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에도 위태로운 ‘박차훈의 새마을금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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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에도 위태로운 ‘박차훈의 새마을금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4.1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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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행운으로 작용했을 법한 우연이 몇 가지 겹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는 현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 울산 남구 을 인근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을 20여년 지냈고, 울산에서 시의원, 동구의회 부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구 간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8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에 당선됐다. 당시는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이 재임하던 시절이다.

박차훈 회장은 2018년 부정선거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8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새마을금고법은 임원 자격 제한을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1심 결과는 회장직 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항소가 이어지며 2022년 2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는데, 보통 임기 만료 전에 치러지던 선거가 2021년으로 당겨졌고 박 회장은 현직이 유리한 간접선거 방식의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우연히도 박 회장이 연임된 선거 무렵에 김기현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로 자리를 굳혔다. 연임 이후 박 회장은 2022년 9월 2심에서 1심과 같은 8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박 회장이 맡게 된 새마을금고는 검은 토끼해를 맞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문제는 연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해명하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가 우려할 상황이 아니고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예금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뒀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새마을금고의 깜짝 놀랄 만한 PF 규모는 3월 20일 오영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에 자료를 요청해서 갑자기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생겼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

한편 3월 23일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비은행권 PF 분석에서 새마을금고는 제외했다고 명기했다. 이로 인해 새마을금고 회계 불투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로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자료를 금융당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료 공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새마을금고를 분석에서 제외한 것은 심각한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부처 간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등 또 다른 의혹을 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익스포저 문제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아파트의 누적 속도가 빨라지고 규모가 커지면, 새마을금고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관리형 토지신탁도 예외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공교롭게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은 박차훈 중앙회장 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다른 비은행권이 2019년 공동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새마을금고는 2022년 10월이 돼서야 뒤늦게 공동대출 제한을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검찰이 부동산 PF 대주단 담당자의 비리를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6년까지 새마을금고를 책임져야 할 박차훈 중앙회장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뜬금없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3월 31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행안부 자료를 근거로 공개적으로 새마을금고 부동산 PF 대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해 새마을금고 감독 부처인 행안부의 짐을 덜어줬다. 그러나 이후에도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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