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대출 100만원 vs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연봉 113억원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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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대출 100만원 vs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연봉 113억원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4.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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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대한민국 금융자본주의 현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은행들의 성과급 체계를 공개하면서까지 과도한 돈 잔치를 손보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를 비웃는 신용카드 회사의 지나친 성과급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여신전문회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경영진 성과급과 직원 급여를 과도하게 지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의 한가운데 현대카드가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연봉은 19억40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 1억2000만원의 16배를 넘었다. 1인당 연봉이 가장 많은 삼성카드의 CEO 대비 연봉 배율 13배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격차는 삼성카드가 직원들에게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영향이 컸을 것이다.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총 취급액(+14.1%), 신용판매(+17.4%), 영업수익(+9.9%), 회원 수(+8.9%) 등 외형은 성장했으나, 영업이익(-22.5%), 당기순이익(-19.1%) 등 이익지표는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 2540억원은 우리카드(2044억원), 하나카드(1862억원)와 함께 업계 하위권이다.

상장회사는 <임원보수지급기준>을 근거로 CEO 등 임원 성과급을 평가하고 산정하는데, 현대카드의 지난해 성과와 성과급 규모를 비교할 때 CEO 평가의 외형지표 비중이 아주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제휴, 미래증권 연계 카드 마일리지 주식 매수 서비스 등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화려한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커머셜 CEO로 18억8000만원을 받았으며, 현대캐피탈을 퇴임한 뒤 퇴직금 66억원과 별개로 특별 공로금 70억원도 수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금융회사에서만 지난 한해 모두 112억96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부회장이 상상을 초월한 급여를 받은 것을 놓고 총수 일가가 아니면 가능하겠냐는 논란도 있으나,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능력을 마음껏 펼쳐 쌓아 올린 정 부회장의 돈더미 너머로 15.9%라는 고금리에도 단돈 100만원 한도의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경제취약자의 푸념이 들리는 듯하다. 대한민국 금융자본주의의 참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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