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 민원 폭증, 한투증권 검사 때 제대로 살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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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장애 민원 폭증, 한투증권 검사 때 제대로 살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9.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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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증권사들 ‘내부통제·전산장애’ 민원, 1년 새 106.4% 늘어… 5년간 피해액만 268억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4년 만에 금감원 정기검사를 앞두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웰DB
한국투자증권이 4년 만에 금감원 정기검사를 앞두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웰DB

“어제 오후 4시부터 시스템이 안 되었는데 그때는 서울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온 것은 아니지 않나? 폭우가 실제로 오기 전에 선행해서 비가 줄줄 새는 그런 건물인가요? 그리고 다른 증권사 건물은 폭우가 와도 매매시스템 정상적으로 잘 돌아갔어요. 왜 한투만 비가 많이 오면 장시간 전산 마비가 돼요? 그 건물 한투만 있는 곳이라서 한투가 관리하는 건물 아닌가요?”

지난달 9일 한국투자증권이 접속 장애가 발생한 모바일 및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15시간 만에 복구했다고 알리자, 누리꾼들은 그동안 참아뒀던 분통을 터뜨립니다. 올해 2월 공매도 규정을 어겨 과태료 8억원을 납부한 사실까지 들춰냅니다. 금융감독원 사전검사를 끝낸 한국투자증권은 이제 본 검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매도와 함께 전산 장애도 주요 타깃입니다.

지난달 9일치 ‘한국투자증권, MTS·HTS 15시간만에 복구…폭우에 사옥 침수피해’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지난달 9일치 ‘한국투자증권, MTS·HTS 15시간만에 복구…폭우에 사옥 침수피해’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 가운데 ‘증권사 전산 장애’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 민원은 모두 4만4333건으로, 1년 전보다 5.9%(2460건) 증가했습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과 손해보험의 민원이 1년 사이에 각각 24.5, 13.7% 늘어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 가운데 ‘증권사 전산 장애’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 가운데 ‘증권사 전산 장애’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은 5612건의 민원이 접수됐는데, 부동산신탁(92건↓)과 자산운용사(12건↓) 민원은 줄었습니다. 반면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는 1년 전보다 각각 830, 371건 늘었습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3625건의 민원이 접수되며 같은 기간 29.7% 증가했습니다. ‘내부통제·전산장애’가 2배가 넘는 106.4% 폭증한 영향이 컸습니다.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가 그만큼 잦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금융위원회가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HTS·MTS 서비스 장애는 모두 1136회였습니다. 이에 따른 피해액만 268억원입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HTS·MTS 서비스 장애는 모두 1136회였다. 1년 평균 227회로, 하루 반나절마다 발생한 셈이다. /출처=양정숙 의원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HTS·MTS 서비스 장애는 모두 1136회였다. 1년 평균 227회로, 하루 반나절마다 발생한 셈이다. /출처=양정숙 의원실

증권사 HTS·MTS 서비스 장애는 2017년 50, 2018년 72, 2019년 105건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69건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840건으로 다시 급증했습니다. 5년 전보다 16배가 늘었고, 1년 평균 227회로 하루 반나절마다 발생한 셈입니다. 증권사별 장애 횟수는 키움증권(33회), 삼성증권(19회), NH투자증권(16회), 미래에셋증권(15회), 한국투자증권(5회) 순이었습니다.

반면 이용자 피해액은 미래에셋증권(76억), 한국투자증권(40억), 삼성증권(15억), 키움증권(11억), NH투자증권(1억원) 순이었습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이 장애가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증권사 보상액은 피해액의 81% 수준에 그쳤습니다. 5년간 전산 장애 피해액 268억원 가운데 218억원만 보상받은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 민원은 모두 4만4333건으로, 1년 전보다 5.9%(2460건)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과 손해보험의 민원이 1년 사이에 각각 24.5, 13.7% 늘어 두드러졌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 민원은 모두 4만4333건으로, 1년 전보다 5.9%(2460건)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과 손해보험의 민원이 1년 사이에 각각 24.5, 13.7% 늘어 두드러졌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상반기 금융 민원이 늘어난 손해보험업권에서는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이 9726건으로 1년 새 2647건 증가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백내장’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 강화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은행에서는 대출금리 등 여신과 보이스피싱 관련이 1년 전보다 각각 12.8, 84.9% 늘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908건) 민원은 1000건에 육박했습니다.

이 밖에 유사투자자문업체나 온라인 거래에 대한 ‘할부 항변권’을 주장하는 민원도 상반기에 150건 발생했습니다. 1년 전(13건)과 견줘 1053.8% 급증한 것입니다. 할부 항변권이란 2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할부거래에 대해 계약의 해지 또는 물품·서비스 등이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 남은 할부금 납부를 거절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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