시스템 장애는 1136회 발생했습니다. 2017년 50건에서 지난해 840건으로 5년 새 16.8배 폭증했습니다. 연 평균 227회로 하루 반나절마다 발생한 셈입니다. 특히 NH·삼성·키움증권은 해마다 터졌습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33회), 삼성(19회), NH투자(16회), 미래에셋(15회), 한국투자증권(5회) 순이었습니다.

이에 따른 이용자 피해액은 미래에셋증권(76억), 한국투자증권(40억), 삼성증권(15억), 키움증권(11억), NH투자증권(1억원) 순이었습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이 장애가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증권사 보상액은 피해액의 81% 수준에 그쳤습니다. 5년간 전산장애 피해액 268억여원 가운데 218억원만 보상받은 것입니다.

양정숙 의원은 “증권사들이 매년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입을 거두면서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과 첨단 장비 투자에는 인색하다”라면서 “단기간 수익에 눈이 멀어 고객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언젠가 국내 고객을 외국계 증권사에 빼앗길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과 싸잡아 증권사들의 이익만 좇는 행태를 꼬집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매도 등을 위한 의도적인 전산장애라며 음모론도 주장합니다.

“은행, 증권사 이것들 순 양XX들” “화이트 칼라, 골드 칼라 단어 쓰면서 돈벌이에 나서는 양XX네. 그리고 고객들은 호구” “돈은 중개소에서 벌고 박 터지는 개미들 노름방 차려놓고 돈 대주고 삥 뜯는 거랑 뭐가 달라? 죽기 살기로 일개미들이 갖다 바치는데 말만 주식이지 완전 사기각이네” “단타족들이 먹여 살리네”.

“대량공매도 발생일 전산장애 발생??” “의도적인 렉(lag·래그, 컴퓨터 따위가 느려지는 현상) 걸림일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봄! 거래 시작 후에도 2분~5분여간까지도 먹통 되며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듯하고, 장애 발생하면 그저 거래소 핑계만 댈 뿐이니 증권사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수수료 도둑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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