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ETF 상폐에 ‘멕시코ETF 수익률’ 뿌린 한투운용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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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ETF 상폐에 ‘멕시코ETF 수익률’ 뿌린 한투운용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2.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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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유지” 1년도 안 돼 ‘ACE 러시아MSCI(합성) ETF’ 상폐 결정… 지난해 수익률 꼴찌 수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투운용이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ACE 러시아MSCI(합성) ETF’를 상장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투운용이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ACE 러시아MSCI(합성) ETF’를 상장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투운용 “ACE 멕시코MSCI ETF, 1년수익률 27%”(입력 02.24. 오전 8:53)
▲한투운용 멕시코 ETF 연 수익률 26%…상위 1%(입력 02.24. 오전 8:57)
▲한투운용 멕시코ETF 1년 수익률 26.56%…전체 ETF 중 상위 1%(입력 02.24. 오전 9:06)
▲한투운용, ‘ACE 멕시코MSCI ETF’ 年수익률 27%…상위 1% 포함(입력 02.24. 오전 9:19)

24일 네이버 뉴스포털에 올라온 판박이 기사들입니다. 이날 오전 8시 53분부터 출고가 시작된 해당 기사는, 오후 4시 11분 현재 모두 13건이 포털 뉴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 보도자료로 뿌린 내용은 ‘멕시코에 투자하는 자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지난 1년간(2월 21일 기준) 26.56%를 기록했다’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사가 도배되기 전날, 한투운용은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ACE 러시아MSCI(합성) ETF’가 상장 폐지된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다음 달부터 러시아 관련 지수 산출 중단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해당 ETF가 MSCI 러시아 지수를 토대로 운용되어온 만큼 상폐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포털뉴스 경제 섹션 헤드라인 뉴스에 한투운용의 ‘러시아 ETF 상폐’와 ‘멕시코 ETF 수익률’ 기사가 섞여서 올라오고 있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경제 섹션 헤드라인 뉴스에 한투운용의 ‘러시아 ETF 상폐’와 ‘멕시코 ETF 수익률’ 기사가 섞여서 올라오고 있다. /출처=네이버

다만 한투운용은 상폐 결정일은 다음 달 2일이지만, 상폐 효력 발생일은 내년 중으로 미뤘다고 알렸습니다. 3월 2일부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지만, ETF 자체는 내년까지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한투운용은 “해당 ETF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협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투운용은 다음 달 3일 펀드 내 현금성 자산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분배 규모는 1좌당 480원 수준(비과세)이며, 펀드 내 잔여 원금은 헤지(위험회피) 자산으로 거래 상대방인 ‘iShares MSCI Russia ETF’(ERUS) 청산 대금과 펀드 해지 때 함께 분배될 예정입니다.

해당 ETF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러시아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러시아 주식이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제외된 탓입니다. 지난해(1월 3일~12월 23일 종가 기준) 수익률만 봐도 마이너스 68.12%로,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전체 ETF 가운데 꼴찌 수준입니다.

지난해 9월 배재규 사장이 직접 나서 ETF 새 브랜드명 ‘ACE’를 소개하며 의욕이 앞섰던 한투운용으로서는 부끄러운 성적표입니다. 러시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해당 ETF의 상폐 소식도 감추고 싶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지난해 4월 28일 누리집에서 상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입니다.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이 지난 23일 열린 베트남 투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이 지난 23일 열린 베트남 투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편 배 사장은 전날 열린 ‘베트남 투자 세미나’에서 “지금 베트남 시장은 핫(Hot)하지 않지만, 투자 성과를 얻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핫한 시장을 공략해야 운용사는 운용자산을 쉽게 쌓을 수 있지만, 고객이 꼭 좋은 결과를 얻지는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ETF의 상폐 사실을 알린 날, 그의 말처럼 고객에게 이익을 안겨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고, 고객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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