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은’ 한투증권 공모주 배정, 과연 실수일까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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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은’ 한투증권 공모주 배정, 과연 실수일까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2.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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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편집위원
/조수연 편집위원

공모주 경쟁이 후끈한 가운데 유망기업 나노팀의 공모주 배정 뒷얘기가 시끄럽다. 최종 청약 경쟁률은 무려 1637대 1이었다. 나노팀은 전기차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로 인한 화재를 막는 '방열 소재'가 주력 제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간사였는데 몰려든 청약 증거금이 자그마치 5조4547억 원이었다. 나노팀 시가총액이 2490억 원이므로 청약 증거금은 20배가 넘는 금액이며, 청약 건수는 무려 33만 8032건에 달했다. 한마디로 한투증권은 대어를 낚았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옥에 티일까. 한투증권은 금융회사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청약 경쟁률이 높은 만큼 최종 배정 숫자는 청약 참가자에게 아주 민감하다.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는 나노팀 수요예측 결과도 뜨거웠는데, 경쟁률이 무려 1723대 1이었다. 우량 공모주 배정은 직접 펀드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므로 기관투자가의 펀드 운용자에 중요하다. 나노팀 공모주 물량의 75%를 기관투자가가 배정받는데, 총공모주 물량이 205만주로 크지 않으니 참여자는 한 주가 아쉽다.

그런데 한투증권은 17일 오후 2시50분 공지한 기관투자가 배정물량을 오후 4시10분경 재배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였다고 인베스트조선이 23일 기사로 전했다. 한투증권은 이에 대해 하이일드 펀드와 코스닥벤처 펀드의 배정물량에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펀드들은 특히 개인투자자 참여 독려를 위해 세제 우대와 함께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는 혜택을 주는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이번 촌극은 단순 실수를 넘어 정성평가를 통해 특정 운용사에게 특혜를 주려다 빚어졌다는 의혹이 기관투자가 사이에 돌고 있으며, 당연히 조정으로 배정물량이 줄어든 기관의 항의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필자 경험에 금융회사는 숫자에 까다롭다. 필자는 시재 단 1원 부족의 원인을 찾기 위해 새벽까지 지점 직원 모두 애쓰던 기억이 선명하다. 금융회사의 철저한 회계 의식이 약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한투증권의 이번 실수는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다. 정밀하게 발달한 컴퓨팅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중요한 (특히 기관투자가) 고객 관련 이벤트에서 배정 실수가 발생할 확률은 0.1% 이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투증권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금융회사의 숫자 관리 중요성에 비추어 이번 실수는 한투증권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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